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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연출, 통일부 홍보, ‘북한 여종업원 납치극’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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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1  17: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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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국으로 온 북한 여종업원 중 일부가 입을 열었다. 이들을 데리고 온 지배인 허강일은 여종업원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배후에는 국정원이 있었다. 통일부는 정보기관의 하수인 노릇을 했다.

국정원 연출, 통일부 홍보, ‘북한 여종업원 납치극’. 2016년 4월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10일 밤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를 재구성했다.

2014년 말부터 국정원 정보원으로 활동한 허강일. 그는 국정원 협조사실이 북한당국에 들킬까 두려웠다. 2016년 초 국정원에 귀순 의사를 밝혔다. 귀순날짜는 5월 30일로 정해졌다. 한국행을 준비하던 허강일, 4월 3일 밤,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국정원 직원, “종업원까지 데리고 들어오라.”
허강일, “불가능한 일이다.”
국정원 직원, “북한 보위부에 정보원으로 활동한 걸 신고하겠다.”

이후 다시 걸려온 전화. “종업원까지 데리고 오면 보상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준한 작전이다. 대통령이 널 기다리신다. 무공훈장 받고 국정원에서 같이 일하자.”

4월 5일. ‘북한 여종업원 납치’ 실행일.

중국 닝보 북한 식당에서 일하던 여종업원들은 평소처럼 출근해 낮잠도 잤다. 숙소를 다른 데로 옮긴다는 허강일의 말에 짐도 다 꾸렸다. 연길에서 닝보로 이사할 때처럼 조용히 다른 곳으로 옮기는 줄 알았다.

갑자기 동료 3명이 사라졌다. 허강일의 표정은 안 좋았다. 눈치를 보던 여종업원 12명은 택시에 탔다. 여종업원들은 불안하고 정신이 없어 서로 아무 말도 못 했다. 중국 상하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탔다. 내린 곳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향했다. 여종업원들의 눈에 태극기가 들어왔다. 주한 말레이시아대사관 앞에 내렸다. 집단이 움직이는 대로 갈지,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도망쳐야 할지 여종업원들은 불안했다.

허강일, “우리가 돌아가면 한국드라마 본 것을 보위부에 신고하겠다. 한국 영화 보면 총살이나 지방에 내려보낸다. 가족에게도 영향이 갈 수 있다.”

협박에 못 이겨 여종업원들은 대사관에 들어갔다. ‘자유의사로 한국에 간다’고 서명했다.

4월 7일. 한국 도착.

국정원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입소한 여종업원들, “한국에 온다는 사실을 모르고 왔다.”
국정원 면담관,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이 있는데 당신은 왜 다르게 말하냐.”

20대 총선을 닷새 앞둔, 4월 8일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대변인 긴급 브리핑.

“정부는 이들의 의사를 존중하여 인도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한국의 실상과 북한 체제선전의 허구성을 알게 됐으며, 최근 집단 탈북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통일부는 여종업원 12명의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체제에 더 이상의 희망이 없다고 보고 희망이 있는 서울로 탈출하게 되었다”는 여종업원의 탈북 동기와 심경을 홍보했다. 훗날 여느 20대 여성처럼 대학 생활을 하며 잘살고 있다고 알렸다.

2018년 5월 10일.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허강일은 여종업원들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빨갱이 문재인 정권이 바뀌면 (요구를) 들어줄 수 있다”는 국정원의 거짓말에 분노가 치밀었다. 한국에 와서야 총선이 며칠 남지 않았고 정치적으로 이용당했다고 느꼈다.

“북을 공격하는 큰 작전인 줄 알았는데 결국 총선, 그걸 이기겠다고 조작한 거였다. 난 뉴스를 보고 알았다. 민주당은 종북세력이라 그걸 이기려고 언론에 공개했다고 했다. 한국에 온 지 2년 됐다. 2년 동안 내가 국정원에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

여느 20대 대학생처럼 생활한다던 여종업원들. 평양에서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이들은 월 47만 원의 정부지원금으로 생활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다. 어려운 경제 형편과 늦깎이 공부 부담, 취업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느껴졌다.

“여기에 온 것은 지배인이 알아서 한 것이지 우리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따라오겠다고 신청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유의사로 왔다고 발표한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국정원 연출, 통일부 홍보, ‘북한 여종업원 납치극’의 결말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여종업원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여기서 사는 것 같지도 않고 이제라도 갈 수 있다면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

2년 전 정부가 감춰온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좋게 말해 ‘기획탈북’이지 “자발적으로 따라온 것이 아니라”는 말에서 보듯 사실 ‘납치’이다.

‘납치’문제는 중대한 인권문제이다. 국제사회가 꾸준히 북한을 비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도 ‘납치’이다.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이 ‘납치’ 오명국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정말 여종업원들이 ‘납치’된 것이라면, 그 죗값은 누가 치러야 하는가.

허강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준한 작전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작전수행을 위해 허강일을 회유.협박했다. 통일부는 결과를 직접 발표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여느 20대 대학생’이라고 열을 올린 통일부는 말을 바꿨다. “종업원 본인들이 여러 차례 면담 시도에 응하지 않아서 관련 사항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만나지도 않고 ‘자유의사’로 탈북했다고 발표했다는 말이다.

그리고 떠넘겼다. “국정원에서 결정을 해서 이렇게 했고, 통일부에 알려주고 그런 상황이었다. 관계기관에서 통보해주는 내용을 토대로 해서 판단해왔다”고 토로했다. 현재 국정원은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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