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심장이 그야말로 쿵! 하는 동시에 가슴이 무궁무진하게 벅차오름을 느꼈다고 감히 고백한다. 어떻게 이렇게 절묘하게! 어떻게 이렇게 정교하게! 아니, 신(神)이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이러한 통찰력과 예지력과 담대함과 용기를 무차별 동시다발적으로 전개할 수 있단 말인가! 난 그만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 김종선, 『생각의 배신 -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경제심리 법칙』, 타커스, 2012. 9. [자료사진 - 통일뉴스]

책은 짐짓 행동경제학의 다양한 이론을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반복하는 비이성적 결정의 작동원리를 설명하고 있는, 척! 하고 있다. 스스로 기대 효용 이론에 충실하여 매우 현명한 판단을 내린다고 믿지만, 기실 여러 가지 이유와 변명과 조건에 따라 스스로 제 발등을 찍는 아주 멍청한 결정을 한 뒤, ‘하, 내가 그때 당최 왜 그랬을까!’ 후회하는 인간의 심리 배경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알보다 작은 독자들이 보기엔, 이 책은 행동경제학의 이론들을 소개하며,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비이성적 결정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경제학’ 서적이다.

그러나 세상 사람을 다 속여도, 실버호크의 눈을 가진, 머나 먼 우주 뉴텍사스의 실소유주 우주보안관 장고의 매서움을 가진, 에, 또 그러니까 결국, 알보다 결코 작지 않은, 알만한! 내 눈을 속일 순 없었다. 행동경제학의 외피를 지녔지만, 기실 그 내부에는 엄청난 비밀이 사뿐히 숨겨져 있음을, 나의 엑스-밴더 레이더는 단 번에 포착해 내고야 말았던 것이다.

아, 물론 붉어진 얼굴을 애써 감추며 고백할 것이 있긴 하다. 그것은 책을 두 번 읽은 다음에야 비로소 저자의 뜨거운 본심을 자각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아, 심히 부끄럽지만, 타고난 천성이 거짓을 고하지 못함을 어찌하랴, 하지만 그럼에도 저자의 본심을 나보다 더 빨리 헤아린 이들은 적어도 대한민국엔 없으리라 감히 자부한다. 암, 암.

자, 이제 이 책에 담겨진 엄청난 비밀을 폭로하겠다. 이미 책이 발간된 지 4년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이젠 저자의 뜨거운 마음을 세상에 알려도 무방하리라. 아니, 자신의 진심을 몰라주는 세상이, 지금껏 저자는 야속했으리라. 늦게 깨달아 미안한 마음뿐이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의 이론을 단순히 소개한 책이 결코 네버, 단연코, 무조건, 아니다. 사실은 책이 발간되고 5개월 후 탄생한 새로운 정권, 새로운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 결과는 어떠한 형태로 다시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올지 정확히 예측한 금세기 최고의 예언서였던 것이었던 것이다! 두둥!

자, 무지몽매한 서생들을 위해 간략히, 하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썰을 풀어보겠다. 먼저 제1장의 제목 ‘나를 가장 많이 배신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를 보자.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2002년 북한을 방문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경험을 가지고 있는 현 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로 북한을 방문해 최고지도자를 만난 경험이 있는 대통령이란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다. 물론 대통령이 아닌 정치인의 자격으로 방북한 것이지만, 암튼 북은 북이니.

때문에 대통령은 그 전임 MB보다 대북정책을, 남북관계를 보다 슬기롭게, 뛰어나게,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고 호헌이 아닌 호언장담했다. 그리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동북아평화협력구상, DMZ세계생태평화공원, 통일준비위원회 발족, 나진-하산 프로젝트 등 화려한 수식어들이 이내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추었다. 아, 부셔! 눈부셔!

