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이 5일 대북 특사단을 파견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대북 특사단을 파견키로 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분수령을 맞고 있습니다. 게다가 특사단 파견 과정이 속도전으로 진행되고 있어 놀라움마저 주고 있습니다.

이번 특사단의 방북 목적은 북미대화의 접점을 만들고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있습니다. 이는 특사단 면면을 보면 확연히 드러납니다. 특사단은 정 실장을 수석으로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5명으로 꾸려졌습니다.

통상 정 실장을 미국통으로 서 원장을 북한통으로 부르는데, 각각 북미대화와 남북 정상회담 성사의 임무를 갖고 있습니다. 김 2차장은 같은 부서의 수장인 서 원장을, 윤 국정상황실장은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하는 정 실장을 각각 보좌하고, 남북회담 경험이 풍부한 천 차관이 전체를 조율하겠지요.

앞에서도 밝혔지만, 이번 특사단 파견이 한반도 정세에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북미대화 중재에 성공한다면 이는 곧바로 남북 정상회담의 빠른 성사를 보장하기에 한반도 정세는 상당 기간 안정되겠지요. 역으로 북미가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남북 정상회담은 우여곡절을 겪게 될 것이고 한반도 정세는 그만큼 불안해지겠지요.

그런데 지금 우리의 관심은 정세에 있지 않고 본질에 있습니다. 한반도 정세의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남과 북의 상호 신뢰와 그에 근거한 단결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민족공조 또는 남북공조라 말할 수 있겠지요. 돌이켜보면, 올 초부터 평창 동계올림픽을 지나 이번 대북 특사단 파견까지 이르는 과정은 한마디로 빛나는 남북공조의 시기였습니다.

김정은 북측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라며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겠다며 북측의 참가를 꾸준히 독려해 온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에 대한 화답인 셈이었습니다. 최초의 남북공조인 것이지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과 북은 개회식에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을 했으며,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단일팀을 구성했습니다. 스포츠 영역에서 구체적인 남북공조가 이뤄진 것이지요.

평창올림픽 개막식 때 북측에서 김여정 특사가 방남해 문 대통령을 만나 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방북을 초청하자 문 대통령이 ‘여건 조성’이라는 단서와 함께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나, 폐막식 때 방남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북미대화 요구에 ‘용의 있음’을 밝힌 것은 모두가 남북공조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알린 것입니다.

특히, 남측 특사단의 5일 방북이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것은 남북공조가 매우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이처럼 남과 북이 서로 마음을 헤아리며, 요구사항을 주거니 받거니 한 것은 모두 전형적인 남북공조인 것입니다.

정세는 언제고 변할 수 있습니다. 불과 서너 달 전만 해도 한반도는 극도의 긴장과 전쟁 분위기였다가 평창올림픽에 북측이 참가함으로써 한반도에 평화의 제전이 펼쳐졌습니다. 이번 특사단의 방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쉽게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정세의 부침은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이지만, 민족공조는 어떤 변수가 돌출해도 변함없이 유지되어야 하는 철칙(鐵則)이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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