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지난달 31일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를 전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한중 관계 경색의 원인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해법을 담고 있는 이 합의문을 계기로 1년 8개월 만에 양국 관계에 변화가 올지 주목됩니다.

합의문에 따르면, 사드 문제와 관련 한국측은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는 그 본래 배치 목적에 따라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것으로서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으며, 중국측은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를 반대한다고 재천명하였다”면서도 동시에 “한국측이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하였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중국측은 “MD 구축,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 등과 관련하여 중국 정부의 입장과 우려를 천명하였”으며, 한국측은 “그간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혀온 관련 입장을 다시 설명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그간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혀온 관련 입장’이란 하루 전인 30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 국정감사에서 “한국은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은 3국 간 군사동맹으로 발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합의문을 계기로 오는 10-11일 베트남에서 개최되는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으며, 나아가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시 주석의 내년 2월 평창겨울올림픽 초청도 기대됩니다. ‘금한령’으로 묶여있던 한국행 단체관광 금지 등도 해제될 기미입니다.

물론 한중 합의 과정에서 미국의 입장이 무엇인지, 미국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아직 가늠하기가 쉽지 않지만 합의문에 사드가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것”으로 표기되어있어 미국도 양해했을 공산이 있어 보입니다. 미국정부도 곧바로 이 같은 한중 관계 개선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합의 내용도 놀랍지만 양국이 마치 합의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듯이 전격적으로 합의한 의지가 더 놀랍기도 합니다. 지난 5월 우리 정권이 교체됐고, 최근에는 중국 지도부와 향후 노선을 확정짓는 공산당 19차 당대회(10월 18-24일)도 폐막한 만큼, 양국 모두 관계 개선의 새로운 요구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어쨌든 이번 합의를 계기로 한국 사드 배치로 촉발돼 최악의 관계로 치닫던 양국이 갈등을 봉합하고 관계 복원과 새로운 차원의 관계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이 합의문이 한중 관계 복원을 넘어 한반도 정세 긴장 완화에 크게 기여하길 기대합니다.

최근 한반도 정세를 일별해 볼 때, 남측의 경우 한미 관계와 한일 관계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는 반면 한중 관계는 악화일로에 있었으며, 북측의 경우 북미 관계와 북일 관계가 최악의 상태에 있으며 여기에다 북중 관계마저 훼손되고 있습니다. 어느 관계 하나 시원치 않은 판에 하나의 관계가 트이면 다른 관계들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입니다. 한반도 긴장 완화와 관련 한중 관계 개선에 기대를 거는 이유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의 잇따른 ‘말 폭탄’에도 북한이 40여 일째 무응답으로 임해 한반도 위기 고조를 다소 누그러뜨렸다는 점입니다. 특히 북측이 지난달 27일, 나포한 남측 어선 ‘391흥진호’ 어선과 선원을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송환한다고 밝혀 우리 선원이 모두 무사히 귀환한 것도 한반도 긴장 완화에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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