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Daum영화]

정치검사 박태수의 탄생

전라도 목포 양아치의 아들 박태수. 그는 자잘하게 촌사람들 등쳐먹으며 주먹으로 위세 부리던 아버지가 어느 날 한주먹거리도 안 돼 보이는 양복쟁이한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걸 보고 진짜 권력이 어디 있는지 깨닫는다. 아버지 방식 그대로 주먹으로 학교 짱으로 군림하던 그가 머리로 세상을 제압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순간, 그의 인생은 첫 번째 전환점을 맞게 된다.

공부와는 담을 쌓았지만 다행히 머리는 있었던 박태수. 그는 갖은 노력 끝에 서울대학교에 들어가고 사법시험을 패스하여 검사가 된다. 목포 촌구석 양아치 박태수가 검사 박태수가 되자, 주변의 모든 것이 달라진다. 개천에서 난 용 박태수는 집안의 자랑이자 동네의 자랑거리가 되고, 잘나가는 집안에서 혼담이 줄을 잇는다. 든든한 검사 사위를 원하는 재력가의 딸로 똑똑하고 미모까지 갖춘 방송국 아나운서와 결혼하여 상류사회로 진입함으로써 박태수의 인생 반전기는 완성되는 것처럼 보인다.

▲ [출처-Daum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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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직 그가 모르는 상위 1%의 검사 세계가 있었다. 나머지 99%의 검사는 단순 반복적인 일에 치여 사는 일개 월급쟁이 공무원에 불과했다. 한 쓰레기 같은 피의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는 ‘연줄’의 힘을 알게 되고, 그 힘의 끝에 ‘라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애초에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싶어’ 여기까지 달려온 박태수는, “자존심 잠깐이다. 크게 봐야 돼, 넓게 보고.”라며 자존심 팽개치고 ‘라인’을 위해 후배한테 무릎 꿇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선배 검사 양동철을 만나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에 선다.

쓰레기 하나만 눈감아 주면 박태수 앞에 검사들이 선망하는 노른자위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전략수사부의 문이 열린다. 거기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차기 검사장 물망에 올라 있는 한강식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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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재벌이건 정치인이건 가리지 않고 ‘큰 건’을 빵빵 터뜨리는 수사 능력으로 검사들에게는 우상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는 ‘이슈는 이슈로 덮고’, ‘사건은 묵혀뒀다가 김치처럼 익혀서 써먹는’ 지능적 방법으로, 전략수사부 밀실에서 대한민국 고위층을 쥐락펴락하는 기획 수사를 펼치는 인물. 대중의 스포트라이트 앞에서는 소신 있게 수사하여 신문 1면을 장식하는 멋진 검사면서, 뒤에서는 조직 폭력배 무리와 검은 커넥션을 유지하며 검은 돈을 챙기는 비리 검사였다. 그리고 5년이면 명을 다하는 권력의 지형을 미리 읽고 놀라운 감각으로 ‘라인’을 잡아 정권 갈아타기를 하면서 왕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정치검사였다.

검사에게 머리를 조아리던 아버지를 보며 깨달았던 인생의 진리를, 박태수는 상류층 인사들의 비밀 파티 장소인 고층 빌딩 맨 꼭대기 층 펜트하우스에서 한강식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이들을 보며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는 인생을 바꿀 최고의 기회를 잡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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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가 길면 밟힌다

영화는 80년대 후반부터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권에 이르기까지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승승장구해 온 정치검사의 행태를, 새끼 정치검사 박태수의 내레이션을 통해 세밀하게 파헤쳐 보인다. 이를테면 영화는 그림으로 치면 풍속화고, 정치검사의 생리를 코믹하게 그려낸다는 점에서 풍자화라 할 수 있다.

관객은 권력을 선망하는 박태수를 따라 전형적인 정치검사 한강식의 세계에 입문하여, 먼저 그 현실을 농단하는 교묘한 술수에 놀라고, 다음으로 권력의 환락에 취한 자들의 저열한 놀이판에 쓴웃음을 짓게 된다. 그리고 권력의 끈을 놓칠까봐 안달이 난 나머지 점을 보고 굿까지 하는 그들의 비이성적 모습에 현실이 오버랩되지 않을 수 없다.

