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정 /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대장

일자: 2017년 4월 23일(일)
구간: 여원재~고남산~매요마을~유치삼거리
산행거리(시간): 10.6Km 5시간 50분(식사 및 휴식시간 포함)
산행인원: 26명(초등생 3명, 중1 1명)

 

▲ 백두대간 종주대 2구간 들머리 여원재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가 어렵지 막상 마음먹고 시작하면 끝은 반드시 보게 마련이다.  백두대간 첫 산행을 무사히 마쳤으므로 이제는 열심히 걸어가는 일만 남았다.

벚꽃이 지고 이젠 진달래가 만개하는 계절, 예상치 않게 26명에 이르는 대원들이 모였다. 봄소풍 가듯 즐거운 마음으로 초등생 3명, 중학생 1명이 부모님을 따라 참가했다. 이가빈(초5),이가희(초4) 자매와 부모님, 조민성 군(초3)과 아빠, 중1 박희강 군과 아빠, 이렇게 세 가족이 참가했다.

우리가 탄 버스가 11시 여원재에 도착, 승용차로 먼저 도착해 있었던 가빈이네 가족, 그리고 유병창 대원과 만나 모두 반갑게 인사한다.

▲ 26명의 대원이 산행을 시작하니 대오가 꽤 길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변함없는 소나무 숲길.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오늘 우리가 산행할 코스는 여원재에서 출발, 고남산에 올라 매요마을을 지나 유치삼거리까지이다. 이곳 남원시 운봉읍 일대는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와 동학전쟁과 관련된 전설이 많이 전해 내려오는 곳이다.

여원재와 멀지 않은 곳에 황산이 있은데, 황산은 이성계가 왜구를 토벌한 “황산대첩”(고려 우왕 6년, 1380년)의 그 황산이다. 황산대첩은 남부지방을 휘젓고 다니며 노략질 하던 왜구 토벌의 일대 전기를 마련한 전투였다. 이 황산대첩 이후 이성계의 명성이 드높아지고 백성에게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결국 이성계는 이후 조선을 건국하게 된다.

이곳 여원재는 남원시 이백면과 운봉읍을 이어주는 고개로 이성계와 관련된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곳이다.

여원재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2주 전 첫 구간 산행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소나무 숲이 우리를 반긴다. 저마다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울창하고 긴 소나무 숲은 처음 만난다고 말한다.

숲길을 조금 지나니 멀리 고남산이 보이고 장동마을이 나타난다. 마을을 가로질러 다시 대간마루금을 찾아 숲길로 접어든다. 숲길에는 양지꽃을 비롯해 여러 야생화들이 피어 있다.

▲ 중간에 화이팅.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처음 산에 다녔을 때는 꽃에 눈길이 가지 않았었다. 나이를 먹어 갈수록 야생화가 눈에 많이 들어온다. 그 색깔이 어찌 그리 곱고 이쁜지, 이제 야생화가 더욱 많이 우리 앞에 피어날 것이다. 호랑나비 한 쌍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열심히 사랑을 나누고 있다.

한 시간여를 지나니 낮은 돌계단들이 나타나는데 합민성이 있던 자리이다. 성의 돌들은 산길바닥에 흩어져 등산객들에게 허리를 내주고 있다. 합민성은 동학군의 거점이었다고 한다.

▲ 고남산에 오르기 전 식사.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편안한 숲길이 계속 이어지는데 벌써부터 초여름 같이 날씨가 덥다. 아침식사를 안했는지 누군가 배고프다고 한다. 고남산에 오르기 전 그늘진 적당한 곳을 찾아 식사하기로 하고 자리를 잡았다. 오늘 접심식사의 백미는 홍어회. 변광무 대원이 멋진 술안주를 힘들게 지고 왔다.

식사 후 고남산을 향해 출발. 고남산 정상 직전 계단을 오르니 진달래가 활짝 피어 있다. 소나무와 진달래가 어우러진 풍경이 그림 같다.

▲ '꽃보다 사람'.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꽃보다 부부'.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그러고 보니 며칠 전이 4.19였다. 진달래는 4.19와 뗄 수 없는 관계다. 진달래를 보면 “눈이 부시네 저기~”로 시작하는 이영도 시인의 진달래라는 노래 말이 생각난다. 수유리 삼각산 자락에 있는 4.19묘지도 진달래능선 바로 아래 있다.      
 
고남산 정상에 오르니 논 앞에 지리산 서북능선이 펼쳐진다. 고남산 정상에는 통신중계탑이 자리 잡고 있어 정상석은 그 아래 공터에 있다. 고남산은 높이가 846m 정도지만 운봉고원 일대에 높은 산이 없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는 산이다.

▲ 고남산 정상에서 함께.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고남산 정상에서 정상주를 마시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양재덕 선배님께서 꺼내주신 정상주 맥주 한 모금이 정말로 시원하다. 캔맥주를 얼렸으니 얼마나 시원하랴. 모두들 기분 좋게 정상주를 마시고 나니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고남산 통신중계탑 임도를 세 번 정도 가로질러 내려가니 통안재가 나타난다. 통안재에서는 권포리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통안재부터는 다시 부드러운 산길이 매요마을까지 이어지는데, 놀라운 건 우리가 지나는 능선을 따라 진달래 꽃길이 연속이라는 점이다.
  
무념무상 걷다보니 언제부턴가 민성이가 계속 내 앞에 걸어가고 있다. 아마 내 뒤에 가면 앞이 보이지 않아 답답했던 것 같다. 민성이는 계속 나에게 말을 붙인다. 아빠가 대장님 옆에  껌딱지같이 붙어서 떨이지지 말고 가라고 했다고 한다, 초등3년 10살짜리가 제법 잘 걷는다.

▲ 초등학교 5학년 이가빈 양 가족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초등학교 3학년 조민성 군.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중학교 1학년  박희강 군.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길을 가다보니 널찍한 공터에 할미꽃이 군락을 지어 피어 있다. 허리가 구부정하게 핀 할미꽃  꽃말이 ‘슬픔’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생각해 보면 할미꽃은 무덤같이 볕이 잘 드는 널찍한 자리에 많이 피었던 것 같다.

고남산에서 두 시간여를 지나니 매요마을이 나타났다. 백두대간 마루금은 마을 좌측 능선이지만 사유지라 지날 수 없어 마을 가운데를 지나야 한다. 매요마을 휴게소는 대간꾼들이 막걸리 한잔하며 쉬어가는 곳인데, 날머리 유치삼거리가 바로 지척이라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매요마을에서 도로를 따라 조금 지나니 버스 기사님이 반갑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하여 백두대간 2구간도 모두 즐겁게 마쳤다.

▲ 하산해 모두 함께.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