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9일 새벽 평양에서 1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발사된 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통과해 북태평양 해상에 낙하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미사일이 최고고도 550km로 2,700km를 날았다고 알려, 미국령 괌을 사정권에 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급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북한의 발사체가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첫 번째는 1998년 8월 31일 인공위성 ‘광명성 1호’를 쏘아올린 우주발사체(대포동 1호)이며, 두 번째는 2009년 4월 5일 ‘광명성 2호’를 쏘아올린 로켓 ‘은하 2호’였는데, 이 두 발사체는 모두 위성을 쏘아올린 것이기에 실제로 탄도미사일이 일본 열도 상공을 넘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미사일 발사를 두고 한.미.일 세 나라의 반응에 적지 않은 차이가 나타나 흥미롭습니다. 한국은 이날 오전 7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개최했지만 사흘 전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와는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현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조사 중이라면서도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를 인용해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가 북미(North America)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다소 여유를 부렸습니다.

이에 비해 일본은 문자 그대로 야단법석입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일본 상공을 넘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폭거”라고 강하게 비판하고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개최를 요구해 “국제사회와 연대해 북한에 대해 압력을 더욱 강화하도록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일본 정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과정을 전국경보시스템과 방송을 활용, 실시간으로 적극적으로 알리고 피난까지 권유했다고 합니다. NHK는 정규방송을 중단한 채 “튼튼한 건물이나 지하로 피난해 달라”는 안내방송도 내보냈으며, 도호쿠신칸센(新幹線)도 운전을 일시 중단했다고 합니다. 왠 호들갑이냐고 하겠지만 머리 위로 날아간 미사일에 일본이 느꼈을 공포도 이해가 갑니다.

문제는 미국발 ‘8월 위기설’이 잦아들고 또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막바지인 이 시점에 북한이 왜 IRBM을 발사했느냐는 점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에서 촉발된 북미간 ‘말 전쟁’이 최근 수그러들면서 모처럼 대화 분위기로 바뀌지 않나 하는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었으니까요. 북한은 대화보다 대결을 원하기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까요?

대부분의 분석가들이 ‘UFG연습에 대한 반발 차원의 무력시위’라고 판단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북한은 매년 한미 연합군사훈련 때면 저강도든 고강도든 반발을 해왔으니까요. 그런데 보다 근본적으로는 ‘빈말하지 않는’ 북한이 결자해지(結者解之)를 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요?

앞서 지난 9일 김락겸 북한 전략군사령관은 8월 중순까지 괌 주변 30-40km 해상 수역에 IRBM ‘화성-12형’ 4발을 동시발사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으며, 이어 지난 1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당분간 미국의 행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격을 유보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 종류는 지난 9일 쏘겠다고 예고한 ‘화성-12형’이 유력하다는 분석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미사일 발사는 14일의 유보를 우회적으로 그리고 전격적으로 실행한 것 아닐까요? 비록 1발이더라도 북한은 쏘겠다는 IRBM을 쐈기에 결자해지를 했지만 한반도에는 다시 냉기가 흐를 듯싶습니다.

그나마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수석부의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오늘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있었지만 그럴수록 반드시 남북관계의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상황관리를 한 것이 위안이 되고 있습니다.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한반도 화해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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