▲ [출처-Daum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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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간절하게 바라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 준다’며 우주의 기운에 의지하던 현 정권이 결국 몰락했듯이, 정권 교체기마다 도박하듯 권력 라인을 찾아 눈치와 술수로 기회주의적 생존을 도모해 온 그들의 명줄 역시 끝이 있는 법이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현 정권도 한강식 일파도 결국 제 꼬리에 제가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만다.

시나리오는 2015년 2월경에 씌었다는데 영화는 올해 1월에 개봉했다. 굳이 이런 영화를 보지 않아도 될 만큼 영화보다 더한 현실이 펼쳐졌으니 영화의 입장에서 본다면 맥이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내부자들>, <검사외전> 등 흥행가도를 달린 영화들을 통해 이미 정치검사의 모습이 익숙하다는 것도 소재적 차별성이란 측면에서 <더 킹>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볼 만하다. 감독에게 무슨 신기가 내렸는지, 김기춘, 우병우 같은 정치검사들이 줄줄이 현실에 소환되면서 영화 속 한강식의 몰락은 현실을 적중한 예언이 되어 버렸다. 다른 영화에서 정치검사가 현실을 구성하는 한 축으로 기능하는 데 비해, 이 영화는 정치검사의 세계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 정치검사 생태 탐구 보고서라 할 만하다. 영화는 몇 개의 키워드로 정치검사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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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권력의 공생 관계

첫 번째 키워드는 ‘힘’. 힘의 저급한 단계는 폭력이다. 박태수의 아버지처럼 박태수도 주먹으로 주변을 다스려 왔다. 그러나 ‘진짜 힘’은 주먹에 있지 않다. 그 ‘진짜 힘’을 지닌 자가 한강식이다. 그리고 한강식의 뒷배를 봐주는 것은 폭력 조직 들개파이다. 권력과 폭력은 빛과 어둠처럼 맞물려 있고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힘’은 이렇게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든다. 주먹이라면 박태수에 뒤지지 않을 고향 친구 두일은 들개파가 한강식에게 하듯이 자신도 박태수의 어두운 일을 처리하며 뒤를 봐주겠다고 제안한다. 박태수가 검사가 되지 않았다면 두일이처럼 깡패가 되었을 것이다.

영화는 힘을 숭상하는 자들의 욕망이 어떻게 정치검사에 도달하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통제되지 않은 권력의 속성은 기본적으로 폭력이나 다를 바 없고, 권력에 취한 정치검사의 본질은 양아치라고 말한다. 그들은 권력의 개이자, 권력을 방패 삼아 부정과 부패를 일삼고 개같이 벌어들이며 국민을 등쳐먹는다. 들개떼들이나 다름없다. 한 마디로 개XX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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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키워드는 ‘서울대학교’. 김기춘, 우병우 앞에는 꼭 엘리트 검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한국 엘리트 집단을 대표한다고도 한다. 둘 다 서울대학교 출신이다.

김기춘은 경상남도 거제 출신으로, 워낙 명석하여 서울대학교 법학과 3학년 때 고시에 합격했다. 박정희 정권 때 유신헌법 제정 실무를 담당했으며,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으로 유학생 간첩단 사건 등 각종 용공 조작 사건을 주도했다. 이후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국회의원,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르기까지 권력의 핵심부에서 승승장구해 왔다. ‘조작’ 외에도 법 지식을 이용한 ‘프레임 전환’이 주특기인데, 법무부장관 시절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초원 복국집 사건 등이 ‘프레임 전환’의 성공적 사례로 알려져 있다. 본인은 하도 법망을 잘 피해서 ‘법꾸라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우병우도 만만치 않다. 경북 봉화 출신으로, 영주고 수석 입학, 학력고사 전국 53등, 서울대학교 법학과 진학, 만 20살 때 사법시험 최연소 합격, 사법연수원 2등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박태수처럼, 자신의 사업을 보위할 검사 사위를 두고 싶었던 재산가의 사위가 되었다. 처가는 오래 전부터 최태민 일가와 끈끈한 관계라고 알려져 있다. 탁월한 수사 능력을 인정받으며 검찰 조직 내에서 승승장구해 온 우병우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을 거쳐 최연소 민정수석이 된다. 지금은 김기춘과 더불어 2대 법꾸라지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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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수도 검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죽어라 공부해서 서울대학교에 들어갔다. 한강식 역시 20대 초반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수재에다, 범죄와의 정권, 하나회 와해 등 굵직굵직한 사건을 해결해 온 능력 있는 검사다. 그 한강식이 자존심을 꺾지 않는 박태수에게 말한다. “서울대 나오고 검사 되니까 세상이 다 네 거 같니? 너만 서울대 나왔고, 너만 검사야?” 그렇다. 우리 동네에서는 하나도 보기 힘든 서울대가 그 동네에는 차고 넘쳐 별 거 아니다.

