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이 확정됐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첫 ‘세기의 담판’이 싱가포르 센토사섬에 있는 카펠라 호텔에서 한국시간으로 12일 오전 10시에 개최됩니다.

돌이켜보면, 북미정상회담이 확정되기까지 숱한 고비와 난관이 있었습니다. 사실 백년숙적이자 불구대천의 원수로 70여년 간을 적대관계로 지내온 양국이 관계 개선과 관계 정상화를 위해 만난다는 것은 그 최초의 시작부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지난 3월 초순 북미정상회담 성사 이후 5월 10일 그 개최지와 개최일이 발표된 후 순항하는 듯한 양국 관계는, 5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정상회담 취소 서한 전격 공개로 회담이 존폐의 갈림길에 서면서, 최대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곧바른 담화와 5.26 판문점에서의 ‘문재인-김정은’ 2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불씨가 되살아났다가 방미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 접견 및 김 위원장 친서 전달로 회담이 사실상 기정사실화됐습니다.

돌고 돌아 원위치된 것입니다. 비가 오고 나면 땅이 더 굳는다고 합니다. 이 과정은 한편으로는 양국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게 된 필수과정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학습효과’를 얻게 된 계기가 된 듯싶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학습효과라니요? 언론의 표현을 빌리자면, 북미정상회담의 핵심은 이른바 ‘비핵화 대 체제안전 보장’입니다. 그런데 이는 본질적으로 보면 ‘안보 대 안보’의 맞교환입니다. 북핵은 미국 안보의 불안요소이고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역시 북한에게는 안보위협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호 안보불안을 없애는 것이 회담의 목적인데, 형식상 ‘비핵화 대 체제안전 보장’으로 표시될 뿐입니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양국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대 ‘완전하고 불가역적이고 검증가능한 체제안전보장(CVIG)’을 놓고 일대 담판을 벌이는데, 이 사이에서 어떤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느냐 입니다.

이 과정이 쉽지 않을 것임은 당연합니다. 전쟁까지 치르며 70여년 간 적대관계였던 양국이 몇 달만의 접촉과 사전 회담으로 일거에 적대관계의 빗장을 풀고 CVID와 CVIG 사이에서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유연성과 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핵 문제해결과 관련 처음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일괄타결’을, 김정은 위원장은 ‘단계별, 동시행동’을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발언들, 특히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회담 이후에는 그전과는 현격히 다른 입장들을 내놓고 있어 주목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비핵화 ‘과정’(프로세스)이라고 표현했으며, 이번 회담에서 6.25한국전쟁 종전선언도 가능하며 또 대북 선제적 안전보장 조치도 언급했습니다. 기존에 고수하던 ‘일괄타결’ 및 ‘선 비핵화, 후 보상’에서 벗어나 유연성을 발휘한 것입니다. 놀라운 변화입니다. 이는 그간 여러 갈래로 북한과 상대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배우고 느낀 ‘학습효과’라 보여집니다.

나아가 이번 6.12회담에서 모든 게 말끔히 정리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회담이 하루 만에 끝날 수 없다면 하루 이틀을 더 연장하면 됩니다. 아울러 이번 첫 회담만이 아니라 앞으로 2차 3차 회담을 하면서 두 사람이 평양과 워싱턴으로 교차 방문할 수도 있습니다. 적대적 관계 해소와 상호 화해는 숱하게 만나는 과정에서 이뤄질 것입니다.

이제 양국이 만납니다. ‘김정은-트럼프’ 세기적 회담은 뒤늦은 냉전시대의 종언을 선언하는 것이자,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되며, 그 바탕 위에 남북이 통일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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