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LA858기 가족회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대책본부는 8일 오전 서소문 대한항공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질의서를 전달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안기부의 지도하에 대한항공의 협조하에 모든 사건이 꾸며졌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래서 가족회 어머니들은 지금이라도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목놓아 외치면서 이 자리에 섰다.”

KLA858기 가족회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대책본부는 8일 오전 11시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질의서를 대한항공측에 전달했다.

대책본부 총괄팀장인 신성국 신부는 “오늘 KAL858기 가족회 피해자 가족들이 대한항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이유”에 대해 “31년이 지났지만 단 하나의 진실도 없기 때문에 우리 어머니들은 오늘 이 자리에 또 섰다”고 말했다.

1987년 11월 29일 미얀마 안다만해역 상공에서 중동근로자와 승무원 등 115명을 싣고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KAL) 858편이 실종됐고,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는 88년 1월 15일 북한 테러리스트 김현희가 자살한 김승일과 함께 기내에 설치한 폭약에 의해 비행기가 폭발했다고 발표했다.

▲ 김호순 가족회 회장이 억울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김호순 가족회 회장이 대한항공 관계자에게 질의서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신성국 신부는 두 달 기한내 답변을 촉구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신성국 신부는 질의서를 대한항공 관계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14년 전에 보낸 질의서가 아직도 답변이 안 왔다”며 “기한은 두 달 주겠다. 우리가 7월달에는 꼭 받아보도록 하겠다. 만약 안 되면 우리들이 또 오겠다”고 촉구했다.

김호순 가족회 회장으로부터 질의서를 전달받은 대한항공 관계자는 “잘 접수하겠다”며 “잘 검토하도록 하겠다. (답변서를) 당연히 보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김호순 가족회 회장은 “우리는 31년 전에 아무 것도 찾은 게 없다. 기체 하나, 유품 하나, 아무 것도 찾은 게 없다”며 “대한항공은... 지금까지도 우리한테 정확한 (사고)위치 안 가르쳐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지금 보니까 자기 재벌총수 가족들은 무관세로 다 자기들 마음대로 갖다 쓸 수 있는데 그 당시에 폭탄을 안 갖고 들어갔다고 어떻게 단언하느냐. 31년 전인데”라고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대한항공은 지금이라도 우리가 수색할 수 있게끔 찾아줘야 된다”고 주장했다.

한 가족회 회원은 “대한항공과 정부가 결탁해서 가족들을 무시하고 이 앞에서 농성도 했었는데 개 끌어내듯 했다. 우리 시동생 목 잡아서 끌어내고 우리 시어머니도 그랬다”며 “가족 한사람은 지금 운명을 달리했지만 그 엄마는 많이 다쳤다. 직원이 끌어내서 패댕이쳐 가지고.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고 눈물을 보였다.
 

▲ 차옥정 가족회 전 회장이 김현희를 고소하는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어버이날을 맞아 대책본부 위원들이 가족회 회원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차옥정 가족회 전 회장은 “대한항공에서는 말을 들어주지도 않는다. 상대도 안 해주고, 찾아온 것도 없다”며 “이렇게 우리가 사람대접을 받지도 못하고 수십년을 살고 있다. 제발 좀 이거 밝혀져서 우리가 가슴에 한이라도 좀 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황건, 성희연 대책본부 위원이 함께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한항공사 임원인 조중훈 회장(작고)과 조중건 사장(작고), 이근수 사고대책본부장은 1987년 11월 30이 기자회견을 통해 KAL858기 사고를 ‘폭탄 테러 사건’으로 발표했다”며 “대한항공사 임원들은 안기부에 의해 기획된 ‘무지개 공작’을 철저히 수행한 공범자들이었다”고 규탄했다.

대한항공 측이 항공기 사고 하룻만에 기체 잔해 수색은 커녕 범인의 그림자도 모르던 때부터 북한의 폭탄 테러 사건으로 몰고 간 것은 이 사건을 87년 대통령선거에 활용한 안기부의 ‘무지개 공작’과 정확히 맥락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KAL858기 사건을 테러 사건이라고 발표하였다면 항공 보안의 임무를 철저히 책임져야 할 대한항공사에 대한 법적 책임과 책임자 처벌이 따라야 함이 원칙”이라며 “그러나 회사는 사법적 책임과 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 심지어 테러범에 대한 감시를 담당해야할 보안 승무원의 신원도 공개되지 않았고, 법정 증언 채택조차 이루어진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고 발생 한 달 만에 사망결정 처리를 일방적이고 일괄적으로 강행한 점에 대해서도 짚고 “대한항공 조중훈은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과 슬픔마저 외면하고 인권조차 짓밟은 파렴치한 악질 재벌의 총수였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아부다비 공항까지의 탑승객 명단에서 누락된 11명의 한국 외교부 공무원 신원을 공개하라”며 “안기부 직원 2명도 아부다비 공항에서 김현희 일행과 함께 내렸다는 사실도 확인,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조양호 일가의 도용여권이 손쉽게 제작되고 활용되었다는 사실을 통해 김현희 위조여권 출처에 대한 안기부의 발표에도 강한 의혹을 제기한다”며 “대한항공 조양호와 김현희, 국정원 여권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성국 신부, 김현희가 진술한 ‘파나소닉 라디오’ 실물 공개

