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목사 / NK VISION 2020 대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하 상임위원장)의 평창올림픽 참가 속보가 뜨자, 그의 위상과 직위에 대한 잘못된 SNS 글들과 언론기사들이 속출하고 있어, 이를 바로 잡고자 한다. 특히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이하 국무위원장)의 위상과 직위를 오해하거나 헷갈려하는 SNS 사용자들과 기자들이 의외로 많아 일반인들에게 잘못된 정보가 제공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어서 지적하고자 한다.

그동안 북에서 직접 목격하고 수집한 자료 내에서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위와 위상 차이를 비교하면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들을 하나씩 점검해 보도록 하자. 두 지도자가 지닌 권한과 위상에 대한 차이점, 국가를 대표하고 지도하는 역할에 대한 분담은 우리가 추측하거나 생각하는 것처럼 북의 권력구조 특성상 단순하지 않고, 조금은 복잡하다.

참고적으로 방북 기간에 만난 인민들과 관리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직책을 어떻게 호칭하는가에 대해 주시해 관찰하니 예외 없이 “원수님!!” 이라고 불렀다. 반면 김영남 상임위원장에게는 그냥 직책대로 “상임위원장님”이라고 호칭했다. 현재 김영남의 직책은 김정은에 이어 국가 의전 서열 2위에 해당되는 것은 맞다고 본다. 그러나 김영남을 권력서열상 ‘넘버 2’로 바라보는 인식 또한 잘못된 것이며, 여러 국가에서 시행중인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하의 정부수반으로 인식하는 것도 잘못됐다.

통상 김정은에 해당하는 국가원수라는 직책은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 통치권자를 지칭하는 ‘President’인데 반해, 국가수반(정부수반, 행정수반, 내각수반 등)이라는 직책은 통상 정부 조직에서 가장 수위가 높은 최고책임자인 ‘Head of Government’를 일컫는다. 수반 직책은 그동안 내각제나 내각제에 가까운 이원집정부제에서 국가원수와 정부수반을 구분하는 경향이 있어 왔다. 내각제는 군주나 대통령이 실권이 거의 없는 의전상, 명목상의 국가원수이고, 간접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총리(수상)가 실권자로서 수반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북 권력 구조를 보면 내각이 별도로 조직되어 박봉주 총리가 활발히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김영남의 경우는 통상적인 수반들의 사례들과는 경우가 많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원수 김정은과 국가수반 김영남의 상관관계는 모호한 듯하면서도 확연히 구분된다.

국가의 ‘최고 영도자’와 국가의 ‘대표자’. 이것이 김정은과 김영남의 역할 분담인 것이다. 이처럼 두 사람은 최고지도자의 반열에 속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2인 집단지도 체제도 아니며, 두 지도자에 대한 서열과 권한을 차별화하며 누가 더 높은가에 대한 관점으로 이해해도 안 된다. 서로 나란히 각자의 직책에 부여된 권한을 충실히 행사하며 서로 보완하고 협력하며 궁극적으로 합치될 때, 비로소 최고 수준의 권력행사가 완성될 수 있도록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이 의도적으로 법제화한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실제로 국가원수 직책이 국방위원장과 상임위원장 사이에 왔다갔다 했던 적이 있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의 최고인민회의는 김영남이 맡은 상임위원장 직책에 무려 11년 동안 국가원수로서의 권한을 부여한 적이 있었다. 김일성 주석 사후, 1998년부터 개정된 헌법에 의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무려 11년간 국가원수의 직책을 위임받았으며 이때 김영남의 권한과 위상은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수위(首位)가 동일하다고 볼 수 있었다.

북에서 국가수반급 이상 최고지도자로 선출되려면 그 첫 관문이 바로 매 기수 5년마다 치르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선출되어 대의원 자격을 얻어야 가능하다. 현재 북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 687명에 선출된 명단에는 당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제111호 백두산선거구’에서 출마해 선출됐고,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제55호 은하선거구’에서 당선됐다.

헌법에 명시된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권한과 위상을 알아보도록 하자. 사회주의헌법 제111조에 의하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며, 다른 나라 사신의 신임상, 소환상을 접수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어, 명실상부 김영남이 국가를 대표하는 것으로 못 박았다. 대한민국에서는 위의 조항을 행사하는 직책이 대통령만이 가능하다.

