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오랜만에 대결했습니다. 아니 만났습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전과 여자 축구 남북전. 각각 남측과 북측에서 열렸습니다.

하나는 6일 오후 남측 강원도 강릉아이스하키센터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A 4차전 경기. 이 경기에서는 남측이 3-0으로 이겼습니다.

다른 하나는 7일 오후 북측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B조 2차전 경기. 이 경기에서는 남과 북이 1-1로 비겼습니다.

남북전은 시합도 중요하지만 격식도 중요합니다. 강릉의 경기장에서는 북측 ‘공화국기’가 펄럭이고 애국가가 연주됐으며, 평양 경기장에서도 남측 태극기가 날리고 애국가가 울렸습니다.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 것입니다.

보다 중요한 건 응원입니다. 남측 ‘국민’과 북측 ‘인민’의 마음을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릉아이스하키센터에서의 남북전에는 5천 8백여 명의 관중들이 너나할 것 없이 양팀을 응원했으며, 특히 6백여 명의 남북공동응원단이 “우리는 하나다”를 연호하며 경기장을 울렸다고 합니다. 평양에서의 축구 남북전에서는 김일성경기장을 꽉 메운 5만 명의 북측 응원단이 엄청난 열기를 뿜어댔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 두 개의 남북전은 두 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여에 걸쳐 남북 간에 아무런 실질적인 대화가 없다가 박 대통령 탄핵과 구속 이후 스포츠를 통해서나마 남북이 만났다는 것입니다. 남과 북이 대결과 반목의 악순환에서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다른 하나는 지금 트럼프-시진핑 간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데, 이 회담에서 북측의 핵문제와 남측의 사드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라 합니다. 이는 우리 민족의 운명을 강대국에 맡기는 모양인데, 이 시점에 스포츠 대결이긴 하지만 남북이 만나는 게 그나마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 상황이 이러니 오죽하면 스포츠 대결인데도 스포츠 만남, 나아가 남북의 만남으로 표현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스포츠를 통한 남북교류. 5월 9일에 치러질 남측에서의 대통령선거 결과에 이어 남북관계 개선의 씨앗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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