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이 시작됐다. 북측 고위급대표단은 지난 9일부터 2박 3일 방남 기간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5번,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4번 만났다. 이들의 일정을 정리했다. 

▲ 9일 낮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북측 고위급대표단 단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마중나간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악수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9일 ‘참매-2호’타고 방남..“역사적인 악수”

2월 9일 오후 1시 47분경 인천국제공항. 북녘에서 ‘참매-2호’가 날아와 착륙했다. 2014년 10월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 참석차 방남한 북측 고위급 3인방을 태운 전용기가 온 지 4년 만이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이자 특사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 등 고위급대표단이 남녘 땅을 밟았다.

김성혜 조평통 통전책략실 실장, 리택건 당 통일전선부 부부장, 김창선 서기실장 등 보장성원 16명과 <조선중앙통신> 기자 3명이 함께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천해성 통일부 차관,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마중을 나왔다. 공항 귀빈실에 5분여 머문 북측 고위급대표단은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담배 한 대 피울까”라고 말하기도.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특사’ 자격을 증명하듯, 평소 북한 매체에서 보이던 모습과 달리 당당한 표정이었다.

이들을 태운 KTX 열차는 인천공항역을 출발, 서울역에서 평창올림픽 개회식 참석 주요 인사들을 태운 뒤, 평창 진부역에 도착했다. 

▲ 9일 오후 강원도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개회식 사전 리셉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첫 악수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9일 오후 6시, 강원도 평창군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개회식 사전 리셉션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외 주요 인사들과 인사를 하기 위해 섰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처음으로 악수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김 상임위원장이 만나기를 바랐던 정부의 기대와 달리, 펜스 부통령은 지각 입장 이후 5분도 채 안 돼 자리를 떴다. 북한 매체들은 “구차스런 연기”라고 비꼬았다.

▲ 9일 오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문 대통령과 북측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첫 악수장면. 외신들은 "역사적인 악수"라고 타전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오후 8시. 평창올림픽 개막식 주빈석에 김영남 상임위원장,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앉았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입장하자 모두 일어섰다. 그리고 문 대통령과 김 제1부부장은 처음으로 악수했다. 외신들은 “역사적인 악수”라고 일제히 타전했다.

태극기 게양과 함께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김 상임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은 일어섰으며, 단일기(한반도기)를 들고 남북 선수단이 공동 입장할 때는 문 대통령 부부와 함께 일어나 손을 흔들며 환영했다.

10일 문 대통령 접견..김여정 특사, “북을 방문해 달라” 

2월 10일 오전 11시 청와대. 북측 고위급대표단이 본관에 도착하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마중을 나왔다. 그리고 현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들을 맞았다. “추운 날씨에 밤늦게 고생 많으셨다”고 문 대통령이 인사하자, “대통령께서 마음을 많이 써주셔서 괜찮았다”고 김 제1부부장이 화답했다.

남측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북측에서는 김영남 상임위원장,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마주했다.

▲ 10일 오전 청와대 접견에서 김여정 대남 특사가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김 제1부부장이 입을 열었다. “국무위원장님의 특명을 받고 왔습니다”라며 자신이 대남 특사임을 밝힌 것.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문구가 금장으로 새겨진 파란색 서류철 안에 김 위원장의 친서가 들어 있었다.

김여정 특사는 “문재인 대통령을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김 위원장의 구두 친서를 전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방북을) 성사시키자”며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 간의 조기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북미대화에 북측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청했다.

접견과 오찬 등 3시간 동안 진행된 남북 최고위급 만남에서, 김여정 특사는 거듭 “빠른 시일 내에 평양에서 뵈었으면 좋겠다”며 “문 대통령께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많은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면 어제가 옛날인 것처럼 빠르게 북남관계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께서 통일의 새장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길 바란다”면서 거듭 문 대통령의 방북을 타진했다.

▲ 10일 오후 강릉 스카이베이호텔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 주재 환영만찬이 열렸다. [자료사진-통일뉴스]
▲ 문재인 대통령 내외과 북측 고위급대표단이 10일 오후 강릉 관동아이스하키센터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를 관람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오후 6시 반 강릉 스카이베이 호텔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측 고위급대표단을 위한 만찬을 마련했다. 

이어 오후 9시 10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코리아’와 스위스의 경기에 문 대통령 내외와 함께 공동응원을 했다.

11일 밤 ‘참매-2호’타고 돌아가..김 상임위원장, “다시 만날 희망”

2월 11일 서울. 낮 12시 고위급대표단의 숙소인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환송오찬을 마련했다.

남측에서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 박재규 경남대 총장,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상임의장,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심재권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배재정 국무총리 비서실장, 강수진 국립발레단 감독 등 12명이 참석했다.

북측에서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10명이 함께 했다.

▲ 11일 낮 워커힐 호텔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환송오찬이 열렸다. [자료사진-통일뉴스]
▲ 10일 오후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로 비공식 환송만찬이 열렸다. [자료사진-통일뉴스]

이어 서울 중구 반얀트리 호텔에서 임종석 비서실장이 주재한 비공식 환송만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도 김 제1부부장은 문 대통령 방북 초청을 거듭 강조했다. “솔직히 이렇게 갑자기 오게 되리라 생각 못 했고 생소하고 많이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비슷하고 같은 것도 많더라. 하나되는 그날을 앞당겨 평양에서 반가운 분들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건배를 제의했다.

오후 7시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북측 ‘삼지연 관현악단’의 마지막 공연이 올랐다. 북측 고위급대표단은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함께 관람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공연에 앞서 문 대통령에게 “대통령과 함께 의견 교환하고 자주 상봉할 수 있는 계기와 기회를 마련했으니, 다시 만날 희망을 안고 돌아간다”고 문 대통령 방북을 우회적으로 다시 한번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우리 만난 게 소중하다. 이 만남의 불씨를 키워서 횃불이 될 수 있도록 남북이 협력하자”고 답했다.

공연이 끝난 뒤, 김 제1부부장은 대통령 부인 김정숙 씨에게 “늘 건강하세요, 문 대통령과 꼭 평양을 찾아오세요”라고 말했다.

▲ 11일 오후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서울공연에 문 대통령 내외와 북측 고위급대표단이 공연을 관람했다. 북측 고위급대표단은 공연 관람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끝낸 뒤 북으로 돌아갔다. [자료사진-통일뉴스]

사흘 간의 방남 일정을 마친 북측 고위급대표단은 오후 10시 24분경 인천국제공항에서 전용기 ‘참매-2호’를 타고 돌아갔다.

돌아가기에 앞서 북측은 거듭 문 대통령의 방북을 희망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배웅을 나온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희망이 뻗쳐 오른다. 나의 간절한 부탁이 실현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 주기 빌겠다”며 포옹하고 등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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