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27일 밤 9시 30분께 가을 재상봉을 기약하고 판문점 평화의 집 앞에서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4월 27일 역사적 상봉과 회담으로 세계가 주목할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저녁 짧은 환영만찬과 환송행사를 끝으로 가을 재상봉을 기약했다.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화의 집 앞마당에 마련된 발표장에서 입장을 밝힌 뒤 3층 연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저녁 6시 40분께부터 환영만찬을 가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와 나란히 헤드테이블에 앉은 문재인 대통령은 환영사를 통해 "내가 오래 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래킹하는 것"인데, 대통령인 자신만이 아니라 우리 민족 누구에게나 그런 꿈이 실현되는 날이 오길 기원한다면서 이같이 건배사를 했다.

또 "오늘 우리는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역사적인 만남을 갖고 귀중한 합의를 이뤘다"면서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한 새로운 출발을 맞이했다. 하나의 봄을 기다려 오신 남북 8천만 겨레 모두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 

▲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함께 나무망치를 들고 웃으며 디저트인 초콜릿 원형 돔 ‘민족의 봄’을 열고 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 이날 환영만찬에서 처음 만난 리설주 여사(왼쪽)와 김정숙 여사(오른쪽).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이제 세상에서 둘도 없는 좋은 길동무가 되었다. 우리가 함께 손잡고 달려가면 평화의 길도 번영의 길도 통일의 길도 성큼성큼 가까워질 것"이라면서 부쩍 쌓인 신뢰를 표시하고는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전화로 대화하고 의논하며 믿음을 키워 나갈 것이다. 남과 북의 평화와 번영, 발걸음을 되돌리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분명 북과 남이 함께 모인 자리인데 누가 북측 사람인지 누가 남측 사람인지 도저히 분간할 수 없는 이 감동적인 모습들이야말로 진정 우리는 갈라놓을 수 없는 하나라는 사실을 다시금 재삼 인식하게 하는 순간의 기쁨, 그리하여 이다지도 가슴이 몹시 설레인다. 정말로 꿈만 같고 반갑다"는 만찬사로 화답했다.

이날 회담에 대해서는 "오늘 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역사적인 상봉을, 그것도 분단을 상징하는 여기 판문점에서 진행하고, 짧은 하루였지만 많은 대화를 나눴으며 의미 있는 합의를 이뤘다. 오늘의 이 소중한 결실은 온 겨레에 커다란 기쁨과 희망을 안겨주게 될 것이며 조선(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길이 순탄치많은 않을 수 있지만 "오늘 합의한대로 수시로 때와 장소에 가림이없이, 그리고 격식없이 문 대통령과 만나 우리가 갈길을 모색하고 의논해 나갈 것"이라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서로 마음을 합치고 힘을 모으면 그 어떤 도전과도 싸워 이길 수 있다. 나는 그것을 꼭 보여주고 싶으며, 또 보여줄 것"이라면서 "온 겨레의 공통된 염원과 지향과 의사를 숨기지 말고, 불신과 대결의 북남 관계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함께 손잡고 민족의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나가야 한다. 오늘 내가 걸어서 온 여기 판문점 분리선 구역의 비좁은 길을 온 겨레가 활보하며 쉽게 오갈 수 있는 대통로로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삼지연관현악단 성악 배우의 공연 모습.[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민족의 대표음식으로 제 몫을 한 옥류관 평양냉면.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환영만찬은 참석 여부가 불확실했던 김정숙, 리설주 두 영부인의 참석 때문에도 더 주목받았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2시 30분 판문점 자유의집 프레스룸 브리핑에서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의 만찬 참석사실을 알렸다.

판문점선언 서명과 입장 발표가 끝난 저녁 6시 18분, 살구빛 투피스 차림의 리설주 여사가 승용차 편으로 소떼길을 통해 남측 평화의집에 들어섰다. 한반도기 색상의 푸른색 원피스 정장을 입은 김정숙 여사가 입구에서 리설주 여사를 맞이했다. 남북 두 영부인은 평화의 집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이날 회담의 성과를 축하하는 유쾌한 환담을 나누었다. 

이어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는 로비 양쪽 벽면에 도열해 있던 남북 수행원들과 서로 인사를 나눈 후 평화의집 3층 만찬장으로 이동해 양 정상과 함께 밖에서 손님을 맞이해 안내했다. 

이날 만찬에는 남측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임동원.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가수 조용필, 윤도현 씨 등 34명이 참석했다.

북측에서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당 제1부부장, 김영철 당 부위원장,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과 가수, 연주자 등 26명이 자리했다.

헤드테이블에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문 대통령의 왼쪽으로 김정숙 여사, 김영남 상임위원장, 서훈 국정원장,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 , 김위원장의 오른쪽으로 리설주 여사, 임종설 비서실장, 김여정 제1부부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이 어울려 앉았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내외는 공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고 김여정 부부장은 임종석 실장과 눈 인사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특히 김 위원장 부부와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이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 소개로 진행된 환영만찬 공연에 출연한 제주 초등학생 오연준 군에 눈을 떼지 못할 만큼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 환송행사로 진행된 영상쇼의 주제는 '하나의 봄'.  역사의 현장이 될 한반도 배경으로 어제와 오늘 내일이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 표현됐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 앞마당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송행사에서 평화의 집 전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한 영상이 펼쳐지고 있다. 화면에 이날 아침 군사분계선을 넘어 만나는 양 정상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 남북정상회담의 모든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27일 밤 판문점에서 북측으로 돌아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를 배웅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 여사가 리 여사를 포옹하는 장면을 두 정상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

환영만찬을 끝낸 후 저녁 9시 10분께부터 평화의 집 앞마당에서는 환송행사인 '하나의 봄'이 진행됐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앞에서 두 여사와 서로 손을 맞잡고 걸어 나와 50cm 정도 높게 설치된 관람석에 앉은 후 공연이 시작됐다. 

앞마당에 약 20여개의 대형 라이트가 켜진 상태에서 평화의 집 정면  외벽 전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해 아쟁 등 전통악기와 오케스트라가 협연으로 '아리랑', '새야 새야 파랑새야', '고향의 봄' 등을 연주하는 가운데 한반도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영상으로 표현했다.

약 10분에 걸쳐 짧은 영상공연이 끝난 후 불이 켜지고 건물 외벽에 이날 하룻동안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정상의 주요 장면이 나오자 양 정상은 서로 손을 마주잡고 얼굴을 보며 웃고 김 여사는 리 여사와 어깨동무, 포옹을 하는 등 가슴 벅찬 표정을 지었다.

김 위원장은 차량 앞까지 환송을 나온 문 대통령 내외에게 '또 뵙겠습니다'라는 인사를 반복하고 양 정상 내외는 포옹으로 작별의 인사를 대신했다.

저녁 9시 26분 김 위원장을 태운 차량이 출발하면서 김 위원장이 창문밖으로 손을 흔들며 활짝 웃자 국군 의장대는 '받들어 총'으로 예를 표시했다. 3분 후 문 대통령이 탄 차량이 떠 나는 순간에 우렁찬 '받들어 총' 구령이 판문점의 4월 27일 밤하늘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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