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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로 읽은 북한’을 읽자<화제의 신간> 북한과학기술정책사 1호 박사, 강호제의 『과학기술로 북한 읽기1』
임재근 통신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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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8.04  12: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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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근 /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팀장

 

공부하기에 ‘과학기술’이 어려울까? ‘북한’이 어려울까?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공부한 이가 있으니, 바로 ‘북한 과학기술 정책사 1호 박사’인 강호제 박사이다.

경남과학고, 배정고,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거치며 과학기술자를 꿈꿨던 강호제 박사가, 평화통일에 힘을 보태기 위해 선택한 분야가 바로 ‘북한 과학기술 정책사’이다.

강호제 박사는 2007년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북한의 기술혁신운동과 현장 중심의 과학기술 정책 : 천리마 작업반 운동과 북한 과학원의 현지 연구사업을 중심으로』 라는 제목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북한 역사학자이다.

그가 지난 2007년 그의 논문을 그대로 출판한 『북한 과학기술 형성사Ⅰ』 이후 9년 만에 『과학기술로 북한 읽기1』라는 제목의 북한 과학기술 관련 책을 펴냈다. 이번에 펴낸 책은 나름 읽기 쉽도록 ‘대화식’ 표현을 가득 넣는 친절을 베풀었다.(아쉽게도 3장에서는 ‘대화식’ 서술이 현격히 줄어들고, protocol, TCP/IP, CNC, spin-off, Reverse-engineering 등 영어 알파벳이 자주 등장한다. 또한 주제 당 글의 길이도 늘었으니 참고하시길...)

   
▲ 강호제, 『과학기술로 북한 읽기1』 (RPScience, 2016) 표지

과학기술로 북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읽다. 이 책은 크게 3가지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 장은 24개의 에피소드로 북한 과학기술의 역사를 살펴보았다. 여기서는 왜 리승기, 려경구 등 111명에 달하는 남측의 과학기술자들의 월북을 택한 이유를 알 수 있고(pp. 16-21), 1958년 뜨락또르(트랙터)를 역설계방식(Reverse-Engineering)으로 자체생산을 시작으로 한 북한의 기계공업의 자립이 로켓(미사일)과 인공위성까지 자체적으로 제작, 발사하는 수준에 도달하게 된 이유도 알 수 있다(pp. 89-92).

또한 많은 사람들이 낯설어 하는 ‘주체와 과학기술의 결합’이 왜 당연한지를 주체의 발전과정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pp. 68-71).

두 번째 장에서는 김일성이 가장 신뢰한 테크노크라트 강영창, 비날론 신화의 주인공 리승기, 북한핵물리학의 아버지 도상록, 누에 품종 개량의 최고권위자이자 북한 1호 박사 계응상, 갈섬유생산연구 마형옥, 경락의 대발견 김봉한, 함철콕스 연구 주종명, 1:20만 지질도 작성사업 박성욱의 8명의 북한 과학자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인물열전이다.

여기서 소개된 8명의 과학자 중 주종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월북과학자들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장에 수록된 16개의 글들은 그간 ‘프레시안, 통일뉴스,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칼럼을 고쳐 실은 것들인데, 이전 장에 비해서는 분량이 길고, 내용의 깊이도 깊다.

이 글들은 2007년 이후에 썼던 글들이기 때문에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10년 전의 글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 쓴 시점에서 전망한 내용들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 글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미래를 전망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북한과 관련된 전망은 대북전문가들도 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2012년 4월 실패한 ‘광명성 3호’를 2012년이 가기 전에 다시 발사된다고 예측한 경우(pp. 227-240)나 당시 정확한 위치가 공개되지 않았던 은하과학자거리를 룡성구역으로 추측한 경우(p. 191)를 보면, 강호제 박사는 본인의 연구 분야에 걸맞게 과학적 근거를 바탕 추정하거나 예측하고 있다.

세 번째 장에서는 내용적으로 북한의 현재와 미래를 과학기술을 통해 읽고 있다. 최근 김정은 시대 들어 변화하기 시작한 북한의 모습을 과학기술 발전의 측면에서 읽어볼 수 있다.

하지만 강호제 박사는 최근 김정은 시대의 변화의 요인을 김정일 정책의 철저한 계승에서 찾고 있다.

최근 북한의 주요변화 요소가 되고 있는 핵, 미사일, IT, 첨단 공작기계 등 첨단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대부분의 시도들이 김정일 시대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pp. 190-191)

또한 그는 국방 부문에서 개발, 발전시켰던 첨단 과학기술이 2000년대 이후 북한 경제발전의 원동력, 밑천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국방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만 있다면 국방 과학기술을 민간으로 이전(spin-off)하여 급격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한다.(p. 198)

현재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을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우주발사체 제작기술을 습득했다는 것은 기계제작 능력이 최첨단에 도달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특히 일제 강점기 광물 매장량이 많은 북쪽 지역에 공업 분야를 배치하여 광공업 부문의 자산이 72%를 차지했는데, 유독 ‘기계기구공업 부문’만 17%로 낮았던 것은 우주발사체를 제작하는 기술 분야인 기계기구 제작 능력이 다른 능력에 비해 월등히 뒤떨어진 상태에서 시작되었고, 이는 북한 지도부가 기계공업 분야 발전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pp. 218-220).

