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가협양심수후원회와 통일광장 등은 18일 오전 11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전향장기수 2차 송환 명단’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종문 통신원]

“온갖 고문에 오랜 옥고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통일에 대한 신념과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고대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가고 있는 늙은 비전향장기수 유기진, 김동섭, 문일승, 김교영, 이두화, 서옥렬, 허찬영, 양원진, 최일헌, 박정덕, 박수분, 오기태, 강 담, 박종린, 김영식, 박희성, 양희철, 김동수, 이광근(생년월일 순) 19명의 이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민가협양심수후원회와 통일광장 등은 18일 오전 11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전향장기수 2차 송환 명단’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6.15공동선언에 명기된 대로 비전향장기수 63명이 2000년 9월 2일 북녘으로 송환됐지만 2차 송환을 요구한 33명 중 현재 19명이 생존해 있는 상태다.

▲ 19명의 ‘비전향장기수 2차 송환 명단’에 포함된 이들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오른쪽부터 김영식, 양원진, 문일승, 류기진, 양희철, 강담, 박희성 선생. [사진 - 통일뉴스 이종문 통신원]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비전향장기수 선생님들은 분단과 동족상잔, 냉전과 대결시대의 산물”이라며 “비전향장기수 선생님들을 송환하는 것은 남북 정상이 이미 합의했던 6.15공동선언 합의를 이행하는 것이며, 전쟁포로에 대한 제네바 협정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제인권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본권리인 조국과 가족으로 돌아갈 인권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며 “조속히 동포애와 인도주의 정신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조순덕 민가협 상임의장, 노수희 범민련남측본부 부의장, 박승렬 KNCC인권센터 소장이 송환을 촉구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장기구금양심수 서옥렬 선생 송환추진위원회’ 장헌권 목사는 “올해 91세이신 서옥렬 선생은 폐에 물이 차고 건강이 많이 악화되셔서 하루속히 송환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최진미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면서 송환 대상자 선생님들 한분한분을 호명하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 기자회견을 마치고 단체 대표들이 2차 송환 대상자 명단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종문 통신원]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6.15공동선언에서 합의했던 이산가족 상봉과 비전향장기수의 송환문제를 시급히 해결하여야 한다”며 비전향장기수들의 경우 “모두 80대에서 90대에 이르는 고령인데다가 전향공작 과정에서의 고문에 의한 후유증과 암 투병에 시달리고 있어서 언제 세상을 등질지 알 수 없게 되었다. 하루가 급박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온 겨레의 열망을 받아 안고 민족의 지향에 맞게 남북 사이의 화해와 단합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촛불정권의 사명”이라며 “그 감동의 시작을 김련희 씨, 해외식당 12명의 여종업원과 함께 비전향장기수의 송환으로 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기자회견문(전문)] ​비전향 장기수 2차 송환 명단 청와대 전달 기자회견
남북사이의 화해와 단합을 위해 조속한 송환을 촉구한다

남북사이의 화해와 단합을 위해 조속한 송환을 촉구한다.
시대의 요구에 따라 남북사이의 화해와 단합을 위한 비전향장기수 19명의 조속한 2차 송환을 촉구한다.

봄이 온다. 6.15공동선언으로 찾아왔던 한 시절이 가고 다시 겨울이 찾아와 꽁꽁 얼어붙었던 분단선에 봄이 오고 있다. 얼마나 고대했던 봄인가. 빙벽을 촛불로 녹이고서야 마침내 불러온 새봄이다. 민중들의 힘으로써만 불러올 수 있는 꽃 피는 계절이 오고 있다.

세계는 지금 한반도를 주시하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에서 새싹이 돋고 꽃향기보다도 먼저 화약내가 뒤덮던 강산에 평화의 꽃이 피고 있다. 세계의 어느 나라 어느 사람들이 짐작을 했겠는가. 통일을 염원하고 고대하는 우리민족만이 이뤄낼 수 있는 간절함이다. 촛불이 세계에 주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라면 새봄은 지구의 지축을 흔들어 심장을 다시 뛰게 할 감동의 추진력이다.

새봄은 이미 시작되었고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은 새봄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선포식이다. 세계의 눈은 우리 조국반도로 향해 있고 우리민족은 세계를 진감시킬 준비가 되어있다. 여전히 가야할 길은 멀지만 그 길이 복잡한 길은 아니다. 길은 험난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극복 못할 길도 아니다. 우리 겨레는 세계를 향한 대장정의 길에 나섰다. 평화의 새봄은 밖으로부터 오지 않는다. 우리민족의 평화에 대한 지향이 세계 평화로 번지고 우리민족의 통일이 세계 곳곳으로 흐르는 화해의 물줄기가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는 남과 북, 북과 미국 사이의 담판으로 이루어지지만 어찌 담판만으로 가능한 일인가. 그 안에 평화를 갈망하는 우리 겨레의 절절한 마음과 간절한 요구가 응축되어 표현되는 것이다. 민족의 화해와 단합이 어찌 경제교류와 문화교류만으로 가능한 일인가. 외세에 의해 분단된 세월에 서려있는 겨레의 한 맺힌 사연을 풀어나갈 때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지고 단합의 기운이 솟는 것이다. 그 절절한 사연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 속에 감동이 있고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가 있다.

