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평생 만든 4백 개 수정란 중의 하나와 아빠가 평생 만든 12조 개 정자 중의 하나가 우연히 만나, 평범 씨가 태어났어요. 4백 곱하기 12조…… 4,800조분의 1의 기적이군요.”

평생 5억 번의 호흡을 하고, 1500번 울다 숨을 거두는 인간. 그 첫 호흡과 울음을 내지르는 태어남의 순간. 엉엉 울면서 생을 시작하는 동물은 사람뿐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들은 위로받고 싶은 것이군요.

기적 같은 삶을 시작했지만, 우리는 결국 평범 씨와 그리 다르지 않을 삶을 살다 숨을 멈추게 될 터인데, 왜 이렇게 복잡하고 무참하고 힘들게 살아갈까요. 어린 시절이 끝난 날, 사람들은 이름을 얻고 무언가를 영영 잃어버립니다.

오늘 한국에서 태어난 1000명 중에서 딱 1명만 커서 부자가 된답니다. 사회도 그릇처럼 정해진 크기가 있으니까요. 부자 꿈처럼 다들 바라는 꿈은 못 이루는 게 정상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왜 모든 사람들은 다들 자신이 부자가 될 것 마냥 아등바등 살아갈까요. 왜냐고요? 999명의 하나가 된다는 것이 너무 무섭기 때문이겠지요.

인생에서 꼬박 25년을 잠자는 시간으로 보내는 우리는 10만 번의 꿈을 꾼다고 합니다. 하지만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말은 그리 미덥지가 못하네요. 새우잠을 자더라도 고래 꿈을 꾼다면 그건 아름다운 것일까요.

잠자는 시간만큼, 그러니까 25년이란 세월을 우리는 어떤 형태이든 일을 하면서 보낸다고 해요. 그것이 공부든, 직장일이든, 집안일이든 말이죠. 배부르면 사냥하지 않는 동물과 달리 인간은 배가 불러도, 배고프지 않아도 일하는 유일한 동물입니다. 미래의 두려움으로 말이죠. 미래의 두려움은 상상의 두려움인데, 우리는 미래의 두려움을 현재에 느끼며 살아가는 셈이네요.

▲ 조대연 저/소복이 그림, 『딱한번인.생』, 녹색문고, 2010. 1.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처럼 책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가장 평범한 사람의 인생을 담고 있습니다. 태어남과 사랑, 죽음과 행복, 꿈과 죽음까지. 우리는 어떤 삶을 꿈꿀까요.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 행복한 삶일까요. 누구에게나 딱 한 번뿐인 삶인데 말이죠.

“벌어도, 또 벌어도, 만족한다는 사람은 드물어요. …… 돈으로 되는 일이 많아서일 거예요. 아니,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없어서일 거예요. 벌이는 유한한데 쓸 데가 무한하다면 애당초 승산 없는 시합이잖아요?”

과연 우리는 더 가지면 더 만족할 수 있을까요. 꿈을 이루면 만족할 수 있을까요. 이미 또 다른 꿈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데 그 꿈이 결국 손에 쥐어서 같은 크기라면. 꿈엔 정말 끝이 있을까요.

평범 씨의 삶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그저 그런 일상처럼 지나갑니다. 그의 탄생과 죽음에 대해 누군가는 기억하겠지만, 기억하는 이들마저 사라진다면, 결국 세상은 또 다른 평범 씨들에게 눈을 돌릴 것입니다.

있는 힘을 다해 무언가를 얻기 위해 때론 남을 짓밟고, 상처를 입히며 살아가는 우리들. 그리고 얻은 성취에 만족하지 못하는 우리들. 또 다시 뛰는 우리들. 가끔 쉬고 싶지만, 그 쉼마저 부담스러운 우리들.

작은 책 한 권이 전해주는 의미는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작 책을 덮은 후에 밀려오는 고민들과 반성은 더 당혹스럽습니다.

난 과연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삶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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