이민우 / 종주대원

일시 : 2018년 5월 27일(무박)
구간 : 버리미기재 ~ 장성봉 ~ 구왕봉 ~ 지름티재 ~ 은티마을
거리 : 15.37km(접속구간 지름티재 ~ 은티마을 2.8km 포함)
시간 : 11시간 25분(휴식시간 포함)
인원 : 8명

  

▲ 26구간 장성봉에서 아침 여명과 함께 단체사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2018년 5월 27일 26구간 산행은 무박산행으로 사당동에서 11시 30분 소수 정예 8명으로 출발했습니다.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26일 오후 3시 남북정상이 북측 통일각에서 전격 만나면서 한반도 정세가 롤러코스트를 타는 듯한 양상이 펼쳐지는 가운데 출발하게 된 대간 산행길이었습니다.

내일(27일) 10시에 발표할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기대하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트럼프의 트위트를 통해 “만약 북미회담을 한다면 싱가포르에서 12일 열릴 것이다”라는 깜짝 발언에 이번 산행의 화두는 ‘트럼프’임을 예고하였습니다.

버스가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을 잇는 버리미기재에 도착합니다. 아직은 3시 한밤중이라 ‘버리미기재’의 유래인 팔자 쎈 과부가 ‘벌어먹이던’ 고개이든 보리나 지어먹던 궁벽한 곳이란 ‘보리먹이’가 변한 고개이든지 풍경을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3시 5분 들머리 버리미기재에서 본격적인 산행을 준비합니다. 첫 번째 도착지 장성봉(915m)에 4시 30분 도착하여 인증사진을 찍고 기막힌 맛 골뱅이로 시장기를 해소한 후 대간길 출발을 합니다. 그런데 이번 산행의 첫 번째 알바가 나왔습니다. 애기암봉 방향 갈림길로 들어선 듯합니다. 그래도 전용정 대장의 빠른 판단으로 다음 목적지 악휘봉을 향한 절말방향, 막장봉 삼거리 방향으로 산행을 시작하였습니다.

▲ 장성봉을 출발하여 막장봉 삼거리로 가는 길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저 멀리 아침해가 떠오릅니다. 장성봉을 출발하여 막장봉 삼거리로 가는 길에 해뜨는 동쪽방향은 애기암봉 방향의 봉우리들입니다.  막장봉 삼거리에 도착한 시간은 5시 40분. 아직 갈 길은 많이 남았고, 아침식사 장소로 악휘봉으로 삼고 힘차게 나아갑니다.

악휘봉을 향해 나가는 대원들은 이번 대간길이 얕은 오르내리막길을 통한 비교적 평탄한 대간길이고, 지난 25대간길(늘재~용추계곡)은 경치가 아름답긴 했지만 너무 힘든 구간이었다고 전하며 힘차게 앞으로 내딛습니다. 악휘봉은 대간길이 아니나 전망이 좋다고 하니 아침식사도 할 겸 목표로 삼고 길을 나섭니다.

▲ 악휘봉에서 단체 사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오전 8시 악휘봉(845m)에 도착하였습니다. 동서남북 사방이 산봉우리들로 빙 둘러싸인 중앙에 위치하여 악휘봉은 역시 최고의 풍경을 제공합니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아침 6시 북에서 이미 발표한 어제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를 전해 듣고, 트럼프가 과연 6.12 싱가포르에 와서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기대 섞인 말의 성찬이 오갑니다. 급변하는 남북미 정세로 인한 이계환 대원의 불참을 모두들 아쉬워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오늘의 남아있는 산행 일정을 챙깁니다. 산행구간을 더 연장해서 구왕봉까지 가자는 의견이 대세를 이룹니다. 다음 번 대간 산행구간을 줄여 일요일 출발이 가능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모든 대원이 몸 상태가 좋았습니다.  강남순 대원이 줄곧 선두그룹에서 산행을 이끈 반면, 오늘 몸상태가 가장 좋지 않아 아침 식후 쓰러져 쪽지 잠을 잔 이민우 대원이 변수였습니다.

