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 (원불교 교무)


2017년 가을, 대한민국의 아픔과 두려움은 이제 공포에 가깝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제72차 유엔총회 한 연설에서 ‘북한의 완전 파괴’ 발언 등을 보면 금세라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기세이다.

수많은 전쟁과 갈등 과정을 거쳐 인류가 합의한 보편가치인 생명 존중, 평화, 협력, 양보, 신뢰, 상생 등의 가치들이 지닌 에너지는 점점 깜깜한 수면 아래로 잠겨버린 듯 싶다. 안타깝고 괴롭고 답답한 지구촌의 죄악이다.

이 엄중한 상황에서도 오늘 평화일기에서는 대한민국의 청소년을 생각하며 그들에게 평화마음을 전하고, 생명의 바람이 불어나기를 기도하며 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과 또 다른 지역에서 벌어진 청소년의 폭력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바뀌기를 기도한다.

▲ 청소년을 향한 사회의 엄벌주의, 겁주기는 이제 멈춰야 한다. 결손가정의 아이들을 사회가 품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지도 못한채 대개 소년원 처벌어 이어지다보니 자꾸만 주변인이 되고 가난과 가출의 연속으로 점점 더 범죄에 노출되는 빈도가 많아지는 것이다. [사진제공-정상덕 교무]

지난 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9세 이상 성인 1만 1,533명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14명 응답자의 90퍼선트가 미성년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소년법을 개정하거나 아예 폐지하여 성인과 동일한 처벌에 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소년법 폐지 청원에는 무려 27만 2,060명(9월 19일 기준)이 참여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관계 장관회의에서 이 사안에 대해 대책을 논의하도록 주문했고, 몇몇 국회의원들 역시 소년법 폐지 또는 개정 논의를 시작했다.

청소년들과 20여 년을 함께하고 청소년 인권 책을 내고 10여 년 동안 청소년 인권을 강의해 온 나의 첫 번째 요청은 단호하다. 청소년을 향한 사회의 엄벌주의, 겁주기는 이제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법치주의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다 해도 청소년에게 강화된 처벌 처방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소년시절에 범죄인이 된 그들과 5년가량 법회와 강의로 소통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그들 모두가 유아시절 부모와 가족으로부터 절대적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점과 인간관계의 소통 방법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결손가정의 아이들을 사회가 품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지도 못한 채 대개 소년원 처벌로 이어지다 보니 자꾸만 주변인이 되고 가난과 가출의 연속으로 점점 더 범죄에 노출되는 빈도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폭력을 행사한 청소년을 대하는 평화의 정신은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에서 ‘왜 이렇게 됐는가?’의 질문의 전환과 참회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뿌리를 둔 첫 번째 처방은 가정을 중심으로 한 사랑교육의 강화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가정교육의 빈 공간을 사회가 부모가 되어 그들을 안아주고 품어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깊이 있게 운영하는 것이다. 서열과 성공지상주의를 당장 없앨 수 없다면 그들을 향한 다양한 네트워크의 장치와 공동체 복원운동으로 문제 해결을 돕는 교육과 기회부여 등이 더 심도 있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육의 사명의 등불 하나로 학교밖 아이들의 대안교육을 지키고 있을 선생님들, 어려운 여건속에서 청소년 전문가 선생님들에게 존경을 보내며, 우리 사회가 그 분들에게 교육 현실을 보다 더 자세히 경청하고 한 발 더 가까이 상생의 원칙을 물어본다면. 그것은 청소년들에게 사회가 부모 역할을 할 수 있는 새 통로가 열릴 것이다. 더 나아가 또다른 희망과 용기를 줄 기회를 넓히는 것이리라.

2017년 9월 23일 정 상 덕 합장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