서울대학교는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을 상징한다. 머리 좋고 똑똑한 인재들은 다 서울대학교에 모이고, 이들은 대한민국의 핵심 요직으로 진출하여 대한민국의 지배 엘리트가 된다.

한강식의 다음 발언은 이 엘리트들의 잘못된 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태수야, 안 보이니? 내가 역사야, 이 나라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배우지 못한 엘리트란 이런 것이다. 머리 좋은데 돈 없으면 <검사외전>의 강동원이 되고, 대학 갈 돈 있으면 서울대학교 나와 한강식이 된다, 김기춘, 우병우가 된다. 사기꾼 아니면 법꾸라지다. 제대로 된 역사의식 없이 괴물처럼 공부만 한 엘리트들은 결국 이렇게 괴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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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공부 좀 하자

이제 세 번째 키워드로 들어가 보자. 한강식이 좋아하는 ‘역사’.

한강식이 박태수를 처음 만난 날, 한강식의 때 아닌 역사 강의가 펼쳐진다. “친일파놈들? 걔들이 대한민국 권력의 중심이야. 독립군? 그 양반들 한 달에 60만 원 연금 없으면 다 굶어 죽어.” 한강식의 현실 진단은 정확하다. “역사 공부 좀 하자.”로 시작해서 “요즘 애들은 왜 역사 공부를 안 하니?” 하는 한탄으로 끝나는 한강식의 역사 인식은 그러나 팩트는 맞되, 전도되어 있다. 잘못된 역사에서 배워야 할 것은 나도 저렇게 권력에 붙어 출세하자가 아니라, 출세주의자들이 득세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는 오랜 시간을 두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의 주인 노릇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보해 왔다. 비록 때로는 후퇴하고 때로는 정의가 유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은 자연의 지배로부터, 또는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는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오랜 세월 투쟁해 왔으며, 한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데는 수십, 수백 년이 걸린다.

한강식은 짧은 역사는 봤지만 긴 역사는 보지 못했다. 일제 강점으로 우리 역사가 왜곡된 이래 우리는 아직 한 시대의 종언을 고하지 못하고 있다. 한강식 같은 인간의 오판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친일과 독재의 잔재를 청산하여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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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영화의 결론으로 가 보자.

한강식은 몰락한다. 그가 몰락하지 않는다면 관객의 스트레스 수치는 상승할 것이고, 현실에 대한 패배주의와 함께 한강식의 전도된 역사 인식을 수긍하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강식의 몰락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영화에서 한강식은 두 번 흔들린다. 친일에서 반공으로 옷을 갈아입고 50여 년간 기득권을 수호해 온 수구 권력이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으로 교체될 즈음에 한 번,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으로 인해 또 한 번.

최초의 야당 정권 창출을 앞두고 점까지 보며 권력의 향배를 좇던 한강식은 비상한 정치 감각으로 새 정권에 안착한다. 여든 야든 가리지 않고 눈치껏 개 노릇만 잘 하면 됐던 것이다. 한강식과 박태수가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며 환호하는 장면은 아이러니컬하다.

▲ [출처-Daum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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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검찰 개혁을 공약으로 내건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은 권력의 심부에서 밀려나는 정도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권력 기반을 훼손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강식 일파에게 엄청난 위기감으로 다가온다. 더구나 ‘고졸, 그것도 상고 출신의 촌놈’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그들의 엘리트 의식에 지대한 손상을 가져온다. 굿을 해서라도 그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막고 싶어 한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 검사들의 오만함은 노무현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에서 익히 본 바 있다.

