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27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판문점선언)에 서명했다. “끊어진 혈맥”을 잇기 위해 지난 9년 동안 중단된 교류협력 재개는 물론,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드는 명실상부한 통일의 초석을 놓은 길이 열렸다.

‘판문점선언’은 총 3항 13조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1, 2항 9개 조가 남북관계에 해당할 정도로 내용이 방대하다. 1항은 남북교류협력, 2항은 남북 군사문제가 담겨있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시간표가 가히 ‘빅뱅’ 수준인 셈.

‘남북연락사무소 개성 설치’, 남북 교류 정상화 본궤도

먼저, 남북은 빠른 시일 내에 고위급회담 등 각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개최하기로 했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남북 고위급회담을 주축으로 당국 간 대화가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특히, 남북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기 위한 상설기구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에 설치하기로 한 것. 2005년 개성공단에 설치된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를 2008년 확대 개편한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의 기능과 역할을 보다 강화한 기구가 될 전망이다.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는 남북 경협 외에도 남북한 교류협력에 관한 연락 및 실무적 협의 지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설치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과거와 다르다.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는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폐쇄된 상태.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결과 설명자료에서 “남북 간 정치적 신뢰 구축 진전과 교류협력 확대 촉진, 남북관계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 제고 등 남북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효과”라고 밝혔다.

‘판문점선언’에 나왔듯,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하고 “이미 채택된 남북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하는 남북 상설기구의 성격이기 때문. 서울.평양 연락사무소의 기본 틀이 될 전망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실현을 위한 남북 핵심기구가 될 전망. 남북은 ‘10.4선언’을 상기시키며, 우선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판문점선언’ 서명 직후, 공동발표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 설치는 “매우 중요한 합의”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10.4선언 이행과 남북경협 조사연구작업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며 “여건이 되면 각각 상대방 지역에 연락사무소를 두는 것으로 발전해 나갈 수도 있다”고 희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남북 모두에게 접근이 용이한 개성에 남북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개설되면 남북한 당국 간의 협력이 상시화되고 민간교류도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보다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강조한 것처럼 합의가 이행될 수 있는 가능성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남북은 고위급회담을 열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를 논의할 전망이다. 남북은 “빠른 시일 안에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문제들을 실천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합의했다.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의 시간표는 급박해질 전망이다. 당국 간 대화 외에도 6.15, 8.15, 10.4 등 ‘의의가 있는 날’을 계기로 당국, 국회, 정당,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이 참가하는 민족공동행사가 추진된다. “남북관계 발전 의지 과시”라고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자평했다.

8.15 광복절 계기 이산가족상봉이 예정되어 있다. 다만, 이번에는 남측이 원한 이산가족상봉 정례화와 서신교류는 합의문에 담기지 않았다. 준비위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을 진행”하며, “이산가족들이 고향을 방문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전면적 생사확인과 다양한 이산가족 교류방안도 지속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 활성화’의 우선 사업으로 겨레말큰사전 편찬, 개성만월대 공동발굴조사 등 기존사업이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남북교류의 상징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가을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다. 남북 정상간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전화 운용 합의도 중대한 진전이다.

남북, ‘비무장지대’의 실질적 ‘평화지대화’..엄격한 ‘정전협정’ 준수

남북 분단의 현실을 보여주는 비무장지대는 평화지대화된다. ‘비정상적인 현재의 정전상태’를 종식하는 현실적 방안이 2항에 담겼다.

먼저, 남북은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 등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했다. 나아가 적대행위 수단을 철폐해 비무장지대를 실질적 평화지대로 만든다는 합의.

실질적인 평화지대의 구체적인 방안은 합의문에 담기지 않았지만, 비무장지대 내 남북 소초를 뒤로 물리고, 중화기를 제거하는 등 엄격한 ‘정전협정’ 준수가 되는 셈. ‘판문점 선언’에 따라, 5월 중 열릴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할 전망이다.

‘정전협정’ 제1조 1항은 “한 개의 군사분계선을 확정하고 쌍방이 이 선으로부터 각기 2km씩 후퇴함으로써 적대 군대 간에 하나 개의 비무장지대를 설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남북의 엄격한 ‘정전협정’ 준수는 ‘완전한 비핵화’와 ‘현재의 정전상태를 종식하고 확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길’로 나아가기 위한 토대라고 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정전협정의 규정대로 남북 군대가 군사분계선에서 각각 2km씩 이격될 경우, 남북 간 우발적 충돌 위험을 근본적으로 감소시키는 획기적인 조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명박 정부의 폐기로 무산된 ‘10.4선언’ 3항도 부활했다. 남북은 “서해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는 서해북방한계선(NLL) 논란이 재점화될 위험도 안고 있다. ‘10.4선언’ 당시 합의를 두고서도 영토 포기라는 보수층의 반격을 받은 바 있기 때문.

정창현 현대사연구소 소장은 “‘10.4선언’에도 있지만, 평화수역 구획하는 문제가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며 “후속 군사회담에서 난산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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