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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징대학살과 1894년의 교훈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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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14  11: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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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13일은 난징대학살 80주기가 되는 날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난징(南京)을 방문, 생존자를 만나 “이전의 경험을 잊지 않으면 이후에 귀감이 된다”면서 “역사를 거울로 삼아 미래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언론은 주로 문재인 대통령이 하필 주인도 자리를 비운 이날 베이징에 도착했다는 식의 트집잡는 보도를 쏟아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한‧중 비즈니스포럼 연설에서 난징대학살을 거론,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한다며 “이제 동북아도 역사를 직시하는 자세 위에서 미래의 문, 협력의 문을 더 활짝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중 정상이 난징대학살이라는 과거의 아픔을 공유하면서 ‘미래의 길’과 ‘미래의 문’을 나란히 언급한 것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37년, 일본은 중‧일전쟁으로 전선을 확대해 12월 13일 중국 국민정부의 수도였던 난징을 점령했고, 이듬해 2월까지 대량학살과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 중국측은 30만 이상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6년간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숱한 학살과 탄압을 겪어낸 우리로서 동병상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난징대학살과는 성격이 다소 다르지만, 1923년 9월 1일 발생한 일본 간토(관동) 대지진 당시에 6천여 명의 재일동포들이 일본 정부와 군의 개입하에 집단 학살당한 ‘간토 대지진 조선인 집단학살 사건’도 우리는 잊을 수 없다.

지난 10월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당 총서기로 재선돼, 당창건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소강사회(小康社會)’를 건설하고,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대동사회(大同社會)’를 건설하자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이 난징대학살 80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것은 ‘역사의 거울’을 들여다볼 때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중국의 대국굴기에 대해 다소 착시를 가지고 있다. 미국이 ‘신형 대국관계’를 거론하는가 하면 미국과 중국의 ‘G2 시대’가 열렸다는 식의 다소 과도한 분석이 그것이다. 중국은 아직 중진국에 해당하는 소강사회조차 달성하지 못했고, 엄밀하게 말해 이제야 일본과 대등한 힘의 관계를 이루어 가는 과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 중‧일 간의 영토분쟁의 상징인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파워게임을 보더라도 중국의 해군 전력이 아직 공식 군대라는 이름조차 쓰지 못하는 일본 자위대의 해군력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0년 충돌 당시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금지시키는 경제보복조치에서 해법을 찾아야 했다. 더구나 일본 자위대의 뒷배에 미군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 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도 미‧중 간의 힘겨루기 양상처럼 보도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하위 군사동맹으로 묶여서 중국과 전선을 형성하는 것을 경계하는 측면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일본 자위대와 주일미군기지를 사정거리 내에 두고 있다는 사실도 이런 점에서 단순하게 볼 문제만은 아니다.

어쨌든 일본의 대 아시아 지배권은 약 120여년 전 갑오년, 1894년이라는 결절점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동학농민혁명을 진압하기 위해 조선이 청나라에 구원병을 요청하자 일본이 이를 빌미로 조선에 군대를 투입, 동학군을 진압하는 한편 청나라와의 전쟁으로 확전해 간 것이다.

죽창과 구식총으로 무장한 동학농민군을 신식 대포와 총으로 무장한 일본 정규군이 무참히 살육함으로써 동학의 기치는 무너졌고, 북양함대를 궤멸시킴으로써 청나라는 명을 다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먹이감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러‧일전쟁까지 승리로 장식한 일본이 미국과 맺은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이야말로 미‧일 제국주의의 민낯을 보여준다.

사드 문제라는 뜨거운 감자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오늘 인민대회당에서 마주앉게 됐지만 난징대학살과 1894년으로 상징되는 한‧중의 역사는 양국의 진솔한 대화와 협력의 필요성을 웅변하고 있다. 적어도 한국과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의 성찰과 현실에 대한 냉정한 직시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14개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이 미국을 배후에 업고 있는 동북아 강적 일본과 상당기간 힘겨루기를 하며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남북한과 어떤 관계를 가져야 될 것인지, 과거의 아픔을 공유하는 데로부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때다.

우리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진력하고 있는 평창 ‘평화’ 동계올림픽을 성공시키고, 북핵문제를 넘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데 중국의 협력과 중재자 역할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오늘 한‧중 정상이 머리를 맞대도 사드 문제로 공동성명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지만, 한‧중 양국 모두 과거를 성찰하고 현재를 직시하며 함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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