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과 북이 무척 가까워졌습니다. 급격히 가까워진 것을 체감할 정도입니다. 이달 초 남측 예술단의 평양공연이 방송3사에서 방영돼 큰 인기를 끌면서 한때 예술단 가수들의 이름이 포털 실검 10위권을 거의 석권할 정도였습니다. 또 귀경한 남측 예술단의 방북 후일담이 간간이 새어나오면서 흥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해보면 가히 상전벽해라 할 만합니다. 지난해 남북관계는 완전 단절된 상태였고 북미관계는 실전(實戰) 전단계인 설전(舌戰) 단계였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전변하게 된 데에는 북측의 노력이 컸습니다. 아시다시피 신년 초 북측은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용의를 밝혔으며, 평창올림픽 개·폐막식 때에는 김여정 특사를 비롯해 ‘김영남-김영철’을 잇따라 보냈기 때문입니다.

이런 숨 가쁜 과정 중에 그래도 남북이 가깝게 된 중심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리해 있음을 숨기기 어렵습니다. 김 위원장의 잦은 등장과 거침없는 행보가 남북을 가깝게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이 남측 언론에 전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3월 5일 방북한 남측 특사단과 만날 때입니다. 이날 남측 대북 특사단이 김 위원장을 접견하고 만찬에 걸린 시간은 저녁 6시부터 10시 12분까지 모두 4시간 12분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시간보다는 내용이 중요합니다. 이날 접견에서 김 위원장이 남측을 향해서는 4월 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그리고 미국을 향해서는 북한 체제안전 보장 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천명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날 만찬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가 참석했는데, 이를 두고 호사가들은 북한의 ‘정상국가화’ 과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더 놀랄 일이 일어났습니다. 김 위원장이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전격적으로 비공식 방문한 것입니다. 김 위원장의 등장 이후 7년간을 돌이켜보면 소원했던 북·중 관계가 이토록 급작스럽게 밀착되는 게 예상 밖이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흘리는 노련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동행한 리설주 여사는 중국의 네티즌으로부터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비교되는 등 높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귀국한 김 위원장은 3월 말 평양을 찾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위원장과 접견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남과 북에 새로운 화합의 장을 마련한 특별한 올림픽이었다고 평가하고는, 2020년 도쿄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를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국제무대로 한 발 보폭을 넓힌 것입니다.

4월 1일에는 리설주 여사와 함께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과 나란히 관람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공연을 관람하며 박수를 치기도 했고, 공연 후 출연진과 일일이 악수하며 격려하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이때 “남측이 ‘봄이 온다’라는 공연을 했으니, 가을엔 결실을 갖고 ‘가을이 왔다’라는 공연을 서울에서 하자”며 ‘가을 서울공연’을 예약해 놓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더 의미 있고 놀라운 일들이 벌어질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에 등장합니다. 남측 TV와 언론 매체에도 자주 나올 것입니다. 특히 이번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지난 2000년과 2007년 때처럼 7년, 11년 걸려서가 아니라 남북의 정상들이 일 년에 한두 번이고 수시로 만나고 또 정례화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평양에서 남측 예술단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지난 3일, 미산각 환송 만찬을 주재한 김영철 북측 당중앙위 부위원장이 “정이 통하면 뜻이 통하고 뜻이 맞으면 길이 열리기 마련입니다”고 말했듯이, 정이 통하고 뜻이 맞고 또 길이 열리려면 남과 북이 자주 보고 또 만나야 합니다. 남북 정상의 잦은 만남과 그 정례화가 민족화해와 민족공조의 척도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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