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당사자가 직접 역사를 증언한 책이 나왔다.『사지를 넘어 귀향까지』 (소명출판).

▲ 수기『사지를 넘어 귀향까지』.[사진제공-근로정신대시민모임]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시민모임)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16세 소년 나이에 미쓰비시 탄광에 끌려가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은 한 퇴직교사의 강제 징용 수기가 책으로 출판됐다"고 밝혔다.

지은이는 이상업 씨로, 1943년 11월 16세의 나이에 일본 후쿠오카현 미쓰비시광업 가미야마다(上山田) 탄광에 끌려가, 지하 1천5백m 막장에서 하루 15시간의 중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해방후 1948년부터 1994년까지 초등학교 교편을 잡았다.

일제가 '징용령'에서 만 17세 이상 남자에 한해 노무자 동원을 하도록 되어 있었음에도, 규정이 무시된 채 끌려간 이 씨는 "차라리 죽는 것이 부러웠다"고 책에서 당시를 회고했다.

"소리 내어 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속으로는 차라리 그 소년의 죽음에 모두 소리 없는 축복(?)을 보내고 있었다. 지옥 같은 노동과 굶주림과 구타에서 일찍 해방된(?) 그 소년의 죽음을 차라리 부러워하고 있었다. 지옥 같은 그 막장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우리도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은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 책을 쓴 이상업 씨와 부인. 이 씨는 1943년 미쓰비시 탄광에서 강제노동을 해야 했다. [사진제공-근로정신대시민모임]

수기 『사지를 넘어 귀향까지』는 <전남일보> 공모전에서 입상해 1990년 11월부터 56회에 걸쳐 실린 글을 엮은 내용으로, 구술자료가 아닌 체험 수기라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이다.

"이제 일본 제국주의 실상을 기억할 수 있는 세대마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사지를 넘어 귀향까지』는 일제 강제 징용의 처참한 실상을 낱낱이 고발하는 한편, 당시의 시대 상황을 살피는데도 귀한 역사적 자료가 될 것"이라고 시민모임 측은 기대했다.

책 『사지를 넘어 귀향까지』 (소명출판), 가격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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