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6차 핵실험과 관련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요구해 놀라움을 주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6일 제3차 동방경제포럼이 열리고 있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을 대화의 길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안보리 제재의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며 “이번에는 적어도 북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것이 부득이한 만큼 러시아도 적극 협조해 달라”고 원유 공급 중단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북한은 아무리 압박을 해도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러시아는 북에 1년에 4만 톤 정도의 아주 적은 미미한 석유를 수출하고 있다”며 “원유 중단이 북한의 병원 등 민간에 대한 피해를 입힐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 보도를 듣고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문 대통령이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요구하고, 푸틴 대통령이 그로 인한 북한 민간의 피해를 우려했다니, 두 사람의 말이 바뀐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칼트마 바툴가 몽골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는 것이 불가피한데,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을 결의할 때 몽골도 적극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입니다.

문 대통령이 러시아와 몽골 대통령에게 똑같이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말한 것을 보니 국내에서부터 아예 작심을 하고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게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이는 번지수를 잘못 짚었을 뿐 아니라 해법도 되지 못합니다.

문 대통령은 ‘대북 원유 공급 중단’ 조치가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으로 되며, 이 조치가 시행되면 북한이 견디지 못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은데 이는 주관적 착각일 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무지의 소치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설사 이러한 심사가 있더라도 먼저 나설 일이 아닙니다. 북한의 일련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는 것은 맞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북한과 미국 사이의 문제이기에 한국은 미국의 입장을 보면서 한발 늦게 대처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런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문제가 논의되기도 전에 앞서 나가 돌격대 노릇을 하는 것은 꼴불견이기도 합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보여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이자 분단된 나라의 최고책임자인 문 대통령이 반인권적이고 북한을 단번에 궁지에 몰 수도 있는 이런 말을 했다고는 쉽게 믿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쇼를 하고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누구입니까? 미국입니까, 아니면 보수세력입니까.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어떤 강박증세를 느끼게 해 줍니다. 북한에게 숱하게 대화 제의를 했지만 돌아온 건 거부이거나 묵묵부답이기에 크게 상심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수업료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제 대통령이 돼 첫 남북관계 개선에 나섰으니 시행착오를 겪고 학습비용이 드는 건 당연합니다. 합리적으로 제안했는데도 북한이 받지 않는다고 해 초조해하거나 감정적으로 판단할 게 아닙니다.

북한과의 대화는 숱한 수모와 반전 속에 이뤄지는 것입니다. 남북화해를 기조로 한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도 북한과 정상적인 형태의 대화를 하게 된 것은 2-3년이 지나서였습니다. 게다가 정상적인 대화가 이뤄져도 본격적인 대화가 이뤄지기까지는 숱한 곡절을 겪기 마련입니다.

문 대통령이 지난 8.15경축사에서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면서 “북핵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듯이,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대화의 창을 닫아서는 안 됩니다. 제3국에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북한을 대화의 장에 나오게 하는 게 아니라 투쟁의 장으로 모는 것입니다. 어떤 시련이 오더라도 대북 스탠스가 꼬이지 않게 균형을 잘 잡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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