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서 (겨레말큰사전 책임연구원)
공부를 썩 잘한 것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때는 더욱 못했다. 쌍둥이 동생은 시험을 보면 틀린 것이 기껏해야 2개 정도였지만 난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쌍둥이 동생은 학기말에 통지표를 받으면 두 개만 ‘우’이고 모두 ‘수’였다. 반면에 난 두 개 정도만 ‘수’이고 ‘미’였다.
월말시험이 있는 날이면 늘 동생을 기다렸다. 내 성적은 아랑곳하지 않고 동생만 기다렸다. 어머니는 시험 성적이 좋으면 ‘어깨동무’나 ‘소년중앙’을 사주셨는데 내 성적으로는 도저히 가망이 없고 동생의 성적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월말시험 끝나고 집에 오면 나는 책가방을 방에 던져놓고 문 앞에 나와 동생을 기다렸던 것이다. 그리고 동생이 오면 잽싸게 달려가 물었다.
“야, 너 몇 개 틀렸어?”
“두 개 틀렸는데.”
“야호! 엄마한테 어깨동무 사 달라러 가자. 어서.”
어머니는 동생의 성적을 확인하시고 ‘어깨동무’를 흔쾌히 사주셨다. 그럼 나는 아주 재미나게 ‘어깨동무’에 있는 만화를 탐독했다. 그렇게 나는 초등학교 내내 동생 덕분에 ‘어깨동무’를 볼 수 있었다.
이런 성적의 등급에서 남북의 차이가 있다. 분단이후 제도 등의 차이로 남과 북이 서로 다르게 변화된 것인데 그 차이는 남북 각각의 사전에 잘 나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
가 (可) [명사]
성적이나 등급을 ‘수, 우, 미, 양, 가’의 다섯 단계로 나눌 때 가장 낮은 단계.
《조선말대사전》
가 (可) [명사]
“우”, “량”, “가”의 차례로 성적이나 등급을 평가할 때의 셋째 등급.
남은 ‘수, 우, 미, 양, 가’의 순서로 다섯 등급을 매기고 있고 북은 ‘우, 량, 가’의 순서로 세 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그러나 이건 옛날 이야기이고 지금은 남과 북은 이 등급을 사용하지 않고 아래와 같은 등급으로 성적을 매기고 있다.
남 | 매우 잘함, 잘함, 보통, 노력, 매우 노력 |
북 | 5점, 4점, 3점, 2점, 1점 |
성적의 등급 외에 분단 이후 제도 등의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르게 변화한 것들의 예를 더 보이면 아래와 같다.
미성년 | 남: 20세 미만 |
학년도 | 남: 3월초에서 다음해 2월까지 |
무급 | 남: 급료가 없는 것. |
이 외에도 일부 단위성 의존명사에서도 남과 북의 수량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 일부를 보이면 아래와 같다.
보루 | 담배 한 보루의 경우, |
쌈 | 바늘 한 쌈의 경우 |
톳 | 김 한 톳의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