그 중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것이 있다면 단연코 인도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6.15공동선언에서 합의했던 이산가족 상봉과 비전향장기수의 송환문제를 시급히 해결하여야 한다. 이 두 가지 문제가 시급한 공통성은 이미 많은 분들이 간절한 마지막 소원을 뒤로한 채 세상을 등지는 데 있다. 1998년에 실시된 이산가족상봉 신청자는 12만9천575명이었는데 2014년 8월 31일 현재 46.5%인 6만312명이 숨진 것으로 통일부는 발표했다.

이산가족 상봉 대기 중인 생존자 가운데 90세 이상이 10.4%이고 80대가 41.3%, 70대가 29.1%에 달한다. 이산가족상봉은 어떤 계기마다 진행되는 남북관계의 도구가 아니라 이제는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인간에 대한 예의가 되어야 한다. 또한 2000년 9월 2일 63명의 비전향장기수 1차 송환 이후 2차 송환 대상자 33명 중에 현재 남아 있는 분은 19명에 불과하다. 이분들은 모두 80대에서 90대에 이르는 고령인데다가 전향공작 과정에서의 고문에 의한 후유증과 암 투병에 시달리고 있어서 언제 세상을 등질지 알 수 없게 되었다. 하루가 급박한 상황이다. 사람의 숭고한 존엄이 1차 송환에 이어 다시 한 번 확인되어야 한다.

비전향장기수는 외세에 의한 민족 분단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수십 년을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도 자신의 신념과 양심을 지켜온 장기복역양심수들이다. 여기에는 비전향장기수로서 1차 송환대상자에 포함되었어야하나 통보를 받지 못했던 분도 있고, 정전협정 이후 60일 이내에 마땅히 송환되었어야함에도 불구하고 포로수용소에 있다가 재판에 회부되어 수십 년을 감옥에 갇혀있었던 전쟁포로도 있다. 강제전향은 전향이 아니라면서 전향무효선언을 하고 송환을 적극 희망하는 분들도 있다.

장기구금양심수들에 대한 전향제도는 분단에 의한 대결과 인권에 대한 국제적 압박에서 벗어나보려는 사상탄압의 수단이었다. 그러나 국가기관인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도 비전향장기수에 대한 의문사 진상규명 진정을 조사하면서 ‘잔혹한 고문 등 강제전향과정에서 죽임’을 당한 것을 확인하고 사상전향제도의 위헌성과 강제전향공작의 위법성을 밝혀냈으며 이들 희생자들은 잘못된 법과 제도에 항의하다 희생된 민주화운동에 기여했고 국가는 이들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피해보상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향이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국가 권력에 의해 강제로 진행되었음을 정부도 인정한 것이다. 장기구금양심수들이 ‘강제전향은 전향이 아니다’며 전향무효선언을 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1975년에 제정된 사회안전법이 1989년에 폐지되었고, 사상전향제도가 1998년에 폐지되었으며, 그 대체입법으로 만들어진 준법서약서마저 2003년에 폐지되었다. 전향과 비전향의 구분은 권위주의 통치시대에 있었던 잔혹한 고문의 산물이다. 국가기관인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옳게 가려주었기에 이후 통일부에서도 강제전향 장기구금양심수들에 대해 일괄적으로 ‘비전향장기수’로 규정했다. 2000년 9월 2일에 함께 송환되었어야 하지만 지금이라도 6.15공동선언 합의에 따라 비전향장기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온갖 고문에 오랜 옥고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통일에 대한 신념과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고대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가고 있는 늙은 비전향장기수. 유기진, 김동섭, 문일승, 김교영, 이두화, 서옥렬, 허찬영, 양원진, 최일헌, 박정덕, 박수분, 오기태, 강 담, 박종린, 김영식, 박희성, 양희철, 김동수, 이광근(생년월일 순) 19명의 이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온 겨레의 열망을 받아 안고 민족의 지향에 맞게 남북 사이의 화해와 단합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촛불정권의 사명이다. 그 감동의 시작을 김련희 씨, 해외식당 12명의 여종업원과 함께 비전향장기수의 송환으로 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2018년 4월 27일, 그 역사적인 순간을 온 겨레는 기억하게 될 것이다.

2018년 4월 18일

통일광장,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범민련 남측본부, NCCK 인권센타, 한국진보연대, 민가협양심수후원회, 사월혁명회, 전국여성연대, 장기구금 양심수 서옥렬선생 송환추진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북한해외식당 종업원기획탈북의혹 사건대응 TF, 민중당, 추모연대


​(수정,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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