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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을 타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위대함<산행기>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16구간
오동진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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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31  16: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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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동진 / 종주대원, 전태일재단 대외협력위원장

일자 : 2017년 12월 10일(일) 당일산행
구간 : 우두령∼삼성산∼여정봉∼바람재∼형제봉∼황악산∼백운봉∼운수봉∼여시골산∼괘방령
산행거리 : 12.61km,
산행시간 : 6시간 54분 (식사 및 휴식시간 포함)
산행인원 : 10명

 

   
▲ 눈보라를 뚫고 행진하는 대원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16차 산행. 민들레꽃이 피어나는 4월에 시작된 우리의 통일여정은 백두대간 남쪽구간의 1/4까지 왔다.

덕유산, 지리산 고봉을 오르내리며 헐떡이던 심장과 후들거리던 다리 근육은 어느새 단련이 되어 우리의 산행을 북쪽으로 재촉하고 있다.

이번 구간은 김천시 대항면과 영동군 상촌면 사이의 우두령에서 시작해 삼성산, 여정봉, 바람재, 형제봉과 최고봉인 황학산을 올라 백운봉, 운수봉, 여시골산을 거쳐 괘방령에서 마무리하는 12.61Km의 산행으로 시작점과 끝나는 지점 모두 접속구간이 없다.

720미터의 고도에서 시작해 1,113미터까지 오르내리다가 300미터까지 내려오는 길을 평균시속 2.3Km로 걸어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 속도, 고도 산행정보.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이날 대원들은 평균시속 2.3Km로 걸어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차가운 겨울비 맞을 걱정하며 떠나는 길

조한덕 대원이 빠지는 날엔 날이 흐리다는 속설이 맞는가? 전철 첫차에 맞춰 집을 나서는데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아! 오늘 비 맞으며 고생을 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우산을 편다. 사당역에 도착하니 이번에는 눈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가 전세낸 버스가 일이 생겨 다른 버스로 대체되었다고 하는데 눈 때문인지 아직 오지 않고 있다. 버스정류장에서 휘날리는 눈을 바라보며 쉽지 않을 산행에 마음이 묵직하다.

겨울산행이 시작되면서 9∼10명으로 단촐해진 우리팀은 이제 정예대원으로 불린다. 가빈이, 가희가 함께 가려고 하다가 겨울 장비가 마련되지 않아 함께하지 못하고 이기윤 대원이 오랜만에 참가하였다.

서울의 눈길을 벗어나자 점차 날씨가 맑아지기 시작하였고 쉼없이 달린 버스는 마지막 산행 준비를 위해 황간휴게소에 내려준다. 황간IC를 빠져나온 버스가 잔설이 남아있는 휑량한 농촌길을 지나 우두령에 도착하니 9시45분. 딱 3시간 걸렸다.

구름도 다 걷히고 추위도 없어 걱정은 말끔히 사라지고 밝은 얼굴로 낯익은 황소조각상 아래에서 인증사진을 찍었다. 접속구간이 긴 구간은 웬지 손해보는 느낌이 드는데 이번 산행은 곧바로 대간길로 접어들어 이득을 보는 것 같다.

   
▲ 들머리 우두령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삼성산 정상석.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변화무쌍한 날씨탓에 다채로운 풍광이 눈앞에 펼쳐지고

간단한 준비운동을 하고 전용정 대장이 앞장서 눈이 녹지 않은 들머리로 올라선다. 시작부터 상당한 오르막길이지만 울뚝불뚝한 바위산이 아닌 흙길이고 당일 산행이라 크게 힘들이지 않고 걷는다.

능선길에 만나는 북풍은 매섭지가 않고 오히려 상쾌함과 시원함을 가져다 주었다. 쉬지 않고 오르다보니 어느새 986미터의 삼성산 정상석이 우리를 반긴다.

이제 구름은 사라지고 자연은 멋진 풍광으로 우리의 고생에 보답을 해 주었다. 삼성산 정상 밑으로 골짜기에 조그만 암자가 보이는데 아마 삼성암인가 보다. 간간이 해가 비추어 능선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경치가 발걸음을 쉬게 하고 사진에 담게 만든다.

중첨되는 산능선이 만들어내는 너울 같은 풍경을 일컬어 산그리메라고 한다는데 힘이 들어도 또 다시 우리를 산으로 불러내는 자연의 힘이다. 오르내리기를 하다보니 1,030미터의 여정봉을 지나 무선통신 증폭 안테나기지가 있다는 바람재에 도착했다.

   
▲ 바람재 정상석.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바람을 피해 즐거운 점심식사.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점심과 정상주

바람재 지역은 백두대간 마루금을 단절하고 있던 폐군사시설물을 2010년 철거하고 지형과 식생을 복원하는 지역이다. 안테나 시설만 보이는 바람재 정상은 복원구간이라 통제돼 있어 우회길로 내려가니 바람에 휘날리는 글씨체로 정상석이 서있다.

편서풍과 북서풍 바람이 매우 빨라지는 곳이라하여 바람재라 불린다. 허기진 배를 채워줄 점심을 먹기로 한 곳이다. 재 바로 밑에까지 도로가 나있고 목장이 조성돼 있는데 목장동물은 보이지를 않는다.

바람이 불지 않는 알맞은 장소에 자리를 펴고 각자 싸온 음식들을 꺼냈다. 지난 산행 때는 차가운 바람 때문에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는데 오늘은 여유있게 먹을 수 있다.

정병창 대원이 보냈다는 백주가 목구멍에서부터 배속까지 따끈하게 달구고 보온통에서 꺼낸 따뜻한 음식들이 어우러져 더없이 행복하다.