▲ 신성국 신부는 김현희가 비행기 폭파에 이용했다는 파나소닉 라디오와 같은 모델의 라디오를 제시하며 김현희의 진술을 반박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김현희와 전두환은 물론 조중훈 대한항공 전 사장 사진을 들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신성국 신부는 기자회견 말미에 “김현희가 설치했다고 하는 똑 같은 라디오 기종을, 모델을 우리들이 최근에 구입했다”며 실물을 공개하고 “안기부가 이 파나소닉 라디오 안에 김현희가 컴포지션4 고체폭약 350g을 설치하고 KAL858기 비행기를 폭파시켰다고 했다... 일단 이 안에 350g이 도저히 들어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안에 있는 부속품을 다 빼내도 350g이 들어가지 않는데 김현희는 라디오를 켜서 공항을 통과했다고 했다”며 “부속품을 빼도 350g이 들어가지 않는데 어떻게 라디오가 켜지느냐. 라디오 켜질 수 없다. 김현희의 폭탄은 다 거짓말로 드러났다”고 결론지었다.

신 신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어머니들이 김현희를 고소하는 소송인단 서명식을 할 것”이라며 “김현희는 허위사실 유포, 가족회에 대한 업무방해죄, 명예훼손으로 우리가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이제 김현희는 드디어 법정에 서게 된다”며 “김현희가 법정에 서게 되면 이 KAL858기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게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자회견문(전문)>
​대한항공사 조양호는 KAL858기 사건에 대한 전두환 정권과의 공모 사실을 모두 밝혀라!

1. 우리는 대한항공사를 전두환 안기부와 함께 KAL858기 사건을 조작한 공범으로 판단한다.

대한항공사 임원인 조중훈 회장(작고)과 조중건 사장(작고), 이근수 사고대책본부장은 1987년 11월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KAL858기 사고를 폭탄 테러 사건”으로 발표하였다. 대한항공사 임원들은 안기부에 의해 기획된 ‘무지개 공작’을 철저히 수행한 공범자들이었다.

조중훈 회장의 ‘폭탄 테러 사건’ 발표 시점은 정부 사고조사단이 사고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동체 잔해와 시신 발견조차 없는 시기로써 사고원인에 대한 기본 정보조차 알 수 없었던 때였다. 왜 ‘폭탄 테러 사건’으로 공개 발표하였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몇 년에 걸쳐 잔해를 수거하고 철저히 조사하는 ‘항공기 사고조사’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린 의도된 발언이었다.

대한항공의 발표는 사고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랐던 KAL858기 가족들에게 분노와 절망을 안겨주었다.

조중훈과 조중건의 사고 발표에 이어 전두환과 최광수 외무부장관도 ‘폭탄 테러 폭파 사건’으로 동일하게 발표하였으니 이때부터 사실상 정부와 대한항공은 사고조사 활동을 포기한 것이었고, 이후 안기부의 ‘무지개 공작’이 밝혀지며 사고 원인과 결과를 뒤집어버렸음이 확인되었다.

2. 대한항공은 항공 보안을 왜 책임지지 않는가?

보안 승무원의 역할은 항공기 안전 담당, 하이제킹 대비 업무, 테러범 및 행동 수상자에 대한 상시 감시이다. 정부가 KAL858기 사건을 테러 사건이라고 발표하였다면 항공 보안의 임무를 철저히 책임져야할 대한항공사에 대한 법적 책임과 책임자 처벌이 따라야 함이 원칙이다.

그러나 회사는 사법적 책임과 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 심지어 테러범에 대한 감시를 담당해야할 보안 승무원의 신원도 공개되지 않았고 법정 증인 채택조차 이루어진 적이 없다.

KAL858기 교대 승무원인 박은미의 진술을 보면 남자 보안승무원이 아부다비에서 박은미팀과 함께 내렸다고 하는데, 당시 살아남은 보안 승무원의 이름과 신원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항공기 테러 범죄사건에서 1차적인 보안 담당자인 보안 승무원에 대하여 검찰과 법원에서 증인 채택을 해야 하는데, 대한항공 10명의 직원들은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해놓고 정작 보안 승무원에 대한 증인 신청을 채택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왜 보안 승무원 신원을 감추었는가? 검찰은 왜 보안 승무원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았는가?

