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하는 중국

작년 말 한류 차단, 1월 초 관광객 20% 축소, 2월 초 선양 롯데월드타워 공사 중단 등 경제 분야, 경고성 조치로 시작된 중국의 사드 보복이 부지 확정, 발사대 공수 등 배치 강행 이후 싹 달라지고 있다.

첫째 경제다. 3월 초 중국 당국은 한국행 관광 상품 판매 금지, 롯데 모든 제품 판매 차단 등 7개 항의 지침을 내리고 “위반 시 엄벌” 조항까지 달았다. 게다가 “한·중 갈등이 계속 고조된다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도 머잖아 어려움을 겪게 될 것(환구시보. 3월1일)”이란다.

“우리나라 수출이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1957~1958년 이후 58년 만에 처음(연합뉴스. 1.1)”인 최악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우리 수출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과 이런 식으로 가도 정말 괜찮을까?

둘째 안보다. 지난 1월 9일 오전 10시 중국판 B-52로 불리는 훙(H)-6 폭격기 6대가 윈(Y)-8J 조기경보기 1대, 윈-9JB 전자정보 정찰기 1대 등을 거느리고 제주 남방 이어도 인근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했다. 핵폭탄 장착이 가능한 전략폭격기를 다수 동원한, 명백한 핵위협이다. 한바탕 소나기로 끝날까?

“중국과 한국이 국부적으로 이미 실질적인 군사 대치 상황에 들어갔다(육군 소장 뤄위안. 환구시보. 3.2)”는 것이 중국의 판단이다. 그래서 어쩌자고? “사드 기지를 외과수술식으로 타격해야 한다(같은 기사)”거나 “한국 사드 체계를 타격하는 군사훈련도 해야 한다(환구시보. 3.8)”더니 결국 “중국이 주한미군이 배치중인 사드에 전담 대응하기 위한 미사일 대대를 신설하고, 24시간 전투준비 태세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중앙일보. 3.22)”는 거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한중정상회담. 2008. 5.27) 대신, 이제 중국의 전략무기가 24시간 우리를 향한다.

셋째는 이거다. <중국 교육당국이 일선 학교에 반(反) 한국 교육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동부지역 W초등학교에서는 전날 학년을 총괄하는 반주임 교사가 학생들에게 “한국이 미국에 땅을 팔아 중국에 위협을 가한다” 등의 주장을 서너차례 반복했다고 한 학부모가 전했다(...) “한국상품, 특히 롯데 제품은 사면 안된다”며 한국 상품 불매까지 지도한 것으로 알려졌다(연합뉴스. 3.4). 바로 옆집 사람들, 13억 중국인이 우리를 적으로 인식한다면, 가공할 보복이다.

이렇게까지 사태가 악화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국민적 토론과 합의, 이웃 나라들과의 소통과 조정 등을 일체 거부하고 사드 배치로 갑자기 돌아선 그 정권이 없어졌으니, 차기 정부가 그 ‘잃어버린 과정’을 되살린다면 마땅히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거였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3일 새해 업무보고 관련 사전 브리핑 때(...) “다음 정부가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의 유권자들이 대선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한겨레. 1.14)> 국방부가 2월 28일에야 롯데로부터 성주 부지를 양도받았으니 한미 간 부지 공여 협의, 미군 측의 기본설계, 그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시설 공사 등이 기다리고 있었고, 따라서 ‘새 정부의 현명한 판단’은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 “사드 체계의 일부가 한국에 도착했다(주한미군사령부. 3.7)” 어떻게? <사드 장비를 실은 C-17은 이날(7일) 오후 10시쯤 어둠 속에 오산기지에 내렸다. 수송기의 착륙은 철저한 보안 속에 이뤄졌다. 한국군은 수송기의 착륙 자체를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만 알고 있었다(중앙일보. 3.8)>

그래서? “사드 배치와 부지 조성을 동시에 진행하게 됨에 따라 만약 5월 초쯤 조기 대선이 실시되더라도 사드 배치를 되돌리기는 사실상 불가능(조선일보. 3.8)”해졌다. 적어도 사드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은 우리 국민의 ‘대선을 통한 선택’의 사전 봉쇄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중국의 사드 보복에 기름을 부은 미국이 그 책임을 어떻게 대했나?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3월 17일 서울 기자회견에서 “사드가 본질적으로 방어적 성격이란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한 만큼 중국이 사드 보복에 대한 입장을 바꿔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바로 다음 날 중국으로 향하는 그가 이 정도로 예열을 했으니 기대가 없을 수 없었다. 그러나 <사드 문제에서도 왕이 부장은 “중국의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한 반면(...) 틸러슨 장관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한겨레. 3.18)> 이게 다가 아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미국과 한편이 되어 중국과 다투는 구도를 벗어나,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는 필리핀에 대해 미국은 ‘수 억 달러’ 규모의 원조를 보류했다. 필리핀과 중국은 어떻게 했나? <라몬 로페즈 필리핀 무역장관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양국은 135억달러(약 15조2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조선일보. 2016.10.21.)>

