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 2차 발사를 통해 미국 주요 도시 타격 능력을 과시한 후, 북핵 해법을 둘러싼 미국 내 논쟁이 점입가경이다. 

공식적으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의 책임을 부각하고 중국의 역할을 압박하는 기존 오바마 행정부의 접근법을 계승하고 있다. 일부 강경파들은 공공연히 ‘전쟁’을 거론하고 있으나, 그 반대편에서는 국무장관을 평양에 보내자고 제안한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1일(이하 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북한 문제의 시급성”을 강조하면서 “내가 평화로운 압박이라고 즐겨 부르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옵션이 우리에게 이용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 관련한 옵션이 “제한되어 있고, 특히 그 운용이 짧은 시간 안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 정권에 대한 평화로운 압박이 우리가 먼저 할 적절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옵션의 핵심 파트너가 중국이라고 확인했다. 북한 문제 관련해 중국을 비난하지 않는다는 뜻을 중국 측에 분명히 밝혔으며, 중국이 “생산적 대화”의 조건을 창출할 수 있게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겠다는 가정 하에 이뤄지는 대화는 생산적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5월 3일 밝힌 트럼프 행정부의 ‘4NO 원칙’도 재확인했다. “우리는 (북한)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정권 붕괴를 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한반도 통일 가속화를 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38선 이북으로 군대를 보낼 구실을 찾지 않는다.”

그는 “우리는 북한 측에 우리가 당신들의 적이 아니고 당신들의 위협도 아니지만, 당신들이 우리에게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을 드러내기 때문에 우리는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어느 시점에 마주 앉아서 미래에 대해 대화해야 한다는 점을 그들이 알기를 바란다.”

‘지금은 압박 국면이지만 시간이 지나 조건이 맞으면 대화할 것이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제재가 불러올 북한과 중국의 과잉 반응을 막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틸러슨 장관은 6~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를 비롯한 아세안 관계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다. ARF 회의에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참석한다. 

열쇠를 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트윗을 통해 “중국에 매우 실망했다”면서 무역 카드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 철강업체와 대형 인터넷 회사 몇 곳을 제재할 준비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미국 채권 매각 등 보복 카드를 흔들고 있다. 

1일(현지시간) <NBC> ‘투데이쇼’에 출연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모든 군사전문가들이 좋은 군사 옵션이 없다고 한다’는 지적을 받고 “그들은 틀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미치광이’가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갖추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이것을 멈추기 위해 전쟁이 있어야 한다면, 그곳에서 벌어질 것”이고, “만일 수천 명이 죽는다면, 그곳에서 그들이 죽는 것이지 이곳에서 죽는 게 아니다. 트럼프는 내 얼굴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실제가 아닌 협박성 발언이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NBC> 앵커가 “중국, 일본, 한국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하자, 그레이엄 의원은 “북한이 변하지 않는다면 (전쟁은) 피할 수 없다”면서 “우리 대통령은 지역 안정과 본토 안보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이 ICBM으로 미국을 타격하려 할 경우, 북한과 전쟁할 것이다. 트럼프는 내게 말했고, 나는 그를 믿는다”면서 “내가 중국이라도, 나는 트럼프 말을 믿고 무언가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제 그 말을 들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1일 <워싱턴포스트> 칼럼을 통해,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는 그레이엄 의원의 ‘전쟁 불사론’과 선을 그으면서 중국의 역할을 촉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해법을 지지했다. 다만, 중국에 대한 압박이 아닌 협조를 주문했다. “세계는 트럼프가 전쟁으로 갈 수 있다고 걱정하기 시작했”으나, “시 주석이 항상 말해온 ‘윈-윈 해법’을 조직하도록 중국을 도울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을 향해서도 방관자적 태도에서 벗어나 9월 유엔총회 계기에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내 5개국 간 회담을 주선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조언했다. 이란 핵문제 해결에 적용된 ‘P5+1’ 모델을 염두에 둔 것이다.

대북 관여를 일관되게 지지해온 <뉴욕타임스>는 1일자 사설을 통해 “트럼프는 엄포를 중단하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나 다른 고위급 특사를 평양으로 파견해 협상의 기초가 있는지를 탐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신문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활동을 중단하고 한.미가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쌍중단’을 제안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미국이 북한의 ‘분명한 핵포기’ 의사를 보이라고 요구하는 데 대해서는 “대화는 조건 없이 시작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그러한 프로그램 진전을 중단시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북한 측에 대화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 문제를 연구하는 미국 전문가들은 최근 몇 주 동안 그들에게서 반복적인 신호들이 있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어쨌든 누군가 가서 그들에게 물어보지 않는다면 그것에 대해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추가,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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