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성주에 배치될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관련, 중국의 반발 분위기가 급등하는 가운데 급기야 중국의 한 예비역 장성이 사드에 대한 ‘외과수술식 타격’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중국 군사과학원 국가고급학술위원회 위원으로 있다는 중국군 소장 출신인 그 예비역 장성은 2일 <환구시보>에 기고한 ‘사드 10책’이라는 글을 통해 롯데 골프장에 배치되는 사드 진지를 중국에 군사적 위협이 되는 고위험 지구로 선포하고 필요할 경우 외과수술식 타격을 가해 손 쓸 수 없는 마비상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외과수술식 타격(surgical strike). 어디서 많이 듣던 용어입니다. 그렇습니다. 1994년 ‘1차 북핵위기’때 나온 용어입니다. 당시 이른바 북핵문제가 불거지면서 미국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만 제거하는 ‘외과수술식 정밀 폭격’을 준비했습니다. 마치 인체의 환부(患部)만을 도려내듯이 핵시설만 정밀 타격해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선제타격론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북한을 예방적 차원에서 타격해 핵시설을 제거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결국 미국은 북한을 외과수술식 정밀 폭격으로 선제타격해 핵시설을 무력화시키는 과업을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시뮬레이션 결과, 북한이 보복대응에 나설 경우 휴전선 부근에 있는 대량의 장사정포를 서울로 발사할 것이며, 이는 전면전을 촉발해 승리하기가 쉽지 않으며 설사 이겨도 이겼다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피해가 막심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후에도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북한 핵시설에 대해 여러 차례에 걸쳐 선제타격과 외과수술식 폭격 의지를 밝혔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1994년에 비해 지금은 핵시설이 북한 전역에 산재해 있는 데다 핵물질 은닉장소도 파악이 안 되며 게다가 핵무기 운반도 비교적 자유로워 군사적 공격을 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북한의 군사력도 비할 바 없이 강화돼 “다종화, 다양화된 핵타격 수단”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 중국이 남한에서 사드가 배치될 성주지역을 향해 외과수술식 타격을 가하겠다고 하니, 아무리 퇴역한 강경파 예비역 장성의 으름장이라고 해도 괘씸하다 못해 모골이 송연해지기까지 합니다.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조치로 그동안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등을 민간 차원에서 암암리에 해 왔는데, 이젠 아예 노골적으로 ‘한국 관광상품 판매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러니 성주 사드 시설에 대한 중국의 외과수술식 타격 언명도 빈말로 치부하기에는 꺼림칙합니다.

북한의 핵문제를 두고 미국에서 나왔던 외과수술식 타격이 이제 한국의 사드문제를 두고 중국에서도 똑같이 외과수술식 타격이란 말이 나오니, 남과 북 우리 민족이 주변 강대국의 노리개이자 먹잇감으로 전락되는 것 같아 영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나마 북한은 미국의 군사적 타격에 맞서 핵과 미사일로 대응하겠다고 맞짱이라도 뜨는데, 남한도 중국에 대응해 군사전략을 세워야 할 판인데 이게 가능할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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