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폭염에다 입추가 지난 지 보름이 넘도록 무더위가 지칠 줄 모르고 기승을 떨치고 있습니다. 이런 찜통에는 더위를 식히고 갈증을 해소할 한 잔의 시원한 맥주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이런 참에 북한에서 지난 12일 ‘평양 대동강맥주축전’이 개막돼, 이상 폭염 속에 날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는 소식이 날라 와 눈길을 끕니다. 이 축전은 하루 평균 1,500명이 넘는 손님이 찾아올 정도로 연일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이 축전은 매일 저녁 7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되는데 손님들은 1시간 전부터 축전장소인 식당배 ‘대동강호’ 부두 입구 주변에 모여들 정도로 인기가 높으며, 손님들이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해 자정을 넘겨 새벽 1시까지 진행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합니다. 대동강맥주공장에서 생산되는 흰쌀 맥주와 흑맥주를 비롯한 7가지의 맥주를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대동강맥주는 룡성맥주, 봉학맥주, 금강맥주 등과 함께 4대 맥주로 꼽힙니다. 특히 그중에서 대동강맥주를 ‘동방제일의 맥주’라고 자부한다고 합니다. 200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세계 최고급 맥주를 만들라”는 지시로 공장이 건설됐고, 다음해인 2002년에 완공됐습니다. ‘대동강맥주공장’이라는 이름도 김 국방위원장이 명명했다고 합니다.

2010년 5.24대북제재 조치 이후 대동강맥주를 맛볼 기회가 사라졌지만, 남북관계가 호시절일 때는 남측 사람들도 대동강맥주를 접했으며 한번 맛본 사람은 다시 찾곤 했습니다. 남측 맥주의 맛은 대개가 밍밍하고 특색이 없는 것에 비해 대동강맥주는 쌉쌀한 맛에 시원한 맛이 더해 일품입니다. 그래서 한때 애주가들 사이에선 대동강맥주가 그 어떤 남측 맥주보다 더 맛있다는 품평이 돌기도 했으며, 실지로 외신들은 ‘북한 대동강맥주가 한국 맥주보다 맛이 좋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기에 ‘재미동포 아줌마’ 신은미 씨가 2014년 11월 통일토크콘서트에서 “대동강맥주가 맛있고, 북한 강물이 깨끗하다”는 말을 했는데 종편은 이를 “북한은 지상낙원”이라는 말로 둔갑시켰고, 이로 인해 신 씨는 창졸 간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고 급기야 강제출국 당하기도 했습니다. 기호식품에 대한 평가마저 이념의 굴레를 덮어씌우고 마녀사냥까지 벌였으니 어안이 벙벙하다 못해 씁쓸할 따름입니다.

그 대동강맥주보다 맛없어 그런가요? 남측 맥주의 소비량이 줄고 수입 맥주 점유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그 이유는 국내 주류 대기업이 양분한 맥주 시장의 독과점 구조 때문이라고 합니다. 대기업이 독과점 구조에 안주해 기술혁신을 소홀히 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해당 당국이 맥주 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바꾸기 위해 이번 달 30일 규제 완화를 통한 소규모 맥주 제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다고 합니다. 하우스 맥주 등 소규모 맥주 제조업자의 시장 진입을 원활히 하기 위해 문턱을 낮추자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경쟁을 통해 맥주의 질이 나아지고 또 수입 맥주에 밀린 국산 맥주 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맛이 나아진다면 애주가들이 다시 국산 맥주를 찾을 것입니다. 그리고 남북관계가 개선돼 대동강맥주도 맛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 무더위를 날려 보낼 수 있다면 국산 맥주든 대동강맥주든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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