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자, 한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의 반응에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ICBM급 신형 미사일로 평가하는데 비해 러시아는 ICBM이 아닌 중거리 미사일이라고 주장했으며, 한국은 ICBM 개발에 필요한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하긴 북한이 1년여에 걸쳐 계속 여러 제원(諸元)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어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급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는데, 이번에 ICBM 발사에 성공했다면 1-2년 앞당겼다는 얘기가 되기에 혼선이 일어날 만도 합니다.

사실 북한의 ICBM 발사 내지 그 성공은 시간 문제였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월 1일 신년사에서 ICBM 시험발사 준비가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으며, 뒤이어 1월 8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대륙간탄도로켓이 최고 수뇌부가 결심하는 임의의 시각과 장소에서 발사될 것”이라고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이후에도 북한은 ICBM 발사를 시사하는 언명을 수차례 밝혔습니다. 이 정도라면 ‘빈말하지 않는 북한’임을 입증한 것으로 간주해도 무방할 듯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의도와 다음 행보입니다. 그래야 대응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북한의 의도는 당연히 병진노선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4일 ICBM 발사 성공을 알린 국방과학원 보도에서 ‘화성-14형 시험발사의 단번성공은 병진노선의 기치에 따른 특대사변’으로 자평했습니다.

나아가, ICBM의 성공은 양탄일성(兩彈一星: 원자탄·수소폭탄·인공위성)의 완성을 향한 노정이기도 합니다. <조선중앙통신>은 5일 김정은 위원장의 ‘화성-14’형 시험발사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면서 “우리 공화국이 원자탄, 수소탄과 함께 대륙간탄도로켓까지 보유함으로써 우리 조국의 종합적 국력과 전략적 지위는 새로운 높이에 올라섰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위성과 ICBM의 추진체인 로켓의 호환성을 고려하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최후 목표는 핵보유국일 것입니다.

특히, 북한은 ICBM 발사가 미국을 겨냥한 것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앞의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발사 당일 감시소에서 ICBM의 시험발사 성공을 확인한 후 “오늘 우리의 전략적 선택을 눈여겨보았을 미국 놈들이 매우 불쾌해하였을 것이라고, ‘독립절’에 우리에게서 받은 ‘선물보따리’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할 것 같은데 앞으로 심심치 않게 크고 작은 ‘선물보따리’들을 자주 보내주자”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타이밍’을 중시하는 북한이기에,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ICBM을 발사한 의도가 명확해집니다. 이른바 ‘북핵문제’는 북.미 간의 문제이기에 한국은 개입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최대 성과 중의 하나로 한반도 문제와 관련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북한의 ICBM 발사로 시동도 걸기 전에 머쓱한 신세가 된 셈입니다.

나아가, 북한의 다음 행보도 불 보듯 명확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병진노선의 정당성 입증-양탄일성의 완성-핵보유국 인정’을 향한 북한의 집념은 언제고 핵실험이나 수소폭탄 실험 그리고 위성 발사와 ICBM 발사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대응도 이번 ICBM 발사에 초점을 맞추거나 앞으로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고 함부로 경고할 것이 아니라 북한이 언제고 정교화와 고도화를 향해 양탄일성이든 ICBM이든 시험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짜야 합니다.

우리 측은 ‘북핵문제’ 해결에서 빠지라는 북한의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마치 밑밥을 깔듯 끊임없이 대화를 요구해야 합니다. 마침 북한의 ICBM 발사 이후 정부가 강력 규탄하면서도 북한과의 대화기조에 변함이 없다고 밝힌 것이나, 독일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이 6일 베를린에서 종합적인 대북 구상을 발표하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은 다행입니다.

북한이 핵과 ICBM을 가졌다고 해서 대화를 못할 것은 아닙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4년 1차 북핵 위기가 불거졌을 때 북한이 핵을 반개만 가져도 대화하지 않겠다고 고집해 오늘날 북한 핵능력 고도화에 일조(一助)를 한 전례가 있습니다.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남북관계의 교훈은 대결이 아닌 대화에 나서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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