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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힘의 차이 현격한 '친구이자 적'<서평> 박한진·이우탁의 『프레너미-한국의 신좌표: 미국인가, 중국인가』
왕선택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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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18  16: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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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선택(YTN 통일외교 전문기자 / 북한학 박사)

 

국제 문제에 관심을 가진 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미국과 중국 관계는 중요한 토론 주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지리적 범위를 동북아나 아태 지역으로 줄이면 미‧중 관계는 당연하게 최대 관심사로 꼽힐 것이다. 하물며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혼재하는 한반도에서 미중 관계는 구조적이고 사활적 중요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미중관계에 관한한 서울에서 가장 활발하고, 정밀하며, 수준 높은 분석이 나올 수 있는 개연성이 크다고 하겠다.

그렇지만, 실제로 서울에서 나오는 토론은 워싱턴 DC나 베이징에서 나오는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것인가, 아니면 협력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한 자극적인 목소리가 토론장을 압도하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이 미국에 줄을 서야할 것인가, 아니면 중국에 줄을 서야 할 것인가를 놓고 추가적인 토론이 이뤄진다는 정도이다.

그렇지만,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실제로 지켜보면 무조건 충돌하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협력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적대국인가, 협력국인가라는 접근법으로 미‧중 관계를 바라본다면 실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나아가서 한국의 외교정책 기조를 효율적으로 수립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역효과와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이 현실이다.

   
▲ 박한진·이우탁,『프레너미-한국의 신좌표: 미국인가, 중국인가』, 틔움, 2016.9. [자료사진 - 통일뉴스]

그러기 때문에 이번에 나온 박한진 박사와 이우탁 기자의 대담집 『프레너미-한국의 신좌표: 미국인가, 중국인가』((틔움)는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와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미‧중 관계를 적대관계나 협력관계로 양분하지 않고, 때로는 대결도 하지만, 필요하면 협력도 하는 중층적 관계, 즉 친구면서도 경쟁적 관계임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두 저자는 미국과 중국 관계를 묘사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용어로 ‘프레너미(frenemy)’를 채택하면서 두 나라 관계의 구체적인 특성을 냉철하게 묘사하는데 주력한다. 두 저자가 전반적으로 강조한 논점은 미국과 중국의 국력 차이가 월등하다는 점이다. 정치, 경제, 군사적 차원에서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것은 매우 장기적 과제라는 점을 설명한다.

미국과 중국을 지칭하는 용어인 ‘G2’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강조한다. G2라는 용어는 중국이 마치 초강대국 반열에 올라서서 미국과 경쟁이 가능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로 두 나라의 상호의존 관계, 즉 경제적으로 서로 의존하는 관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중국의 국가 역량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감행하는 상황까지 거론하는 것은 과장이 심하기도 하고, 전후 맥락을 무시한 황당한 주장이기도 하다.

중국 입장에서만 본다면 미국과 전쟁을 해서 패배한다면 그 자체로 치명적인 손실이 되지만, 이긴다고 해도 초대형 시장을 상실하는 등, 자기 발등을 찍는 행위가 된다. 미국 역시 중국과 전쟁을 하고, 결국 중국이 대규모로 파괴될 경우 미국도 파산하는 시나리오를 피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정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단계로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전쟁을 가상하고, 그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이야기하는 것은 마치 굉장히 박력이 넘치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선정적인 주제일 수는 있지만, 이 책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상호의존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현실성이 크게 떨어지는 말이다.

셋째, 중국이 짧은 기간에 국가적 발전을 완성하거나 또는 갑자기 좌초할 수 있다는 식의 발상보다는 실제로는 중국의 국가 발전이나 변화가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프레너미』가 안겨주는 매우 소중한 관찰이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이 정치적, 경제적으로도 쓰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매우 중요하다.

중국이 급속한 경제 발전을 유지하면서 국가가 붕괴하지 않고, 꾸준하게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중시하게 된다면 중국의 대외 정책 선호 방향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즉 중국은 단기적으로 국가 위신에 관한 문제, 즉 미국의 압박 조치에 대해 직접적으로 반발하는 행동보다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에 순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결국 무역과 투자를 활성화하면서 국가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원하고, 그런 만큼 국제 질서가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한 것이다.

한국의 외교 좌표를 새롭게 찾아내는 과제를 논의하면서 남북통일이 한국 국가 이익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은 진부해 보이지만, 이 책의 가치를 높여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한반도 문제에서 남북 분단과 통일 문제는 거실에 앉아있는 코끼리처럼 문제의 본질이고 전부이지만, 코끼리가 너무 커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다른 지엽말단적인 문제를 찾느라 시간을 보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남북통일이 국가이익의 핵심 요소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은 언제나 정당하다.

외교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면서 국가 위신 문제도 중요하지만, 안보 문제와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이를 망각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 우리가 목도하는 현실이다. 남북통일이라는 국가 목표를 관철하기 위해 우리가 한반도와 관련한 외교 문제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당연한 귀결이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가 중국과 외교 관계를 맺으면서 얻을 것도 있겠지만, 무엇을 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자는 논의도 참신하고 건설적이다.

이 책을 통해 미국과 중국 관계가 적대적, 아니면 우호적 둘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 단선적 인식에서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진행하는 제3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점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라도 커진다면 우리 외교 수준은 한 단계 격상할 것이 분명하다. 또 우리나라의 핵심적 국가 이익이 남북통이라는 점과 한반도 주변 외교는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인식한다면 우리 외교 수준은 또 한 단계가 더 높아질 것이다. 『프레너미』에 대한 기대감이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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