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행정부 내 각 부처 수장들이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가 서로 충돌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4NO’를 얘기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북한 붕괴 공작 조직’을 공개적으로 창설한다. 일부 당국자의 돌출 행동인지, 역할 분담인지 여부도 분명하지 않다. 

미 행정부 내에서 가장 일관된 대북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다. 그는 18일(이하 현지시간) 홍석현 특사를 만나 “정권 교체 추구하지 않고, 침략하지 않으며, 북한 체제 붕괴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한의 ‘적대시정책 철회’ 요구를 의식한 것이다. 그는 “우리를 한번 믿어봐라. 앞에 말한 3가지가 북한이 원하는 안보 불안 해소 메시지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3일 국무부 직원 상대 연설에서, 그는 “북한 정권 교체와 체제 붕괴, 한반도 통일 가속화, 38선 넘어 북진을 위한 구실을 찾지 않는다”는 ‘4 NO’ 원칙을 천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4불(四不)원칙’으로 명명하며 환영한 바 있다. 

틸러슨 장관은 18일 홍석현 특사에게 “군사적 옵션으로 가기까지에는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현재)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이라는 것은 외교적 수단, 안보적 수단, 경제적 수단 세 가지”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난 홍석현 특사는 “인상 깊은 표현은 ‘북한이 위험부담을 무릅쓰고라도 미국에 대한 신뢰를 주었으면 좋겠다 자기(틸러슨) 주변에도 북한에 대해서 투자를 하고 싶은 사업가가 많이 있다 북한이 올바른 선택한다면 북한 발전에도 큰 계기가 될 것이다’는 고무적인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비교적 균형잡힌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그는 북한 핵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다간 “믿을 수 없는 규모의 비극”이 벌어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우리의 노력은 UN, 중국, 일본, 한국과 협력하여 이 상황을 벗어날 길을 찾으려 하는 것이다.”

17개 정보기관을 감독하는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DNI)은 틸러슨 장관, 매티스 장관과 함께 지난달 26일 상원의원 전원 상대 브리핑 직후 합동성명을 통해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라는 대북정책을 공개했다.

댄 코츠의 감독 하에 있는 중앙정보국(CIA) 마이크 폼페오 국장은 전혀 다른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공화당 내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티 파티’ 출신인 그는 지명 당시부터 역사상 가장 편파적인 CIA 국장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폼페오 국장은 지난달 30일부터 사흘간 비공개로 한국을 방문했다. CIA는 지난 10일 ‘코리아 임무 센터’를 창설했다고 공개했다. CIA 내 숙련된 요원들을 모아서 북한을 전담하도록 했으며, 경험많은 작전 요원이 센터 책임자로 선택됐다고 알렸다. 국가안보 우선순위가 높은 대상에 대한 ‘정보 수집’과 ‘공작’ 강화는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일 수 있으나, 이를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미국 보수 인터넷 매체 <워싱턴프리비컨>은 18일(현지시간), 폼페오 국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를 만나 ‘김정은 체제 전복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폼페오 국장은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 정권에 대항해 군부, 치안당국, 정치 세력들의 봉기 조건이 무르익었는지’ 문의했으며, 태영호 전 공사는 ‘그런 반란 사태가 일어나기 좋은 상태’라는 취지로 답변했다는 것. 

이 보도는 폼페오 국장이 귀국 직후 창설한 ‘코리아 임무 센터’의 진정한 임무가 ‘북한 붕괴 공작’임을 짐작케 한다. 책임자로 임명된 앤드루 김(한국명 김성현)도 공작 전문가다. 한국계인 대니얼 유 소장이 지난 14일 미 태평양사령부 특수전사령관으로 임명된 사실도 주목된다.

미 외교안보 수장들의 엇갈리는 행보는 각 기관의 역할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정치인 출신인 폼페오 국장이 워싱턴 정가의 노골적인 ‘반북 정서’에 편승해 돌출행동을 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다만, 어느 경우든 트럼프 행정부의 진정한 의도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장은 지난 13일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건이 되면 트럼프 정권과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그 다음날 북한은 신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미국 명칭은 KN-17)’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4월 한반도 위기설’의 근원인 미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는 아직 한반도 인근에 머물고 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