3. 실종자 가족은 대한항공에 의한 인권 유린 행위로 인해 2, 3차 피해를 입었다.

법적으로 실종자를 사망으로 간주하려면 가족들에 의한 실종 신고 후 5년이 지나야한다. 사망결정과 신고는 직계 가족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법무부와 교통부는 대한항공 조중훈 회장의 요구로 사고 발생 한 달 만에 사망결정과 처리를 ‘일방적이고’ ‘일괄적으로’ 강행하였다.

가족들의 동의조차 없이 정부는 실종자를 한 달 만에 사망자로 결정하고 40여 일만에 사망처리를 단행하였으니 ‘가족들은 사망신고를 할 고유 권한까지 빼앗기는 인권 유린’마저 당했던 것이다. 대한항공 조중훈은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과 슬픔마저 외면하고, 인권조차 짓밟은 파렴치한 악질 재벌의 총수였다.

4. 14년 전 대한항공에 보낸 질의서는 아직도 답이 없다.

2004년 11월 1일, 당시 KAL858 가족회는 대한항공사에 13개 항목의 질의서를 보냈고, 대한항공에 11월 15일까지 답변서를 보내줄 것은 요청했지만 14년이 지난 현재까지 일체의 답이 없다.

자사의 항공기에 탑승하여 사고로 희생을 당한 자사 승무원 가족들과 탑승객들을 무시하고, 외면한 탓이었을까? 지금 대한항공사 총수집안 전체가 각종 갑질과 폭행, 탈세와 탈법으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다시 요구한다.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아부다비 공항까지의 탑승객 명단에서 누락된 11명의 한국 외교부 공무원 신원을 공개하라.

우리는 한국 외교부 공무원 11명이 김현희와 함께 아부다비 공항에서 내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너무도 충격적이며 경악스러울 뿐이다. 안기부가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기도 전 이 사건을 ‘북풍’몰이에 사용할 것이라고 했던 ‘무지개공작’이 드러난 마당에 우리는 이 사건을 사전에 알고 있던 정부의 조치가 아니었던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또한 안기부 직원 2명도 아부다비 공항에서 김현희 일행과 함께 내렸다는 사실도 확인, 공개하라.

외교부 공무원 11명과 안기부 직원 2명이 ‘김현희’와 함께 내렸고, 이들이 내리고 떠난 비행기에 모종의 사고가 벌어져 힘없는 노동자들과 승무원들만 희생당했다. 안기부와 정권은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했고 대한항공은 이에 적극 부역했다. 대한항공 조양호는 이제라도 전두환 정권과 어떤 공작이 있었는지 모든 진실을 밝혀야 한다.

5. 조양호 일가의 도용여권과 김현희 위조여권의 연관성

우리는 최근 조양호 일가가 외국에서 고가의 제품들을 밀반입해왔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관세청이 이를 조사 하는 사실에도 주목한다.

조양호 일가가 해외 고가 물품들을 구입하기 위해 외국인 여권 번호를 도용한 것으로 드러났고, 일본인 여권번호를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우리는 조양호 일가의 도용여권이 손쉽게 제작되고 활용되었다는 사실을 통해 김현희 위조여권 출처에 대한 안기부의 발표에도 강한 의혹을 제기한다.

안기부는 김승일과 김현희가 소유한 위조여권은 개인이나 테러단체는 제작할 수 없고 고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정부기관에서 만든 것이라 하여 대단히 정밀하게 만들어진 것처럼 발표했다.

조양호 일가가 도용여권을 제작하여 해외 물품까지 구입하는데 사용했다면 김현희 위조여권도 항공사에서 제작 가능한 것이 아닌가?대한항공사가 KAL858기 사건과 관련하여 ‘무지개 공작’에 따라 안기부와 긴밀히 공조한 사실이 있는 만큼 김현희 위조여권 제작에 대한항공이 개입되었을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의혹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김현희가 가지고 있던 여권을 통해 1987년 11월 김현희는 북한 평양 순안공항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출발한 것으로 명백히 밝혀졌다. 대한항공 조양호와 김현희, 국정원은 여권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

우리의 요구

하나, 대한항공사 조양호는 KAL858기 사건에서 안기부와 공모한 사실을 밝히고 사법적, 도덕적 책임을 져라.

하나. 대한항공사 조양호는 KAL858기 가족들을 짓밟은 인권유린에 대해 깊이 사죄하고, 지금이라도 항공보안과 관련한 책임을 져라.

하나. KAL858기 가족회는 중점 활동으로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김현희에 대한 소송을 추진하며, 법정에서 모든 진실을 가리는데 집중할 것이다.

하나, 분단의 비극에 종지부를 찍고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KAL858기 사건의 실체는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이 땅에서 더 이상 분단으로 인한 억울한 희생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진상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18년 5월 8일

KAL858기 가족회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대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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