남측에서는 일부가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남측의 국회의장직에 대비해 단순히 입법부의 수장이나 의회기관 대표로 알고 있는데 그 또한 잘못된 상식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입법부의 수장은 김영남이 아니라 현 최고인민회의 최태복 의장이며, 최 의장이 헌법기관장이다. 따라서 김영남을 북한의 6부 요인(六府要人)으로 구분하는 것도 잘못됐다.

북의 현실을 보면 청와대를 대치할 수 있는 공식적인 국가원수의 집무공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국가원수 권한을 지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식 집무공간은 노동당 중앙당사의 노동당 제1 총비서 집무실인데, 이는 당과 관련된 직책이기 때문에 외부에 공개된 적도 없고, 국가라는 체제로서의 대표성이 아니기에 공개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국가수반인 김영남의 공식 집무공관인 만수대의사당은 국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 국가 의전행사를 치르거나, 국가수반으로서 국가를 대표하는 집무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중이다. 과거 국가원수를 겸하고 있던 국가주석 제도 하에서는 김일성 주석이 근무하는 금수산의사당이 청와대나 백악관을 대치하는 국가원수 공관이었으나, 김 주석 사후 주석제가 폐지되면서 주석궁은 원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김일성, 김정일의 유해를 안치하는 묘역과 기념관으로 용도를 변경하여 사용 중이다.

최고인민회의 주석제가 폐지되고 상임위원회가 새롭게 신설되면서, 주석제도의 모체가 되는  중앙인민위원회의 권한을 상임위원회가 모두 이양 받게 된 것이다. 중앙인민위원회란 주석, 부주석, 서기장, 위원으로 구성된 최고권력기관이었는데, 주석이 위원회의 최고수위(首位)로서 헌법상 국가원수직이었다. 그러다가 김일성 사후 1998년부터 직제를 바꾸고 바야흐로 상임위원회가 국가주권의 최고지도기관으로서 역할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국가주석제가 폐지된 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내각 총리, 국방위원회 위원장으로 권력이 적절하게 3등분으로 나누어졌다. 물론 국방위원장의 권한이 이전보다 더 대폭 강화되어 사실상의 국가 최고 권력을 위임받기는 했으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국가를 대표한다”는 조항에 따라 이때부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헌법상 국가원수가 되도록 결의했던 것이다.

그러다 11년의 세월이 흐른 2009년에 이르러 최고인민회의는 다시 사회주의헌법을 개정하면서 “국방위원회 위원장이 최고령도자”라는 내용을 추가하면서 공식적인 국가원수는 다시 국방위원회 위원장에게로 돌아가도록 했다. 그리고 3년의 세월이 흐른 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거하면서 2012년 4월 13일에 열린 제12기 최고인민회의 제5차 회의에서 사회주의 헌법을 다시 수정 보충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영원한 국방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법령을 채택하며 국방위원장직을 공석으로 남겨둔 채 김정은을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선출하였다.

그리고 다시 4년의 세월이 흐른 2016년 6월 29일, 또 다시 개정된 사회주의 헌법에 의해 국방위원회는 ‘국무위원회’로 대체하도록 직제를 변경했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국무위원장(國務委員長)’으로 추대하였다. 2016년 6월 개정된 ‘사회주의헌법 수정보충안’에 의해 기존 제6장 제2절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고쳤으며 초대 국무위원장에 김정은이 선출됐으며, 부위원장에는 황병서, 최룡해, 박봉주 3인의 대의원이 선출됐다.

최근 13기 최고인민회의에서 수정된 국무위원장의 지위와 권한에 대해 알아보자. 수정헌법 제100조에 의한 국무위원장 직의 위상과 권한을 보면,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령도자이다”라고 명시하여 김정은이 실질적인 국가원수임을 밝혔다. 그러나 101조에 의해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임기는 최고인민회의 임기와 같다”고 명시해 국무위원장 직책이 영구적인 종신직이 아닌 5년 단임제 임기임을 분명히 못 박았다.

결론으로, 북은 국가원수 역할과 국가수반 역할이 딱 부러지게 구분되면서도 동시에 각각 국가 최고권력의 권한과 역할을 원수 직과 수반 직으로 적절하게 구분되어 분담하도록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헌법상 국가원수로서의 권한과 직위를 부여받은 ‘최고령도자’라고 헌법이 부여했다면, 김영남 상위임원장은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 국가수반으로서의 권한과 직위를 부여받은 ‘국가의 대표자’이자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권한과 지위를 부여받은 것이다. 국가의 ‘최고 영도자’와 국가의 ‘대표자’ 이것이 김정은과 김영남의 역할 분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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