한미는 거꾸로다. “대미 수출 상위 10대 품목만 따로 보면, 미국의 보호무역 조처는 1992~99년 62건에서 금융위기 이후인 2008~2016년 1274건으로 20.5배 늘었다(한겨레. 1.23)” 그런데도 그들은 “한·미 FTA를 포함한 여러 무역협정에 대한 접근법을 재검토할 필요(미 무역대표부. 3.1)”가 있단다.

도발하는 일본

서울과 부산의 소녀상을 앞세운 일본의 역사 도발은 철저하다. 첫째 ‘12.28’합의와 소녀상 설치를 묶어 위안부 전쟁범죄의 진실을 뒤엎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주변에선 12·28 합의에 따라 일본이 10억엔을 한국에 지급했는데도 소녀상이 이전되지 않는 사실에 대해 “마치 ‘보이스 피싱’(일본어로는 입금사기)과 같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한겨레. 1.2)“더니 ”일본은 10억엔을 출연했으니 다음은 한국이 성의를 보여야 한다(1.8)“고 아베가 직접 나선다. 그렇게 해서 <‘도덕적 우위는 한국이 아닌 일본에게 있다’는 아베의 오만함과 그릇된 역사인식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본 국민들 사이에 빠르게 번져가고(중앙일보. 1.9)>있는 것이다.

둘째 일본은 1월 6일 주한 일본대사와 부산 총영사의 일시 귀국, 한-일 통화스와프 협의 중단, 한-일 고위급 경제협의 연기, 부산영사관 직원의 부산시 관련 행사 참가 보류 등 정치, 경제 양면에서 동시 보복을 시작했다.

여기서도 미국은 기름을 부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이다. “양국 합의는 지난해 양국과의 관계 및 다면적 협조를 강화하는 데 기여해왔다고 믿고 있다(존 커비. 1.6)” 미 국무부 부장관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이 워싱턴에서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사무차관과 구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일•한 합의를 지지하며 착실한 이행을 강하게 기대한다고 말했다(교도통신 한글판. 1.6)”

미 부통령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대응 조치안을 마련해 오바마 정권에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1월 6일) 28분간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 통화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이때 아베 총리에게 "한국의 움직임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그 말을 듣고 일본의 대응 조치에 자신감을 가졌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조선일보. 1.9)>

독도에 대한 영토 도발도 매우 심각하다. “독도는 국제법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다(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 1.17)”에 이어, 1월 20일 일본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 홈페이지의 독도 표기까지 문제 삼으며 한국 정부에 삭제를 요청했다. 독도 영유권의 국제 분쟁화를 노린 공격이다.

그리고 3월 24일, 일본 정부는 모든 고등학교 교과서에다 독도가 자기 나라 땅이라고 고쳐 썼다(고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 이로써 2014년에 초등학교 교과서, 2015년에 중학교 교과서를 바꿔 쓴 것까지 합쳐, 일본의 초중고 학생 전원이 독도를 자기들 영토라고 배우게 된다.

현실은 두 번 창조된다는 말이 있다. 한 번은 머릿속에서, 또 한 번은 실제로. 내일의 주인공, 일본 청소년들의 의식 속에서 독도는 이미 침략당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독도 도발, 여기에도 미국은 끼어든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우리 해군의 대형 수송함인 독도함(1만4500t급·사진)이 참가하는 훈련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 이는 일본이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로 부르며 영유권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독도함'이란 이름의 우리 군함을 훈련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조선일보. 2016.5.28.)>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일본 아사히)신문은 또 해상자위대가 이런 반응을 보이자 한국이 양보해 해상자위대가 승선할 배를 다른 배로 변경했다고 전했다(한겨레. 2016.5.27.)> 우리 군은 이런 예민하고 중대한 문제에서 왜 양보했을까? 한국과 일본 간 군사적 연대를 연결하는 미국, 우리 군대의 작전지휘권을 지닌 그 미국을 빼고는 결론을 찾기 어렵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3월 18일 중국행 전용기 안에서 “일본은 동맹, 한국은 파트너”라고 공개 발언했다. 왜 이럴까? “굳이 그런 식으로 차별화한 것은 협상 DNA를 가진 사람으로서 일본이 한국보다 우선순위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려는 의도였다는 거다(동아일보. 3.24)”