▲ 악휘봉에서 단란하게 아침식사를 하는 대원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9시 30분 악휘봉을 떠나 다시 대간길에 들어섭니다. 이제 은티재를 지나 주치봉을 거쳐 호리골재에서 하산하는 코스가 오늘의 산행구간입니다. 악휘봉 삼거리에 위치한 4m 크기의 명품 입석바위에서 각자 개인사진을 찍습니다. 내년에 군대에 갈 예정이라고 하는 여현수 대원의 늠름한 모습이 좋았습니다.

은티재를 가는 길에 10시가 다가옵니다. 모든 대원이 경사가 급하지 않은 너른 바위위에 잠시 앉아 어제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를 듣습니다. 북미정상회담 개최 상호협력, 남북고위급회담과 군사당국자회담, 적십자회담 개최 등의 결과를 들으며 다시 한 번 트럼프의 변신과 전략 등에 대한 얘기가 오갔습니다.

▲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청취하는 대원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10시 36분 은티재(550m)에 도착하였습니다. 충북 괴산 연풍면 소재인 은티재를 일컬어 “누군가 이르기를 ‘백두대간이 구왕봉과 희양산에 오르기 전 잠시 몸을 낮추고 가르침을 베푼 곳이며 마을을 이루고 산문을 연 곳”이라 하였고, 우측으로는 봉암용곡과 봉암사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은티재를 지나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니 어느 덧 11시에 주치봉(683m) 도착. 정상석은 없고 모 산악회에서 나무위에 맨 표지판이 덩그러니 매달려 있습니다. 주치봉을 지나 10분 정도 산행을 하니 오늘의 종착지인 호리골재에 11시 10분 도착. 여우와 삵이 자주 출몰하여 호리골이라 불렸으리라 추측하지만 주위 풍광이 으스스하지는 않았습니다.

호리골재에서 나눈 산행구간 연장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산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간이라는 것과 다음 대간 산행구간 거리를 좁힘으로써 일요산행으로 하자는 것입니다. 산행구간이 연장되어 구왕봉까지 1.6km 더 산행을 한 후 지름티재에서 은티마을(접속구간 2.8km)로 하산하는 코스로 결정되었습니다. 대간 종주 산행을 시작한 이후 구간거리를 짧게 한 적은 있지만 연장한 것은 최초라고 합니다.

12시 10분에 구왕봉(879m)에 도착하여 개인별 인증사진을 찍고 점심식사보다는 가벼운 식사를 하였습니다. 구왕봉은 원래 신라 헌강왕 5년 지증대사가 큰 못의 용을 구룡봉으로 쫓아낸 뒤 못을 세워 봉암사를 세웠는데, 이 구룡봉이 지금의 구왕봉이라고 전해 내려온다고 합니다.

▲ 현재 백두대간 개근을 걷고 있는 이석화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구왕봉을 출발하여 이번 산행의 두 번째 알바가 있었습니다. 지름티재까지는 대간길인데 수상쩍다는 얘기를 나누며 내리막길을 내려가는데 다른 일행의 알바 얘기를 듣고 급거 구왕봉으로 되돌아왔습니다. 구왕봉을 내려오는 구간은 다음 산행지인 희양산을 바라보며 내려오는 산행길이었습니다.

▲ 구왕봉 아래 다음 산행지 희양산을 배경으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구왕봉에서 지름티재까지는 500m정도의 거리이지만 엄청난 급경사에 오랜 시간 밧줄을 잡고 내려오는 구간으로서 알바시간을 포함하여 지름티재에 도착한 시간이 13시 30분. 이제 지름티재에서 은티마을까지는 2.8km 접속구간으로서 누군가가 알려준 은티주막의 시원한 막걸리를 생각하며 즐거이 하산하였습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은티마을에 도착한 시간이 15시. 사과와 두릅나무를 많이 재배하는 맑고 양지바른 마을이었습니다. 은티마을은 여근곡(여근혈)의 형세라 남금석과 전나무를 심어 음기를 상쇄한다고 합니다. 하산주인 은티주막 막걸리에 북미 정상회담이 반드시 열리길 기원하면서 36구간 산행을 마칩니다.

▲ 날머리 은티마을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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