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남기 투쟁본부는 제71주년 경찰의 날인 21일 기념식이 열린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기로 했다가 인근 광화문광장으로 옮겨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제71주년 경찰의 날을 맞은 21일 기념식이 열릴 예정인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직사 물대포로 70고령의 농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도 모자라 국회 위증과 부검 강행 등 국가 공권력의 위신을 추락시킨 경찰이 무슨 염치로 생일잔치를 여느냐는 백남기투쟁본부의 항의는 묵살되고 이들은 격리되었다.

이날 오전 이곳에서 기자회견을 갖기로 한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과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을 비롯한 백남기투쟁본부 관계자들은 대통령 경호를 앞세운 경찰병력에 둘러싸여 30여분 동안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고 결국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뒤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통령은 오전 11시에 행사장에 등장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고 경호권은 미리 발동되었으나 백남기투쟁본부 관계자들에게만 적용되었다. 일반 시민들과 차량의 통행은 원활했다.

백남기투쟁본부는 당초 예정보다 30분이나 늦어진 오전 10시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뒤에서 ‘경찰은 백남기 농민 앞에 사죄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구호를 앞세워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낭독한 기자회견문에서 이들은 먼저 지난 20일 사제총 사건으로 사망한 고 김창호 경위에 애도의 뜻을 표한 후 “박근혜 정권과 그 충견을 자임하는 경찰 수뇌부가 전체 경찰의 자존과 명예를 더럽히고, 경찰의 날을 ‘살인 경찰의 날’로 만들었으며, 역사에 남을 치욕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에 “경찰당국에 축하가 아닌 규탄과 경고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서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작년 민중총궐기 자리에서 경찰은 고압의 물대포로 백남기 농민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고, 수많은 중상자를 낳았으며, 백남기 농민을 도우려 달려온 이들에게도, 부상자를 태우려 달려 온 구급차에게도, 마치 게임을 하듯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무차별 직사 살수를 가하는 잔인한 만행을 자행하였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의 물대포에 사람이 치명상을 입었으면 당연히 대통령이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대통령은 사과 한마디가 없었고, 책임자인 강신명 전 청장은 자리를 보전하고 임기를 마쳤으며, 구은수·신윤균·한석진·최윤석 등 실무책임자들은 처벌은 커녀 오히려 승진을 하였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317일의 사투 끝에 고인이 세상을 떠나자마자 경찰이 처음 한일은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시신탈취를 시도한 것이었으며, 기각된 부검영장을 기어코 받아내 한 달이 다되도록 유족들이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도록 겁박하는 일이었다면서 “이제 남은 것은 부검이 아니라 살인진압에 대한 조사와 책임자들에 대한 응당한 처벌”이라고 주장했다.

▲ 왼쪽부터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백도라지씨, 정현찬 가톨릭농민회 회장,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경찰은 더 이상 공권력이 아니라 사병화된 권력이 됐다”며, “이를 부끄러워하고 국민들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람을 죽여놓고는 그것도 모자라 칼을 들고 부검하려는 것은 망나니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경찰의 날인 오늘, 앞으로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는 날로 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백남기 농민의 큰 딸인 백도라지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제사를 지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이 부검강행 의사를 꺾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부검시도를 중단하고 책임자 처벌과 사과를 먼저 하라”고 요구했다.

정현찬 가톨릭농민회 회장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경찰이 국민을 죽였다. 그랬다면 잘못된 일이 벌어졌다고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일을 해야 하겠는데, 경찰 책임자가 국회에 나가서도 9시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수뇌부가 수고하는 일선 경찰의 노고를 욕되게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질타했다.

정 회장은 “부검 영장 역시 효력이 없어진 만큼 영장 신청을 취하해야 한다.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 대해 농민들과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국민들에게 재발방지를 약속해야만 새롭게 거듭나는 경찰의 날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세종문화회관 앞에 대통령 경호구역을 설정했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들과 차량들은 다 통행하게 하면서 기자회견 하겠다는 우리만 그 이유로 막고 있다”며, “이렇게 앞에서 하는 말과 뒤에서 하는 말이 다르고 필요한대로 말을 바꾸니까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이날 기자회견을 막은 경찰의 조치에 반발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오늘은 경찰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 규탄의 날”이라며, “부검 영장의 기재 사유가 해소되었는데도 25일까지 집행하겠다는 것은 짐승만도 못한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추가-16:42)

▲ 경찰은 행사가 열리는 세종문화회관 앞을 대통령 경호구역으로 성정하고 백남기투쟁본부 관계자들의 기자회견을 막았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경찰의 기자회견 저지에 항의하던 백남기투쟁본부측 관계자가 끌려 나가고 있다.[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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