하지만, 이는 ‘지식 착각 효과’에 기반 한 ‘자기 과신’이 불러온 오류였다. 지식 착각은 정보가 더 많을수록 오히려 의사결정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을 말하고, 이는 자기 과신, 즉 자신의 능력을 절대적 혹은 상대적으로 과대평가함으로써 발생하는 오류, 비합리적 결정을 불러오게 된다. 자신이 남들보다 북을 더 잘 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대통령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고민 없이 정책을 결정해버리는 과감성을 보이셨다. 북과 당연히 논의해야 1센티미터라도 나아갈 수 있는 DMZ세계생태평화공원을 독자적으로 결정하시었으며, 만나야 쌓일 신뢰를 만나기도 전에 먼저 시전하라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요구를 북에게 하기도 하시었다.

뿐만이랴. 북을 통과하지 않고는 도저히 어찌할 도리가 없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역시 북을 공중부양으로 넘어가신 후 중국 땅을 밟을 심산이셨는지, 단호히 홀로 선언하시었고, 통일은 분명 남과 북이 함께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라는 순진무구한 질문들을 사뿐히 즈려 밟으신 채, 나홀로 통일준비위원회를 당차게 출범하시었다. 아! 이 담대함!

하지만 이런 깊고도 깊은 뜻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북은 기껏 이산가족상봉에 따른 우리 정부의 ‘매우 성의 없음’에 기함하고, 개성공단을 덜컥 닫기도 하는 등,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감히 대통령의 재가도 없이 현 대통령 재임 기간에 무려 두 번이나 핵실험을 감행하는 무모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한 거지.

여기에 굴복할 대통령이 아니었으니, 다시 한 번 ‘자기 과신의 오류’가 맹렬히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힘으로 북핵을 폐기하게 만들 수 있다는 가히 경천동지할 대담함이었다. 우리가 언제나 눈치를 보며, 해줄 것, 안 해줘도 될 것 가리지 않고 다 해주는 미국과, 집단으로 몰려와 집단으로 ‘치맥’ 간단히 하고 집단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기백을 보이는 중국마저 수 십 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북핵 문제를 ‘6자회담 따위 개에게나 줘버리라’며 홀로 해결에 나서신 것이었다. 물론 이 엄청난 기백에 감동한 국제사회가 동참의 뜻을 밝히고 있지만, 그 마지막의 해피엔딩 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결국 대통령이 제시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DMZ세계생태평화공원, 통일준비위원회 중 그 어느 하나도 대통령의 뜻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나를 가장 많이 배신하는 것은 나 자신’이었던 것이다.

책의 위대함은 이제 시작이다. 제1장의 첫 소개 이론은 통제력 착각이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오류를 말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카지노에서 아무리 레버를 당겨도 잭팟은 힘들지만, 오늘도 변함없이 잭팟이 터질 것이라 굳게 믿으며 레버를 당기시는 라스베가스와 정선의 도박꾼들이다. 잭팟? 잭팟? 대박? 통일은 대박? 선견지명 앞에 절로 숙연해진다. 아, 콧물.

이외에도 책은 대통령이 어떠한 모습을 보일지, 정부가 어떤 행태를 보일지 정확히 예언하고 있다. 대충대충 개념 없이 유체이탈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은 ‘가용성 휴리스틱(heuristics)’으로, 북한은 반드시 무너진다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이건 뭐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거지. 북한의 핵 실험 후 ‘결국 이놈들이 이럴 줄 알았다’고 무책임하게 단정지어버리는 ‘사후판단경향’, 요건 후견지명이라고도 부른다. 한 번 나쁜 놈으로 인식된 북한은 그 후 무슨 행동을 해도 전혀 와 닿지 않는 ‘대표성 휴리스틱’, 그동안 제재하느라 들인 공이 얼만데, 이제 와서 멈추고 다시 대화를 해? 절대 안 해! 라는 마음의 ‘매몰비용 오류’에 이르기까지 행동경제학을 통해 현 정부의 정책을 설명하지 못할 게 없다. 과연 천재의 배열이로고!