왜 지금 한일 간 서열화를 한일 양쪽에 객관화하는 것이 필요했을까? ‘미사일 경보 훈련’이란 이름의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을 보자. 이 훈련은 작년 6월과 11월, 올해 1월과 3월 각각 실시됐다. 1차는 5개월이었는데, 2차부터 4차까지는 2개월로 주기가 짧아졌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1월 10일 아사히신문은 한미일 3국의 대잠수함 훈련을 미국과 일본이 한국에 제안했는데 한국 측이 시기상조를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지금 미국은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의 종류를 확대하고 강도를 높이려 한다. 군사행동의 특성상 공동훈련이 잦아질수록 ‘질서 확립’이 더욱 중요해진다. 미 국무장관은 동맹과 파트너로 한일을 구별한 후 ”한반도 문제에서도 일본은 (한미일) 3자 관계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한겨레. 3.19)“

한반도 문제에서는 당연히 한국이 ‘중요한 요소’ 아닌가? 그런데 그런 말은 없고, 일본을 콕 집어 중요한 요소라 했다. 아베로 대표되는 일본 군국주의 세력이 그토록 원하는 한반도, 거기서의 일본 위상을 미국은 나날이 높여준다.

기름 붓는 미국

한국을 중국에서 완전히 떼어내는 도구 측면에서의 사드, 그 한국을 미일 군사동맹의 하위 체계로 잡아당기는 수단 측면에서의 한일 위안부 합의 등은 모두 북핵의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중국이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데도 미국은 사드 배치가 오직 북핵의 위협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국민이 결단코 수용할 수 없는 위안부 합의도, 일본의 독도 도발도 북핵의 위협 때문에 힘을 모으는 차원에서 덮고 가자고 말한다. 한미일 합동군사훈련도 마찬가지 논리가 작용한다.

중국의 부상을 누르고 미국의 패권을 지키려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과 북핵은 이처럼 밀접하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오바마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트럼프가 단 하나, 대북 정책만은 오바마를 따르는 이유에 보다 쉽게 접근 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은 현재 검토 중,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들의 공식입장이다. 그러나 이 말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1월 20일 출범한 이후 트럼프 정부는 벌써 두 달이 넘도록 정책적 결단 없이는 절대 단행할 수 없는 중대한 발언과 행동을 계속 펼쳐왔기 때문이다.

특히 틸러슨 국무장관의 일본, 한국, 중국 연속 방문 3.15-18)을 계기로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이 집중적이고도 솔직히 드러났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3월 16일 일본에서 “새로운 대북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고, 다음 날 서울에서는 “전략적 인내는 이제 끝났다”고도 했다. 전략적 인내가 아닌, 새로운 대북정책, 그들이 구상하는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틸러슨 장관은 18일 중국 행 전용기에서 기자에게 말했다. “중국은 북한 정권이 (도발을) 다시 생각하게 할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으나 그동안 충분히 쓰지 않았다” 미리 한 방 날리고 시작하는 전형적 미국 외교술이다.

이런 기조는 18일 베이징의 미중 외교장관회담으로 이어졌다. <(미중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틸러슨 장관은 ‘대화’란 단어를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고(...)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는 북한이 올바른 길을 선택하게 하기 위해 북한에 영향력이 있는 중국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도 강조했다. 협력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중국에 대한 압박이었다(중앙일보. 3.20)>

틸러슨 만이 아니었다. 트럼프는 17일(현지시각) “북한은 여러 해 동안 미국을 가지고 놀았다. 중국은 (북한 문제에)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엄호사격을 했고, 같은 날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6자회담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밝혀, 결정적으로 북미대화를 부정했다.

트럼프 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다른, 새로운 대북정책에 대한 백악관의 설명이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3.20) 정례 브리핑에서 “틸러슨 장관이 (한·중·일 방문에서) 오바마 전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끝났다는 아주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은 중국이 북한에 다양한 대북 압력을 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조선일보. 3.22)>

자세히 읽어보면 앞뒤가 안 맞는, 코미디 같은 말이다. 전략적 인내가 끝났다, 면서 중국의 대북 압력을 기대한단다. 중국이 해결하라, 허무한 언사로 사실상 북핵을 방치한 것이 전략적 인내 아닌가.

“B-1B 폭격기의 잇단 한반도 출격은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FE) 기간 중 북한의 도발 억지와 신형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 등 대남 위협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북한은 미사일 도발로 응수했다(동아일보. 3,23)” 북의 위협을 막기 위한 행동이 북의 새로운 위협을 부르는, 그리하여 한반도의 위기가 자꾸만 올라가는, 전도된 대응을 하루속히 멈춰야 한다.

 

 

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전 6.15남측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전 반전평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