한강식의 위기의식은 역으로 정치 검사의 설 자리를 없애는 방법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먼저 검사라는 이름으로 누리는 어떤 특권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당파도 학파도 아닌, 조직 폭력배처럼 기득권 수호를 위해 엮인 ‘라인’은 해체되어야 한다. 또한 검찰이 권력의 개가 아니라 법과 국민의 수호자가 되려면, 선출된 권력에 의해 확실하게 감시되고 통제되어야 한다. 검찰총장 직선제가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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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인가

검찰이 다 썩은 것은 아니다. 서류 더미에 묻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99%의 검사도 있다. 자기 일만 열심히 잘해도 중간은 간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역사상 이 정도 쓰레기들이 있었습니까?”, “쪽팔려서 검사 하겠습니까? 착한 사람들 옷 벗기기 전에 이 사람들 옷 벗기시죠.” 하고 정면으로 비리와 부정에 맞서는 안희연 검사 같은 정의로운 검사도 있다.

정말 있냐고? 2007년 일명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 사건의 공판검사를 맡은 임은정 검사가 안 검사의 실제 모델이란다. 인터넷으로 찾아본 임 검사는 무던하고 수수한 인상인데, 강단 있는 일화들을 많이 남겼다.

▲ [출처-Daum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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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한강식의 저격수로 모든 것을 잃고 한강식에게 팽 당한 박태수를 내세운다. 박태수에게 그럴 자격이 있을까. 박태수 역시 똑같은 쓰레기지만, 영화는 그에게 일말의 여지를 남겨 놓는다.

박태수가 한강식 라인을 타기 위해 쓰레기 하나를 눈감아 줄 때, 애초에는 검사 앞에 당당한 그 쓰레기한테 자존심이 상해 사건을 파기 시작했는데, 정작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자 피해자에 대한 연민으로 분노하게 된다. 결국 한강식의 청탁대로 쓰레기를 방면하지만, 정신지체가 있는 피해자의 어머니가 고마움의 표시로 싸온 도시락을 받자 말없이 그 도시락을 비운다. 도시락을 먹는 박태수의 모습을 주시하는 카메라를 통해 관객은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 죄의식, 양심의 가책 등 그의 내면의 갈등을 읽을 수 있다. 박태수는 덜 나쁜 놈인 것이다.

박태수의 마음 약함은 결국 자신의 몰락을 가져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강식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고치는 가족들을 말릴 수 없었으며, 앞뒤 재지 않고 폭주하는 친구도 막지 못했다. 자신을 위해서는 절연하거나 제거했어야 했겠지만, 박태수는 최소한의 인간성까지 내팽개친 짐승이 되지는 못했다.

▲ [출처-Daum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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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영합하되 그러나 아주 나쁜 놈까지는 되지 못하는 박태수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감독은 오히려 이런 박태수에게서 현실적인 해법을 찾으려고 한 것 같다. 정공법으로 승부하다 좌천된 안희연과 승부사 기질이 있는 덜 나쁜 양아치 박태수가 손잡을 때, 이상적인 정의 구현 사회까지는 바랄 수 없겠지만, 적어도 김기춘, 우병우 같은 것들은 잡아 처넣어야 되지 않겠는가.

양아치 박태수는 정치인으로 변신한다. 그는 여전히 욕망의 승부수를 띄우며, 한때 정치검사의 세계로 물 흐르듯 젖어들어 갔듯이 새로운 세계의 질서를 읽고 빠른 속도로 적응해 간다. 선발직에서 선출직으로 말을 갈아타기로 한 그가 잡을 ‘라인’은 무엇일까? 영화는 박태수의 입을 빌어 관객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래서 제가 당선됐냐고요? 그건 여러분이 결정하는 겁니다. 여러분이 이 나라의 진짜 왕이니까요.” 박태수는 이제야 제대로 ‘라인’을 잡은 것 같다.

정우성과 조인성, 신스틸러 김소진을 비롯한 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 조합과 영화의 색다른 영상미는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더해 준다. 영화는 이명박 정권까지만 다루지만, 스쳐가는 박근혜 대통령의 영상은 관객으로 하여금 그 이후를 상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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