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인간만의 특징이라고는 절대 믿지 않지만, 반성은 인간이 더욱 인간다울 수 있는 미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 어떤 일이든 반성하지 않는 이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악인이든 선인이든 결국 모든 인간은 반성을 하게 됩니다. 아, 물론 여전히 ‘과연 저 사람들은 반성이라는 것을 알긴 알까?’ 궁금한 이들이 있긴 합니다.

이 시대 대표적 작가들이 소개하는 자기반성 이야기. 어떤 이는 정의를 외면했던 자신에게, 어떤 이는 늦장을 당연하게 여겼던 자신에게, 또 어떤 이는 음식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 자신의 습성에 대해, 또는 이웃을 외면했던 자신에게….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반성 이야기가 책에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이 반성하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가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반성입니다. 어떤 이는 이미 세상을 떠난 어머니 혹은 아버지에 대한 한없는 미안함과 그리움을 내비치며, 뒤늦게 후회하고, 또 어떤 이는 곁에 있는 부모를 뒤늦게 이해한 자신을 책망하기도 합니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어쩔 수 없이 눈물 흐르게 만드는 인연. 그 인연에서 많은 반성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먹먹해졌습니다.

▲ 고운기 외, 『반성 - 되돌아보고 나를 찾다』, 더숲, 2010. 11. [자료사진 - 통일뉴스]

책은 조용히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내어줍니다. 책을 읽으며 자신도 모르게 저질렀던 수많은 잘못과 그로 인해 일어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들이 떠오릅니다. 조금 더 정신을 차렸다면, 혹은 조금 더 열심히 했더라면 다른 결과가 올 수 있었던 일도 있었고, 뭐 지금 다시 해도 안 됐을 일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과거를 잊지 않고, 내 잘못된 행동이나 경솔했던 시간들을 기억하는 것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누구나 잘못이나 실수를 피해갈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그 잘못과 실수로부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 나를 찾아가는 길, 그 길에 반성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많은 이들에게 고통과 아픔을 준 이들이 정작 어떠한 반성도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작은 일에도 미안해하고, 걱정해주는 우리네 이웃과는 다르게, 큰 잘못을 저지르는 이들은 오히려 반성하지 않습니다.

끝내 탄핵에까지 이른 현 사태를 보면서도 느낍니다. 현 대통령은 물론, 여전히 많은 이들이 정치인이란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고통과 상처, 모욕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반성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이익과 미래를 위해서는 반성이 필요치 않습니다. 오히려 재빠른 망각이 필요합니다.

반성을 하지 않는 이들에게 자신의 추악한 과거는 결코 추악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과거로 인해 상처 받은 이들보다 먼저 그것을 잊어버립니다. 때린 사람은 발 뻗고 자고, 오히려 맞은 사람이 그 상처로 평생 고통스러워합니다. 진정한 반성을 할 수 없는 이는 어쩜 사이코 패스보다 더 무서운 이들입니다.

여전히 세월호는 인양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수많은 부모들은 생뚱맞게도 자신들이 잘못했다며 아이들을 부릅니다. 그런데 그 엄청난 상처를 어떤 이들은 이미 잊었고, 또 잊으라 합니다. 탄핵안에 찬성할 테니, 세월호 7시간은 빼자는 흥정은 저에게 세월호 아이들은 빼자는 말로 들려왔습니다. 참혹하고 또 무참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든 성실히 하고, 정직하며, 또 잘못된 일이 있으면 솔직히 털어놓고 반성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반성하지 않습니다. 뻔뻔합니다. 아이들에게 무어라 말해야 할까요.

모든 인간에겐 반성이 필요합니다. 죽을 때까지 반성하지 않고, 거짓과 기만을 일삼으며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이들. 그들이 가야할 곳은 비단 차가운 무덤만이 아닐 것입니다. 부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하늘에 부끄럽지 않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시대 진정 반성이 필요한 이들은 누구일까요?

반성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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