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국제교류재단 주최 세미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출처-미 국무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 측에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했다고 <연합뉴스>와 <CNN>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미 직접대화의 조건으로 북한 측의 진지함,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던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전 입장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한때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다 가라앉은 ‘탐색적 대화’ 구상에 가까워 보인다. 

이날 한국 국제교류재단 등이 워싱턴DC에서 주최한 ‘환태평양 시대의 한·미 파트너십 재구상’ 토론회에 참석한 틸러슨 장관은 “우리는 언제든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without precondition) 첫 만남을 가질 준비가 되어 있다. 일단 만나자”라고 말했다.  

“그런 후에 우리가 로드맵을 그리기 시작할 수 있다. 당신이 당신의 (핵)프로그램을 포기할 준비를 하고 테이블에 올 때만 우리가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들은 그것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해왔다.”

틸러슨 장관은 “일단 만나서 날씨 얘기라도 하자”고 했다. “당신이 흥미가 있다면 사각 테이블인지 둥근 테이블인지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 있다.” 다만, ‘탐색적 대화’가 진행 중일 때 도발은 없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우리는 ‘조용한 시기(a period of quiet)’가 필요하다.”

<CNN>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무부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틸러슨 장관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박 캠페인은 한계가 있다면서 “그들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결정은 그들 정권이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이 (현재의 경로를) 계속 간다면, 외교관들에게는 속수무책인 지점을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북한과의 대화는) 시간 낭비”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과 엄청난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입장 차이로 인해 계속 사임설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국무장관 발언에 대한 성명’을 통해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는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은 일본, 중국,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를 불안하게 하는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다. 북한의 행동은 누구에게도 좋지 않고 북한에도 확실하게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영국 씽크탱크 ‘폴리시 익스체인지’ 주최 행사에 참석해 “(지금이 북한과) 충돌을 피할 최후의 최선의 기회”라며 “시간이 소진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뉴스위크(인터넷판)>이 보도했다. 맥마스터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김정은 축출이 아닌 한반도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13일 “대화에는 열려 있는 데 결국 ‘비핵화 대화’라는 점에서 맥락은 기존과 같은 것”이라고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평화적 외교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걸 미 국무장관이 강조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도 “12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발언은 북한이 도발과 위협을 중단하고 대화에 복귀해야 한다는 미측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 양국은 그동안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여러 계기에 북한의 대화 복귀를 촉구해왔”다며, “북핵 불용 원칙 견지하에 평화적 방식의 완전한 북핵 폐기라는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면 다양한 형태의 접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12일 베이징공항에서 기자들로부터 ‘미국과 직접 대화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자성남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조건이 갖춰지면 대화할 수 있다”고 답했다. ‘조건’에 대해서는 “우리가 요구하는 조건”이라고만 했다.

(추가,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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