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 쯤 꿈 꾸는 나라가 있다. 카리브해의 바닷바람,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음악, 세월의 풍파가 내려앉은 아바나의 구시가지. 시가를 꼬나물고 순간 체게바라가 되게끔 하는 나라. 바로 쿠바다.

여기에는 러시아 혁명과 함께 20세기 최대 사회혁명으로 평가받는 멕시코 혁명의 역사를 간직하고, 아스텍, 톨텍, 마야 등 고대문명을 뿌리에 둔 멕시코도 포함된다. 

▲ 임영태 저 책『희미한 옛 혁명의 그림자』[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쿠바와 멕시코. 서울에서 17시간이나 떨어져 있고, 항공료가 그리 싸다고 할 수 없어 누구나 가고 싶지만 감히 엄두를 못내는 나라이다. 그래서 서점에 진열된 여행서들로 대리체험을 하지만 아바나 풍경, 마야문명의 거대함을 억지로 뭉게넣은 잡설이 쿠바와 멕시코를 향한 동경을 채우지 못한다.

그런 중 반가운 소식. 잡설과 품격이 다른, '백문이 불여일견'을 무색하게하는 책이 나왔다. 바로 임영태 씨가 쓴 『희미한 옛 혁명의 그림자』(도서출판 들녘).

책『희미한 옛 혁명의 그림자』는 물론, 여행서임에 분명하다. 임영태 씨가 직접 쿠바와 멕시코의 땅을 밟고, 카리브의 해풍을 맞으며 쓴 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한 여행서가 아니다.

역사.인문.사회교양 전문가인 임영태 씨와 함께 신인령 이화여대 명예교수, 김지영 내과의사, 이계환 <통일뉴스> 대표 등이 함께 여행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책은 멕시코 어디를 가야하고, 쿠바에서 무엇을 먹어야 한다는 백과사전식 내용이 아님을 알 수있다.

"북한과 함께 미국의 마지막 미수교 국가로 남았던 쿠바가 2015년 7월 대사관을 개설하고 국교를 정상화했다는 것이 하나다. 미국이 쿠바와 국교수립을 하게 된 것은 고립되는 것은 쿠바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현실 때문이었다."

"러시아 혁명과 더불어 20세기 최대의 사회혁명으로 평가되는 '멕시코혁명'의 후예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었고, 말로만 듣고 책으로만 본 아스텍, 톨텍, 마야 등 멕시코 고대문명 유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책『희미한 옛 혁명의 그림자』의 나오게 된 배경이다. 왜 신변잡기식 여행서와 다른지 알 수있게 한다.

저자는 쿠바와 멕시코를 오감으로만 느끼지 않았다. 그의 화두는 그들의 역사를 통째로 보듬어 안을 때의 안타까움과 그들의 희망적 미래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 절절히 밴 테마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굴곡진 현대사를 반추하고, 미국이라는 현실적 존재와의 관계를 떠올린다.

이방인으로 감히 쿠바와 멕시코를 제단하지 않은 책은 자본주의란 무엇인가로 이어진다. "멕시코는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 혁명의 대의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저자는 끊임없이 질문한다.

"보다 나은 물질적 풍요를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보다 더 약속해 줄 수 있는 전제하에 본다면, 미국으로 대변되는 자본의 상륙 이후 쿠바의 변화는 불 보듯 훤하다."

물론, 저자의 쿠바에 대한 생각이 정답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감히 정답이라고 하지 않는다. 쿠바에서 만난 청년들에게서 "희망의 한 자락을 놓지 않았다"는 책은 헬조선이라 자조하는 이시대의 청년들에게도 메시지를 던진다.

책의 갈무리. "사회주의 나라에서 자본주의적 인간이 배태되고 있음을 몇 번이고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대다수 민초들이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손을 들어 '올라!'(Hola!)하며 인사하는 걸 잊지 못한다. 그 순박한 '올라'가 야박한 자본주의의 침투를 어느 정도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이계환 대표의 후기가 울림을 준다.

책『희미한 옛 혁명이 그림자』이 담긴 저자의 고뇌는 독자로 하여금 복잡한 사고를 요구하지 않는다. 멕시코와 쿠바를 가보지 못한 이들, 그리고 백과사전식 여행기에 지친 이들에게 생각의 여유를 주기 때문이다.

책 한 장, 한 장에 역사와 인문이 담긴 여행서. 카리브해의 석양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그리고 늦가을, 책『희미한 옛 혁명의 그림자』를 옆에 끼고 공원 의자에 앉은 우리의 곁에 시가를 입에 물고 옅은 미소를 머금은 체 게바라가 곁에 있음을 느끼게 된다.

책『희미한 옛 혁명의 그림자』(도서출판 들녘), 가격 2만 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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