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에 꽤 깊이 관계하고 있는 한 인사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떻게 돌아가는 거죠? 특별한 소식 있나요?”
다름 아닌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망명 유도설’에 혹시 뭔가 진짜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일 것입니다.

이처럼 남북문제에 대해 관심과 조예가 있는 이들조차 최근 국제정세와 트럼프 미국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니, 갈피를 잡기 힘들 정도로 판을 흔들고 있는 내외의 세력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을 명령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모든 옵션’을 거론한 마당에 한미합동군사연습이 한창인 지금 미군 태평양사령부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한반도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소식도 더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방송사는 이미 전쟁이 시작되기라도 한 것처럼 설레발치고 있고, 국내에서도 내심 기다렸다는 듯 각종 ‘가짜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실제로 SNS에 퍼뜨려지고 있는 가짜 뉴스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의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하고 김정은의 망명을 유도”한다면서 구체적으로 중국의 모 고위인사가 김정은을 설득할 수 있다거나 망명처로 인도네시아가 유력하다고 적시되는가 하면, 남쪽 대선 이전인 4월 말까지 망명하지 않으면 북폭이 단행될 거라는 그야말로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3-3-3’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이 서거하고 ‘고난의 행군’으로 아사자가 속출하던 1990년대 후반 이후 북한이 3일, 3개월, 3년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북한 붕괴론’이 공공연하게 우리 사회를 지배했습니다. 최근에도 박근혜 정부에서는 ‘통일 대박’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물론 만에 하나의 경우를 위한 대비도 필요하지만 희망사항에 기대 대북 압박정책에 전적으로 매달리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수‧당의 100만 대군도 연개소문 살아 생전에는 고구려를 무너뜨리지 못 했습니다. 수많은 아사자를 낸 고난의 행군도 북한은 견뎌냈습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평양의 모습이 날로 달라지고 있고, 핵.미사일 능력도 훨씬 강화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나마 다행히 통일부가 먼저 10일 “‘미국의 선제타격론’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크게 우려하실 필요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고,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여러 긴 과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너무 불안해 하실 필요는 없다”고 솔직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북한의 핵포기를 유도하기 위한 압박이지 무력 충돌을 야기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국방부도 11일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유포되고 있는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과장된 평가에 대해서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당부드린다”고 확인했고, 통일부는 11일 다시 “일부에서 만든 가짜뉴스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것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제가 되어야 한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있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사실 미‧중 정상회담 과정 중에 시리아 폭격을 단행하고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미국의 무력시위는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긴장으로 몰고가는 ‘패권 국가’의 ‘겁박 외교’의 전형적인 모습일 뿐입니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거꾸로 언제라도 핵을 가진 북한과도 손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극적인 미‧중수교 과정처럼 말입니다.

미국의 패권질에 덩달아 춤추며 안보 불안을 부추기는 세력은 그것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이 박근혜 탄핵으로 위기에 몰린 자신들의 처지를 역전시켜줄 수 있는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라고 여겨서든, 국민들의 안보불안 심리를 자극해 코앞에 다가온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정치공학적 발상이든, 온 민족의 생사를 가지고 도박을 하는 가장 질나쁜 죄악일 뿐입니다.

이유나 목적이 무엇이든 한반도의 안보불안에 편승하거나 이를 부추겨 덕을 보려는 세력이 존재하는 한 미국의 겁박 정치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멀어질 것입니다.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보았듯이 결국 국민의 힘 밖에 없습니다. 민주의 촛불, 국민 주권의 촛불을 평화의 촛불, 민족 주권의 촛불, 나아가 통일의 횃불로 이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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