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차원의 6.15공동선언 17주년 기념 민족공동행사가 남북.해외에서 각각 분산개최 되게 되었습니다. 6.15행사가 9년 만에 남북.해외 공동행사로 치러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너무 촉박한 기일 탓일까요, 일단 다음 기회로 넘기게 되었습니다.

사실 새 정부가 들어서자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졌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의 방북을 허용했으며, 특히 6.15남측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정부가 북한주민접촉신청을 수리하자 곧바로 북측 개성에서 6.15공동행사를 개최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북측이 민간단체들의 방북을 연기한데 이어 6.15남측위원회의 6.15공동행사 ‘개성’ 개최 제안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곧이어 남북은 6.15공동행사의 ‘평양’ 개최를 시도했으나 무산돼 결국 분산개최로 가닥을 잡은 것입니다.

북측이 민간단체의 방북을 연기시키고 또 남북이 6.15공동행사 개성이나 평양 개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을 두고, 일부에서 최근 북측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지난 6월 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를 결의하자 이에 남측 정부가 지지한 것에 대한 불만 탓으로 보는데 이는 그리 크게 보이지 않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이 6월 6일 정세론 해설에서 “문제는 누가 집권하였는가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민족공동의 통일대강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할 의지가 있는가 없는가 하는 데 있다”며 “북남관계 파국의 근원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이 신문은 민간단체들의 방북 거부와 관련 “민간단체들 사이의 협력과 내왕을 재개하는 것은 전면폐쇄 상태에 처한 현 북남관계를 되살리는데 필요한 것”이라면서도 “북남관계 파국의 근원부터 해소해야 한다”며 사실상 6.15선언과 10.4선언 존중과 이행을 거듭 강조한 것입니다.

6.15선언과 10.4선언 존중‧이행은 백번 옳지만, 우리가 보기에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고 봅니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를 지지한 것도 문제가 될 수 있고 또 세부적으로는 새 정부가 아직 초기단계이고, 북측도 6.15공동행사 준비가 필요해 보이는 등 현실적 여건부족이 작용한 점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사소한 것들입니다.

북측의 오랜 대외‧대남 관계의 핵심은 이니셔티브 문제입니다. 즉, 북측은 자신이 주도권을 가져야 대화를 시작하고 또 진전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역으로 주도권을 빼앗긴 상태에서는 대화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 전체적인 대북정책 기조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곧바로 ‘선심 쓰듯’ 민간단체들의 방북을 허용하고 또 6.15공동행사 개최를 허가한 것에 대해 북측은 이니셔티브 문제와 관련 한번 제동을 걸 필요가 있었을 듯싶습니다. 북측으로서는 남북교류는 당연히 해야 하지만 선수를 빼앗겨서는 곤란하다고 판단했겠지요. 최소한의 기싸움 정도는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북측이 남북대화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공개적으로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마침 그 기회가 왔습니다. 6.15선언 17주년을 맞아 김대중 도서관에서 오는 15일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 학술회의 및 기념식’을 갖는데, 여기에 문 대통령이 참석해 대북 메시지를 전하는 것입니다. 그 주요 내용은 당연히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 이행하자는 것이지요.

게다가 요즘 문 대통령의 연설문이 국민들에게 많은 공감을 주며 감동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대통령 취임사,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사, 현충일 기념사 그리고 6월 민주항쟁 기념사 등이 국민들에게 회자되면서 강한 감동의 여운을 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6.15공동선언 기념식에서 북측에 강한 민족화해 메시지를 던진다면 국민에 ‘또 한 번의 감동’을 주는 것은 물론 북측도 긍정적으로 화답해 올 것입니다.

민족화해의 분위기가 살아나고 남북관계가 개선되어야 국민들은 진정으로 정권교체가 됐음을, 새 정부가 들어섰음을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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