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유엔 데뷔 연설에서 ‘북한 완전 파괴’라는 초강경 발언을 해 국제사회를 경악케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첫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은 엄청난 힘과 인내가 있지만,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곧이어 “미국은 준비가 돼 있고 의지와 능력도 있지만, 이것(북한 완전 파괴)이 필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여, 군사적 옵션이 최후의 수단임을 밝혔지만 ‘북한 완전 파괴’ 발언이 너무 강렬해 다른 말들은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한반도 위기설’이 나도는 가운데 북.미 간에 천정부지의 ‘말 전쟁’을 벌이던 지난 8월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수준을 훨씬 웃돕니다. 역대급 발언이 된 것입니다.

우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특히 소수자와 여성에 대한 트럼프 후보의 사려 깊지 않은 사고와 거친 말투를 보아왔습니다. 막말의 달인인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품위 있는 말이 나오길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이번 발언은 2002년 1월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만큼 화약내 나는 진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그나마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은 자국 의회에서 행한 연두교서에서 나왔는데 반해,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전 세계가 참가한 유엔총회의 공식 연설에서 나왔기에 그 심각성이 더합니다.

트럼프의 이 발언은 세계 평화와 호혜 평등을 논의하는 유엔에서 나왔기에 부적절할 정도가 아니라 자기 파괴적인 발언이며, 게다가 유엔 가입국인 북한을 향해 콕 찍어 거명했기에 유엔 파괴적인 발언이기도 합니다. 북한을 겨냥했지만 불똥은 국제사회로 튀었습니다. 미국의 우방국들조차 놀랐으며, 미국 언론들도 잇달아 부정적 평을 내놓고 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가 “정치인이라기보다 깡패 두목 같았다”고 평할 정도입니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발언의) 표현 그 자체를 과도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을 포함한 대북 제재·압박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데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는데 이는 너무 안이한 평가입니다.

이번 트럼프의 ‘북한 완전 파괴’ 발언은 미국이 줄곧 표명해온 대북 선제공격과 예방전쟁을 넘어 전면전까지도 예상해야 하는 불길함을 주고 있습니다. ‘완전 파괴’란 전면전에서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는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한국의 동의 없이도 언제고 북한을 군사적으로 때릴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트럼프의 발언을 접했을 북한의 대응도 불을 보듯 뻔합니다.

한반도 위기설이 돌던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면서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혀, 북.미 간의 ‘말 전쟁’에 제동을 건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완전 파괴’ 발언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군사행동 한국 결정론’ 발언과 상치되고 있습니다. 말이 씨가 될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정부를 관리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대북 ‘말 전쟁’이 북한을 굴복시키는 게 아니라 동맹인 한국을 초긴장 상태로 내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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