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진리는 개별적 인간의 머릿속에서 탄생되지도 발견되지도 않는다. (미하일 바흐친)

 

칠장이 히틀러의 노래
 - 브레히트  

1

칠장이 히틀러는 말했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나에게 일할 기회를 주십시오!
그리고 그는 갓 만든 회반죽을 한 통 가져와
독일 집을 새로 칠했다네.
모든 독일 집을 온통 새로 칠했다네

2

칠장이 히틀러는
말했네. 이 신축가옥은 곧 완공됩니다!
그리고 구멍 난 곳과 갈라진 곳과 빠개진 곳들
모든 곳을 모조리 발라 버렸다네
모든 똥 덩이를 온통 발라 버렸다네

3

오 칠장이 히틀러여
왜 자네는 벽돌장이가 되지 못했나? 자네의 집은
회칠이 비를 맞으면
그 속의 더러운 것들이 다시 드러난다네
그 똥 뒷간 전체가 다시 드러난다네.

4

칠장이 히틀러는
색깔을 빼놓고는 아무것도 배운 바 없어
그에게 정작 일할 기회가 주어지자
모든 것을 잘못 칠해서 더럽혔다네
독일 전체를 온통 잘못 칠해서 더럽혔다네

 
 한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친구로부터 놀림을 받았단다. 심약한 아이라 맞대응하지는 못하고 아빠와 함께 부화한 병아리를 열심히 길렀단다. 아이는 병아리와 친하게 지내며 외로움을 견뎌냈단다.

 그런데 병아리가 쑥 쑥 커가니 이웃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단다. 닭울음소리 때문에 잠을 못자겠다고. 할 수 없이 닭을 잡아 삼계탕을 만들어 먹고는 아이에게는 지인의 시골 농장에 주었다고 거짓말을 했단다.

 하지만 아이가 닭을 보고 싶다며 졸라대는 바람에 부모님은 아이를 시골 농장에 데려갔단다. 아이는 수많은 닭들을 보며 닭 이름을 부르더란다. ‘가온아!’ 그러자 닭들이 일제히 되돌아보며 마구 울자(한 마리만 뒤돌아봐야 하는데......)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단다.

 아이는 나중에 그때의 상황을 글로 써 상을 받고 아이들과도 친하게 지내게 되었단다.

 놀림을 당한 아이를 인내를 가지고 아이의 아픔과 성장을 지켜본 부모님 덕분에 아이는 ‘내적 성장’을 이룰 수가 있었다.

 아이는 세상을 한 가지 색깔로 보지 않을 것이다. ‘놀림’이라는 단어가 여러 색깔로 변주되는 것을 보았기에.

 여러 색깔이 모여 무지개가 되는 신비. 이게 세상만사의 비의일 것이다.    
 
 ‘칠장이 히틀러의 노래’는 얼마나 슬픈가!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나에게 일할 기회를 주십시오!/그리고 그는 갓 만든 회반죽을 한 통 가져와/독일 집을 새로 칠했다네./모든 독일 집을 온통 새로 칠했다네’‘칠장이 히틀러는/색깔을 빼놓고는 아무것도 배운 바 없어/그에게 정작 일할 기회가 주어지자/모든 것을 잘못 칠해서 더럽혔다네/독일 전체를 온통 잘못 칠해서 더럽혔다네’

 오래 전 교사 시절 ‘전교조’를 하다 고향에 갔더니 한 후배가 느닷없이 질문을 했다. ‘형, 도대체 정체가 뭐야?’

 지금도 그 목소리가 가슴 깊이 아프게 남아 있다. ‘빨갱이’라는 색깔로 정다웠던 후배가 나를 보니 나는 뭐라고 해야 하나? 그에게는 내가 분명히 빨갛게 보일 텐데.

 우리는 ‘진리가 머릿속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머리로만 공부한 결과다. 그래서 자신의 머리가 시키는 대로 살아간다. 그래서 ‘세뇌’가 가능하다.

 진리는 인간이 함께 살아가며 만들어가는 것이다. 인간 문화, 역사는 ‘집단지성(集團知性)’의 결과다. 진리가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하는 생각은 ‘근대 산업자본주의의 사고’다.

 근대 산업사회는 ‘인간의 이성(理性)’으로 만들어졌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로 엄청난 물질적 성장을 이룬 사회다.

 이런 사고(思考)가 극단화되면 ‘히틀러 같은 칠장이’가 탄생한다. 자신의 이성, 생각으로만 세상을 본다.

 하지만 세상은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실은 인간은 오랫동안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신화(神話)의 사고’로 살아왔다. 과학적인 사고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현대의 인문학, 예술은 물론 과학마저도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사회의식, 학교 교육은 얼마나 ‘과학, 논리’라는 하나의 색깔에 갇혀 있는가!

 아직도 우리 사회는 ‘칠장이’를 양산하고 있다. 동창회 카톡방에는 종교, 정치 얘기 빼고 ‘덕담’만 한다. 그래서 우리는 늘 대화에 굶주려 있다. 함께 있어도 ‘인간’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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