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와영희,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출판사입니다. 출판사 대표님과 친분이 두터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출판사로 덕을 본 일도 없지만^^, 좋은 책을 많이 펴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책은 역돌이, 철수, 영희 등 세 명의 10대 어린이들과 백범 김구 선생, 박종철, 전태일 열사가 채팅과 이메일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무척 신선하죠? 아이들에게 우리 현대사를 이야기하는 이들 자체가 바로 현대사 그 자체입니다. 강사 선택이 참 탁월하다는 생각!

▲ 함규진 저/스튜디오 돌 그림, 『김구·전태일·박종철이 들려주는 현대사 이야기』, 철수와영희, 2010. 8. [자료사진 - 통일뉴스]

역사 교과서 논란으로 지금도 많은 분들이 상처를 입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전 세계에서 자국의 현대사를 아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유일한 국가가 한국 아닐까요.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런 국가에서 독재정권들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만들었습니다. 대단한 일이죠.

그렇습니다. 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나라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 대한민국이죠. 대학입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국·영·수 공부하기에도 바쁘다고, 우리는 정작 가장 중요한 우리의 역사를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이런 책은 너무나 소중합니다. 아이들에게 우리의 현대사를 가르친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랑스럽기도 하고, 때론 숨고만 싶은 우리 현대사를 통해 다시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역사를 모른다고 개탄만 할 것이 아니라 먼저 다가가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합니다. 그것도 알기 쉽고 재미있게요.

여기서 참 어려운 문제죠. 알기 쉽고 재미있게. 너무 재미있게 설명하려 하다간 중요한 의미를 간과하기 쉽고, 또 한없이 진지한 모드로 나가면 아이들이 지루해 하고요. 때문에 채팅, 이메일, 메신저라는 도구를 통해 현대사를 이야기한다는 발상 자체가 자못 신선하고 재미있습니다. 아이들의 살벌한 타수를 오히려 어른들이 따라가기 힘들지도 모르죠.

백범이 말씀하신 ‘잘 사는 나라’. 우리는 그동안 잘 살기 위해 정말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때론 독재도 참아가며, 반공이란 이름에 주눅들어가며 남들이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서도 잘 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녕 잘 사는 것이 무엇일까요. 과연 우리는 지금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지금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지금까지의 삶, 그 과정들이 모두 옳았고, 그 덕분에 너희들이 굶지 않고 잘 살 수 있게 된 것이라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까요. 전 자신이 없습니다. 지금 아이들이 행복한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진정 잘 산다는 것은 단지 굶지 않고 생명을 유지하는 것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책은 말합니다. 일제 강점기 이후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잘 사는 나라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하지만 아직 우리는 더 많이 노력해야 하고 땀 흘려야 한다고. 단순히 GDP가 얼마냐의 문제가 아닌, “더 평화로운 세상, 더 자유로운 나라, 더 평등한 사회” 바로 이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우리는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요.

단순히 어린이들만의 몫이 아님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잘못 이어져 온 것들을 제대로 바로 잡지 못했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이래 지금까지 그 단추들은 줄줄이 잘못 끼워져 왔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눈물겨운 노력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이 사회를 보면, 여전히 갈 길은 멉니다. 이승만 정권 당시 국회에서 깡패를 동원해 상대방을 폭력으로 위협하던 기억이, 태극기를 ‘인질’ 삼아 탄핵안을 가결시키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이들과, 그들을 선동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모습. 이들과 그대로 겹칩니다. 독재는 총과 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그 모습을 똑똑히 보고 있습니다.

지금의 추잡한 행태, 불의의 시대 역시 역사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후세들은 지금 2017년 3월 바로 이 시대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요. 굳이 예상하지 않아도 빤히 보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다가옵니다. 어떤 이유로든 불의를 정당화할 순 없습니다. 때문에 나약함 역시 정당화될 순 없겠죠.

우리의 역사를 바로 기록하고 이를 후세에 전하는 것은 어찌 보면 참 부끄러운 일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가 잘못한 것이 적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분명히 우리는 진실을 알려야 합니다. 아이들은 진실을 알고 자신의 시대를 또 다시 만들어 가야 하니까요.

소중한 분들이 만들어가는 소중한 책.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일입니다. 이런 책들을 보다 많은 아이들이 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책 내용에 100% 동의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라도 아이들이 안다면 스스로 더 공부해서 더 가까운 진실, 더 치열한 삶 역시 느낄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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