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 남측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거침없는 발언으로 좌중을 웃게 만든 것으로 9일 뒤늦게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그동안 우리가 미사일을 발사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새벽에 NSC 개최하느라 고생 많으셨다”며 “오늘 결심했으니 이제 더는 문 대통령 새벽잠 설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수석특사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6일 방북 결과 브리핑에서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하였다”고 밝힌 대목을 부각시킨 것.

김정은 위원장은 또한 “고봉산 호텔에서 묵는다고 들었다. 자기들(북측 대표단)은 남쪽에서 대접 잘 받고 돌아와 놓고 소홀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해 웃음이 터졌고, “백화원 초대소가 공사 중이라 이용하지 못하니 양해바란다”고 해명했다.

대북 특사단은 국빈급 초대소인 백화원 초대소가 아닌 명칭이 익숙치 않은 ‘고방산 초대소’를 숙소로 배정받아 이용했다. 물론 고방산 초대소 역시 평양 대동강변에 자리잡은 고급 휴양시설이다.

김 위원장은 “이제는 실무적 대화가 막히고, 안하무인격으로 나오면 대통령하고 나하고 직통전화로 이야기하면 간단히 해결된다”고 말해 다시 한 번 좌중을 웃음짓게 했다.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간 핫라인(Hot Line)을 설치하기로 하였으며,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첫통화를 실시키로 하였다”는 발표 내용을 두고 김 위원장이 한 농담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오후 ‘안하무인’은 “북 실무진의 안하무인”이라고 친절히 토를 달았다. 자칫 김 위원장이 남측 실무진을 ‘안하무인’으로 폄하한 것으로 오해를 살까 사족을 붙인 것.

뒤늦게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 몇 대목이 소개됐지만, 정작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속히 만나자고 제안한 사실은 정의용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때까지 알려지지 않고 철저히 보안이 지켜졌다.

대북 특사단은 김 위원장이 “여러분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이해한다”며 자발적으로 주요 구상을 밝혔고, 자신에 대한 남측이나 해외 언론의 보도 등에 대해서도 “무겁지 않은 농담을 섞어서 여유있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한 바 있다.

특사단은 김 위원장에 대해 “솔직하고 담대하다”, “배려하는 모습을 많이 느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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