아무리 날이 좋다고 해도 겨울은 겨울이다. 점심을 다 먹어갈 즈음 검은구름이 모여들더니 눈발이 휘날리기 시작해 마음이 급해진다. 그나마 비가 아니라 눈이어서 다행이다.

   
▲ 황악산에서 모두 함께.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빼놓을 수 없는 정상주.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서둘러 배낭을 꾸려 짊어지고 나니 눈발도 제법 굵어지고 북풍에 눈이 휘날려 시야를 가린다. 산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눈은 금새 눈앞에 보이는 자연을 새롭게 바꿔내는 요술을 부렸다. 나무도 땅도 하얗게 변해가는 모습에 감탄하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산행정보에는 황악산 전에 형제봉이 있다는데 정상석은 보이지 않는다. 형제봉은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와 수도산과 가야산 등을 이루는 수도지맥에서 갈라진 산줄기라 한다. 비탈길을 계속 오르다보니 이번 구간에서 가장 높은 1,111미터의 황악산 고지에 올라섰다.

황악산은 남쪽 한반도의 중심으로 일컬어진다. 김천의 대표 명산으로 비로봉, 신성봉, 백운봉, 운수봉을 거느리고 있다.

눈보라가 치고 아무리 추워도 정상주는 빼놓을 수는 없는 의식이다. 소주와 백주가 나오니 대원들이 각자 잔을 들고 모여든다. 한 모금의 독주를 넘기니 식도가 짜릿해 지고 몸도 따뜻해 진다.

정상주는 가장 험하고 높은 곳에 무사히 오른 것을 자축하는 문화행위이다. 김성국 대원으로 대표되는 주당들의 즐거움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 다시 장비들을 챙기고 출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가슴아픈 역사의 현장에 서서

이지련 대원은 지리에도 관심이 많아 사전에 수많은 정보를 대원들에게 제공하고 산행중에도 끊임없이 지형과 역사에 대해 설명해준다. 2002년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었던 이정향 감독의 영화 ‘집으로’가 형제봉 아래 지통마 마을에서 촬영된 장소라고 한다.

황악산 정상부터는 계속 내리막길이다. 백운봉을 지나 직지사의 부속 암자인 운수암을 지척에 두고 있는 680M의 운수봉을 무난히 지나친다. 직지사는 신라 지눌왕 2년에 아도 화상이 세웠다고 하고 임진왜란의 와중에도 일주문과 사천왕문, 비로전은 소실되지 않고 보존되었다고 한다.

직지사는 많은 보물과 중요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데 주변 사찰에서 끌어다 모은 것이라는 이지련 전문가의 전언이다.

직지사 주변에 정종의 태실이 안치되어 있었는데 일제가 서삼릉으로 강제 이전하였다고 한다. 아침에 황간IC에서 우두령으로 가는 길가에 노근리사건이 일어난 철길이 보였다.

1950년 7월 미군이 충북 영동군 노근리 경부선 철로 위에 피난민들을 모아놓고 기관총을 발사하여 최소한 양민 200여 명을 살육한 사건이다. 외세의 침략과 수탈에 안 아픈 곳이 있을까마는 역사의 현장에서 듣고 보니 고달팠던 선조들의 삶이 가슴을 더욱 아리게 한다.

   
▲ 풍경 1.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눈 맞은 나무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풍경 2.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다양한 풍광으로 겨울산행의 고생에 보답을 해주는 자연

예전에 여우가 많이 살았다는 여시골산을 지나니 눈은 그치고 다양한 경치가 우리를 즐겁게 한다. 이번 산행에서는 날씨가 변화무쌍하였다.

떠날 때는 비와 눈이 내리더니 오전에는 맑은 날씨로 첩첩산들을 보여주는가 하면 오후에는 눈보라로 변해 아이젠을 신어야 했고 하산할 무렵에는 다시 날이 개어 황홀한 석양의 경관을 선물하였다. 자연은 얼마나 위대한가. 이러한 풍광은 대간을 타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으리라.

   
▲ 무성한 갈대숲.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엄청난 낙엽길.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이번 16구간은 날씨의 변화도 심했지만 산줄기 전체가 흙으로 되어 있고 함께 살고 있는 나무와 식물도 다양한 종들이 공존하고 있어 포근함을 안겨 주었다. 거만하게 서있는 침엽수도 없었고 간간이 서있는 소나무도 불쑥 솟아 있는게 아니라 주변의 잡목들과 어울려 자연스런 모습으로 살아간다.

활엽수도 크고 굵은 게 아니라 알맞게 작은 나무들을 배려하며 자리를 잡고 있고 잡풀들도 자연스레 영역을 확보하며 살고 있다. 지리산, 덕유산의 큰 산에서 어김없이 골짜기를 점령해 오고 있던 조릿대도 볼 수 없었다.

서로를 의지하며 다정하게 살아가고 있는 자연을 보니 마음이 푸근해지고 경쟁과 속도에 지쳐 있던 심신이 안정되는 것 같다.

   
▲ 끝없는 하산 계단길.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하산 무렵 노을 지는 뒷산을 배경으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620미터에 위치한 여시골산부터 해발 300미터에 위치한 괘방령까지는 급경사의 내리막길이다. 추풍낙엽처럼 낙방한다는 추풍령을 피해 장원급제를 바라는 선비들의 통행로였던 괘방령에 5시에 도착하니 지친 우리를 태워갈 버스가 반갑게 기다리고 있다.

어두어지기 전에 알맞게 내려왔다. 안전하게 마친 산행을 기념하며 인증사진을 찍고 미리 예약해 둔 황간읍의 안성식당에서 올갱이해장국과 전에 하산주를 마시니 몸이 노곤해진다.

버스는 휴게소 한번 들르지 않고 곤히 잠든 우리 대원들을 사당역까지 데려다 주었고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16차 산행을 마무리하였다.

   
▲ 날머리 괘방령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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