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말미에서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해를 보냈”다면서 자책성 발언을 해 주목을 끕니다.

이 같은 개인적 차원의 발언은 매년 발표되는 신년사 구성에서 볼 때 다소 예외입니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 1월 1일 처음으로 발표돼 현재에 이르는 신년사는 통상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집니다. 북한내부, 남북관계 그리고 북미관계입니다. 이번에도 이 같은 흐름은 지켜졌지만, 맨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김 위원장 자신의 감정 표현이 새롭게 들어간 것입니다.

이 말은 지난해 해야 할 일이 많았는데 마음만 앞섰고 능력이 부족해서 성과를 내지 못해 안타깝고 자책을 했다는 뜻으로, 일종의 ‘자기비판’을 한 것입니다. 아직 ‘혁명과 건설’을 하고 있는 북한에서 혁명가는 늘 비판과 자기비판을 해야 합니다. 비판과 자기비판을 하는 이유는 이것들이 실천한 것에 대해 오류나 결함을 극복하기 위한 유력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김 위원장은 혁명하는 사람으로서 1년간 실천사업에 대해 자기비판을 한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 자기비판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의 최고지도자입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는 수령의 지위를 부여받습니다. 김일성 주석이 1대 수령이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대 수령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3대 수령인 셈입니다. 통상 북한에서 수령은 ‘무오류성’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 말은 수령은 모든 것을 알고 이해하고 있기에 그 결정이 완벽하고 잘못을 범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수령이 지도하는 “당이 결정하면 인민은 따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능력 부족을 실토하면서 그에 따른 자책을 드러냈습니다. 그것도 모든 인민이 보고 있는 <조선중앙TV> 앞에서 말입니다. 공개석상에서 행한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메시지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첫째, 인간적 접근을 통한 애민주의입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위의 자책 발언에 이어 “우리 인민을 충직하게 받들어나가는 인민의 참된 충복, 충실한 심부름꾼이 될 것을 새해의 이 아침에 엄숙히 맹약하는 바입니다”고 한없는 ‘인민사랑’, 즉 애민주의를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2015년 10월 10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연설을 통해 ‘인민’이란 단어를 90여회나 사용하면서 통치철학으로 애민주의를 밝힌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2017년 신년사에서 잊지 않고 애민주의 철학을 재천명한 것입니다.

둘째, 박근혜 대통령과 대비를 한 것입니다. 신년사는 “지난해에 남조선에서는 대중적인 반정부 투쟁이 세차게 일어나 반동적 통치기반을 밑뿌리째 뒤흔들어놓았습니다”면서 남측의 촛불시위와 ‘박근혜 탄핵’을 지적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탄핵 과정에서 세 차례에 걸쳐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으나 모두 거짓과 변명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능력 부족과 자책을 드러내는 솔직한 면모를 보임으로써 박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도덕적 우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셋째, 자신감의 발로입니다. 자기의 허물을 공개하고 자기비판을 한다는 것은 앞으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신년사 마지막에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가 앞길을 밝혀주고 당의 두리(주위)에 천만군민이 굳게 뭉친 일심단결의 위력이 있는 한 우리의 승리는 확정적입니다”며 낙관주의를 편 것은 다름 아닌 자신감의 발로인 것입니다.

집권 5년 차를 맞는 젊은 김정은 위원장이 정초부터 신년사에서 자책성 자기비판을 통해 남측과 외부세계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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