‘북한 알기’는 우리의 숙명, 북한을 ‘어떻게 인식할까’가 문제

강호제 박사는 왜 ‘과학기술’을 통해 북한을 읽으려 할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북한을 알아야 할까? 혹자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북한을 이기기 위해서 알아야 한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 보다도 북한은 우리와 통일 이뤄야 할 등을 맞대고 있는 형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이웃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분단된 현실에서는 우리가 북한을 알아야 한다는 것은 분단이 낳은 숙명과 같다. 과학기술은 동전의 양면이며, 칼과 같다. 누가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북한을 대하는 것도 동전의 양면과 같다. 북한을 ‘요리하는 칼’로 인식하고 함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을 동반자로 인식할지, 북한을 ‘강도가 든 흉기’로 인식하고 싸우려다 결국 공멸의 길을 선택할지는 우리의 몫이다.

월북과학자에서 월미(越美)과학자를 양산하는 우리 사회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의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지 생각해보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핵물리학자라는 과학기술자의 꿈을 앉고 1997년에 KAIST에 입학하였지만, 입학 후 마주한 현실은 꿈과는 달랐다.

IMF 이후 가혹한 구조조정 속에 과학기술자 홀대는 가속화되었고, 그 여파가 대학에도 그대로 전가되었다.

주변 정부출연연구소에서는 PBS(Project-Based System) 도입으로 연구원들의 고용불안이 시작했다.

PBS란 한마디로 연구원의 인건비와 연구비 모두를 정부출연금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 최소한의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를 프로젝트 발주처로부터 직접 조달하는 제도로, 프로젝트를 수주하지 못하는 연구원들은 인건비를 보장받을 수 없었다.

그 즈음 어느 날 동아리 한 선배가 학교를 그만두고 신림동 고시촌으로 갔다. 그 선배는 3년 뒤 시법고시에 합격해 검사가 되었다. 다른 동아리 친구는 졸업 후 변리사 공부에 몰두 해 몇 년 만에 변리사가 되었다. 다른 동아리 후배도 졸업 후 치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가 치과의사가 되었다.

과에서는 갑자기 회계사 열풍이 불어 여러 사람이 학교를 휴학하고 서울로 올라가 공부를 했지만, 그즈음에는 1~2명 정도만이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어떤 친구들은 외도하지 않고 박사가 되었지만, 졸업 후에 정부출연연구소에 비정규직으로 취직했다. 필자 본인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과학기술자의 꿈을 버리고, 진로를 변경하였다.

이러한 현실을 경험해보니, 해방 이후 과학기술에 대한 남쪽의 척력(斥力)과 북쪽의 인력(引力)이 배합되었기 때문에 상당수의 월북과학자가 생겨났다는 이야기(p. 19)가 더욱 와 닿는다.

지금도 북측의 인력(引力)이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과학기술에 대한 남측의 척력(斥力)은 여전하고, 미국의 인력(引力)으로 인해 상당수의 ‘월미(越美)과학자’들이 양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들

강호제 박사는 이 책에서 북측의 과학기술 관련 모든 일을 담당하는 기구로 국가과학원이 있는데, 국가과학원은 남측의 행정기관인 미래창조과학부, 연구기관인 정부출연연구소, 교육기관인 KAIST, 원로 과학기술자 모임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을 통합시킨 조직이라 볼 수 있다고 말한다(p. 24).

남측에서도 과학기술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하지만 이들보다 더 읽어야 할 사람이 있다면 과학기술 정책을 결정하는 이들이다.

한 번도 일본을 방문한 적이 없는 미국의 대표적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가 쓴 『국화와 칼』이 방대한 자료 조사로 씌어졌기 때문에 뛰어난 일본 연구서로 평가받듯이, 강호제 박사도 사실은 한번도 북한에 가본 적이 없지만 이 책을 방대한 1차 문헌들을 토대로 역사학적 관점에서 북한 문헌을 교차 비교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썼기 때문에 뛰어난 북한 연구서라 할 수 있다.

특히 강호제 박사는 기존의 북한연구자들과는 달리 과학기술을 통해 ‘북한적 현상’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현재의 북한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기존의 북한연구자의 주장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 강호제 박사의 책을 꼭 읽어 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덧붙인다면 이 책을 읽고 너무 쉽다고 느끼시는 분이라면, 『북한 과학기술 형성사Ⅰ』(도서출판 선인, 2007)도 읽어보기를 권해본다.

도서 구입은 인터넷 서점 알라딘(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9213928)을 통해 가능하다.

* 이 글을 쓴 임재근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팀장은 KAIST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정치통일(석사)을 전공했다.

(수정-11일 오후 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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