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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에 새긴 마음”<기고> 이철수 판화가 사할린미술관 초청전 “조화를 찾아” -이철주
이철주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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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22  0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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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5일 유즈노사할린스크시 사할린주립미술관에서 이철수 판화가 초청전- “조화를 찾아” 개막식이 열렸다. [사진제공 - 새고려신문]

“사할린에도 봄꽃이 피었겠지요? 차가운 겨울을 견디고 피는 꽃이 향기 더 짙고 더욱 아름다운 법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사할린에도 많이 계시지요?... 여러분들의 마음자리가 제 마음자리와 크게 다르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우리 누구나 타인과 공감하고 감정 이입할 줄 아는 존재라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새도 사람의 노래를 부를 수 있으니 나도 나와 이웃의 마음을 노래하고 그려 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내내 그 믿음으로 판화를 새기고 살았습니다. 과분한 공감을 얻으면서 살아왔지요. 사할린에서도 그 행운이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5월 5일 유즈노사할린스크시 사할린주립미술관에서 열린 이철수 판화가 초청전- “조화를 찾아” 개막식에서 이 화백이 밝힌 소회이다. 이 전시는 사할린에 거주하는 동포들뿐 아니라 러시아인들까지 크게 공감한 전시였다. 더욱이 전시장을 찾은 한 심리 치료사는 작품에 새겨진 글을 읽으면서 감동으로 눈시울을 붉히며, 이 화백의 판화를 심리 상담에 활용해도 좋겠냐고 물어 오기까지 했다.

   
▲ 이철수 화백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들. [사진제공 - 새고려신문]

사할린주립미술관의 극동예술 총괄 큐레이터 하이 올가는 “전시회에 발표된 82점의 목판화 작품은 1985년부터 2017년까지 이철수 화백이 35년간 제작한 것으로 창작의 혁명과 민주화를 향한 옹호, 동양적인 판화의 형식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며, “작품에는 이 화백의 예술적이고도 개성적인 창작과 삶에 대한 인식이 존재의 신비 속으로 침투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시대를 대변하는 목판화가인 이철수 화백은 1981년 첫 개인전을 열고, 80년대 저항의 시대를 관통하며 서정적이면서도 격렬한 판화작품을 선보이며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이후 제천으로 귀농해 농사와 작품 활동을 병행하면서, 저항과 참여의 미학을 넘어 삶의 성찰과 생명의 본질을 담아내어 ‘판화로 시를 쓴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심플하면서도 쉬운 그림에 소통의 의미를 더 해주는 글을 실어 촌철살인의 화제(畵題)와 시정(詩情) 넘치는 작품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마도 경험과 사색에서 우러나온 작가의 메시지가 따뜻하고 건강한 삶의 희망을 노래하고, 힘든 세상에 위안이 된 것이리라.

“순수한 인간의 안목과 평범한 삶을 사는 생활인의 감수성으로도 공감하고 좋아할 수 있는 ‘쉬운 판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제 오랜 고민이고 꿈이었습니다. 소박하고 단순하고 정직한 삶과 고스란히 일치하는 그림이 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따뜻하고 쉽고, 그러면서 지혜도 깊은 아름다움의 한 세계를 희망하는 거지요. 그건 평범하고 성실한 삶 안에 귀한 인품을 담고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제게 일러주는 인생의 바른길이기도 합니다. 밭을 일구듯 목판을 새기며 삽니다.” 이철수 화백이 사할린 현지 언론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 이철수 화백(왼쪽)과 나란히 포즈를 취한 이철주(오른쪽) 기획자. [사진제공 - 새고려신문]

한 달 여로 예정된 전시는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어 오는 6월 22일까지 연장 전시 중이다. 인기를 실감하듯 미술관을 찾은 많은 관객들은 많은 소감문을 남기기도 했다. “사할린에 와서 동포들을 만나니 눈물이 납니다”고 적은 중국 북경에서 온 남복실 동포의 소감문은 인상적이다. 미술관 알렉산드르 부릐카 관장은 이번 전시를 기획한 문화기획자 이철주에게 사할린 주정부의 감사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한편 가장 아쉬웠던 것은 외교부의 무관심이었다. 모처럼 본국의 유명 미술가가 주립미술관의 초청을 받아 기획전을 개최하고 특히나 작가 본인이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사관 관계자 누구도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국공립미술관의 해외 초청전은 현지에서 가장 대표적인 문화행사임에도 말이다.

당연히 주립 미술관측은 주재하는 외교공관에 초대장을 보내고, 외교관들은 이 자리를 빌어서 현지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자국에 대한 이해를 구하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도 공식 개막식에는 한국 정부를 대표하는 황명희 주블라디보스톡 대한민국 총영사관 유즈사할린스크 출장소장(영사)이 불참을 한 것이다. 취임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더욱 참석을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심지어 한국교육원 원장의 축사 대독도 없이... 반면 일본 총영사는 참석해 작가를 격려하고 오랜 시간 동안 전시장을 지키며 본인의 사교장으로 만드는 모습을 보며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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