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측 주민을 향해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며 사실상 탈북을 권유한 발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탈북 권유’가 아닌 ‘탈북 촉구’, 나아가 ‘탈북 종용’이라 할 만합니다. 놀라운 대북 메시지입니다.

앞서 박 대통령은 “굶주림과 폭압을 견디다 못한 북한주민들의 탈북이 급증하고 있고 북한체제를 뒷받침하던 엘리트층마저 연이어 탈북을 하고 있으며, 북한 군인들의 탈영과 약탈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다소 과장되게 탈북 러시를 강조했습니다. 이는 북측 ‘인민’의 대량탈북을 부추기는 ‘탈북 엑소더스’에 대한 바람을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강한 탈북 종용 메시지는 냉전시대 때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국군과 인민군이 상호 방송을 통해 ‘월북’(越北)과 ‘월남’(越南)을 선동했던 구태를 연상시킵니다. 북측에선 국군이 월북하면 ‘의거입북’(義擧入北)이라 불렀고, 남측에선 인민군이 월남하면 ‘자유대한으로의 월남’이라 불렀지요. 당시 휴전선에서 총을 든 군인들을 향해 사용했던 수법이 이제 맨손인 ‘인민’을 향해 정조준된 것입니다.

북측은 3일 노동신문에 실린 장문의 논평에서 박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사 발언과 관련 “체면이고 뭐고 다 집어던지고 골수에 꽉 들어찬 동족대결과 적대의 독기를 그대로 쏟아냈다”고는, 특히 “‘탈북’을 선동하는 미친 나발질(헛소리)도 서슴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북측의 강경 대응을 충분히 예측했음에도 박 대통령은 왜 ‘탈북 종용’ 메시지를 던졌을까요. 거기엔 몇 가지 함의가 들어 있습니다. 하나는 북측 정권과 주민(‘인민’)을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것입니다. ‘북 정권-주민 분리론’은 대북 대결주의자들의 오랜 논리입니다. 이를 본격화하겠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북측을 국가로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지금 남과 북은 ‘하나의 민족, 두 개 체제’로 되어 있습니다. 남과 북은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로서, 상호 체제를 존중하는 것이 기본인데, 북측 체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셋째로 이처럼 북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고 또 북측을 국가로서 인정하지 않겠다면 이는 ‘북한 붕괴론’에 서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북한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상황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고 당부했는데, 이는 ‘북한 붕괴론’의 하나인 북측 내부의 급변사태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결국 박 대통령의 ‘탈북 종용’ 메시지는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은 ‘북한 붕괴론’과 맞닿아 있습니다. 더욱이 박 대통령의 ‘탈북 종용=북한 붕괴론’ 메시지는 최근 미국발로 나온 ‘대북 선제 타격론’, 그리고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의 예비역 장성 문자메시지 공개를 통한 ‘한.미의 북한 도발 유인설’ 및 ‘박 대통령의 내년 상반기 남북 군사적 충돌 계획설’ 등과 맞물려 잘못된 기정사실로 될 우려마저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9월 9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김정은의 정신상태는 통제불능”이라고 말했습니다. 인신공격성 발언이라 그 진위를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박 대통령의 대북 발언이 ‘통제불능’ 수위로 치솟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단 박 대통령의 통제불능 발설을 막아야 합니다. 그게 언제고 벌어질지 모를 ‘남북 군사적 충돌’을 막는 첩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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