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이번 남북 장관급회담에서도 지난 2차 (금강산) 적십자회담의 잘못된 `힘겨루기` 양상이 재연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남측의 회담 관계자는 남북이 이틀간 본격적인 회담을 사실상 마친 이날 `종합적으로 볼 때 오늘(29일) 밤 공동 보도문이 발표될 가능성이 적다`고 말해 양측간 합의 도출의 어려움을 실토했다.
이에 앞서 박재규 남측 수석대표는 오후 천지연폭포 관광을 마친뒤 `남북간의 합의사항을 정리한 공동보도문이 오늘 밤 발표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으나 이는 단지 남측의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물론 이날 심야에 남북간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석대표 단독접촉이 이뤄지기전 양측은 박 수석대표와 전금진(全今振) 북측 단장은 회담을 결산하는 내용의 보도문과 관련된 발언이 서로 엇갈리는 등 신경전을 연출하기도 했다. 전 단장은 기자들에게 `내일(30일) 오전에 간다`며 `오늘 저녁 할 일이 많다`고 말함으로써 회담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암시했다.
사실 남북간 예정된 회담 일정 등은 가급적 준수됨으로써 남북회담과 교류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은 지난 22일 금강산에서 열린 제2차 적십자회담에서도 남측의 결렬 선언 이후에야 합의서를 채택해 결과적으로 회담 일정을 하루 연장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이같은 남북간의 기세 다툼은 하루전에야 일정을 확정하는 관행과 맞물려 6.15 공동선언 이후 확산되고 있는 남북간의 교류 협력 및 신뢰관계에도 자칫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번 장관급회담에서 막판 난항을 겪고 있는 사항은 대략 세가지 정도이다. 양측은 오는 11월 중순께 열기로 한 제4차 장관급회담의 개최 장소를 놓고 남측은 평양을, 북측은 금강산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또 남측의 올해말부터의 이산가족 문제 해결 본격 확대 추진 입장에 대해 북측은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나 생사확인, 서신교환의 규모와 면회소 설치 시기 등에 대해 남측의 이해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남(金永南)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12월 초순 서울과 제주 방문에 대해 남측은 공동보도문에 이를 명기하자는 입장이나 북측은 의견을 같이 하는 선에서 합의하자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따라서 남북은 6.15 공동선언의 실천의지를 구체적인 회담을 통해 양측 주민들에게 확증시키기 위해서라도 상호 양식과 관례를 존중하는 가운데 각각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생산적인 회담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합2000/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