게다가 2장의 제목이기도 한, ‘내가 선택한 틀이 나를 가두는 함정이 된다’는 프레이밍 효과, 3장 제목인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덫에 걸린다’는 프로스펙트 이론, 당장의 지지율 등 눈앞에 사소한 이익에 매달려 정작 국가 전체의 위험을 초래하는 ‘근시안적 의사결정’, 사이비 전문가들의 아첨과 헛소리에 묻혀 정책결정 역시 사이비에게 맡기는 ‘양떼행동’ 이론까지, 저자는 정부가 나아갈 방향을 출범 전부터 이미 꿰뚫어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야말로 전광석화와 같이 저자의 위대함을 논하였다. 역시 알보다 작은 독자들은 당최 무슨 소린겨?! 할지 모르겠으나, 내 알바 아니고, 정 궁금하면 책을 보시라는 말씀밖에 드리지 못하겠다. 하지만, 또 하지만! 저자는 여기에서 책을 멈추지 않았다.

저자는 현 정부의 5년 뿐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5년을 예언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묻고 있다. “그렇게 사는 게 사는 거니?” 우린 어쩌면 현 정부가 지금과 같이 남북관계를 파탄 내도록 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지도 모른다. 여기엔 ‘묻지마 지지’부터, 우리 역시 양떼 행동, 타협 효과, 근시안적 의사 결정, 아쉬 효과(내가 보기엔 정말 아닌데, 모두가 ‘예’라 하면 멍청하게도 덩달아 ‘예’라고 따라하는 행동), 현상 유지 바이어스(여러 대안들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현재 상태에 머무르고자 하는 경향을 보이고, 더 나아가 다른 대안들이 훨씬 매력적이더라도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어처구니없는 경향. 우린 선거나 기타 등등에서 거의 매일 현상 유지 바이어스를 보여준다. 바이어스가 아니라 바이러스가 아닐까)의 오류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은 거의 없다.

어찌 보면 우리 정부는 행동경제학이 아니라 정통경제학의 기본 원리마저도 무시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주는 게 있어야 가는 게 있을 텐데, 북에게 그동안 계속 요구만 해놓고 막상 핵 실험을 감행하니, 배은망덕하다고 거품을 문다. 또한 정상적으로 기업 활동을 하는 기업인들을 순식간에 북핵 협조자로 몰아 거리로 내쫓은 행위는 사회주의국가에서도 요즘은 찾기 어려운 매우 반자본주의적인 행태였다.

‘주거니 받거니’는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매일 사드 배치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고 제재해 달라고 요구한다. 요구인지 매달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긴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 청산 과정을 보면 애초 협상 자체에 무능한 집단인지도 모르겠다. 그 상황에서 우간다는 왠욜~!

어쩌면 이 책은 행동경제학을 가장한 매우 민감한 정치 서적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게 맞다! 때문에 어쩌면 정부의 레이더에 덜컥 걸려 저자가 고초를 겪고 금서조치가 취해지는 비극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신은미 선생의 기행문이 금서가 되어버리는 해괴망측한 세상 아닌가. 먼나라 이웃나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왜봐 글면! 때문에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부디 몰래 몰래 책을 구해 보시라. 그리고 꼭! 행동경제학에 대한 교양서적임을 만방에 밝히시라. 그래야 우리의 위대한 저자는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그래야 속편이, 음, 나오지 않을까?

엄청난 감동과 벅차오름을 안고 단숨에 차근차근(말이 되냐) 책을 읽어 나갔다. 그리곤 깨달았다. 내 언젠가 이 책과 같은 위대한 예언서를 집필하고야 말리라. 그리하여 어둠속에 묻혀 있는 고운 해를 떠오르게 하리라! 자, 독자 제현들이여. 함께 가자! 우리가 허튼 꿈을 마냥 들여다본다면 조심해야 하리라, 결국 그 허튼 꿈이 우리를 집어 삼킬 것이다. 꿈에도 눈이 있다네(말이 되냐).

※ 나의 이 자상하고도 상세한 글을 읽고도 이 책의 숨겨진 뜻을 모르는 독자들이 있다면…. 그대가 맞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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