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열린 ‘박근혜 즉각 퇴진을 위한 5차 범국민대회’는 몇 가지 점에서 놀라움을 주고 있습니다.

먼저, 참가자 수입니다. 이날 서울 광화문 일대 150만 명을 비롯해 부산, 광주 등 지방 40만 명을 더해 전국적으로 총 190만 명이 모여 사상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참가자 수만 강조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눈비가 내리는 비교적 추운 날씨에 운집했다는 점입니다.

서울 광화문 집회만 일별해 봅시다. 오후 6시경까지만 해도 촛불 군중이 세종대로는 꽉 채웠지만 서울시청 광장까지는 다소 듬성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6시가 넘으면서 군중들이 그야말로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순간 거리가 꽉 들어차기 시작했습니다. 거리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이 아이들은 어떻게 추위를 이겼을까요. 몇 명이 거리에 있으면 춥겠지만, 100만 명 이상이 모이자 그 100만 명의 체온 때문인지 거짓말같이 거리가 금세 따뜻해졌습니다. 게다가 100만 명 이상이 손에 든 촛불도 다소 온기를 보태주었습니다. 촛불 군중들은 혼자 있으면 추위를 못 견딜 텐데 150만 개의 촛불이 있으니 견딜만하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이 정도라면 촛불이 횃불로 발전한 것입니다.

또한, 촛불 군중의 구호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4차 범국민대회까지는 주로 ‘박근혜 하야’와 ‘박근혜 퇴진’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날부터는 ‘박근혜 체포’와 ‘박근혜 구속’으로 구호가 진화해 있었습니다. 게다가 오후 8시에는 집회에 나오지 못한 시민들도 집이나 사무실 등에서 불을 꺼 집회 취지에 동참하는 ‘1분 소등’ 행사에 호응했고, 운전자들도 경적을 울리며 동참했습니다.

이렇듯 참가자 수와 구호가 발전‧진화하고 있습니다. 보다 놀라운 건 이러한 열기와 요구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점입니다. 몇 개의 장면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를 데리고 나와 촛불을 꼭 쥐어주며 민주주의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중‧고등학생들과 대학생들은 3분 연설대에 올라 학교에서 배운 민주주의를 웅변으로 실천합니다. 아마 지난 대선 때 박근혜를 찍었을 법한 나이 지긋한 분들은 자책감이라 할까요, 거리에 나와 새삼 민주주의의 위력을 느낍니다.

이들 참가자들이 광장과 거리에서 ‘박근혜 퇴진’과 ‘박근혜 구속’을 외칠 때 이는 엄청난 무게와 진심으로 와 닿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마 정부 관료들이나, 이른바 ‘친박’ 정치인들이 잠행해 집회장에 나왔다면 이 놀라운 광경에 혼을 빼앗겼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곧 특검 수사, 국정조사 청문회 그리고 탄핵 표결 등의 정치 일정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속된 말로 박 대통령에게는 ‘맞고 쫓겨나는 일’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괴로울 뿐입니다. ‘식물’ 상태에서 ‘화석’으로 퇴행할 것입니다. 정치 일정에 관계없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만이 그나마 국민들에 대한 마지막 예의를 차리는 게 될 것입니다.

겨울이 오고 날씨가 추워져도 상관없습니다. 이미 횃불이 된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퇴진’에서 ‘체포’로 진화한 구호가 거둬지기는커녕 그 이상의 구호로 진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은 국민의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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