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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통일의 길, 20년의 남북관계사에서 찾다<화제의 신간> 임기홍의 『위기의 남북관계-6.15공동선언에서 개성공단 폐쇄까지』
정창현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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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27  10: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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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현 현대사연구소 소장

 

2000년 6월 13일 오전 10시 27분 평양국제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두 손을 마주 잡았다. 분단 후 처음 성사된 남과 북 두 정상의 악수는 이틀 후 통일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합의한 6.15공동선언으로 이어졌다.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동북아의 국제질서를 단숨에 바꿔놓은 대사건이었다. 국민의 마음도 움직였다. 두 정상의 악수를 지켜본 대다수 국민은 나이와 계층 그리고 좌우를 불문하고 가슴속 저 밑바닥에서 ‘찡’하고 ‘울컥’하는 감정을 느꼈다.

그러나 분단 55년 동안 우리를 억누른 ‘분단 구조’는 쉽게 깨지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냉전 지역’인 한반도에는 여전히 북핵문제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대치, 내부의 정치적·이념적 갈등이 지속됐다. 7년이란 세월이 흘러서야 남과 북은 어렵게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휴전선을 걸어서 걷는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되고, 6.15공동선언을 이행할 수 있는 이정표로 10.4선언이 발표됐다.

거기까지였다. 여야 정권교체가 이뤄지자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합의사항은 하나씩 폐기되기 시작했다. 금강산과 개성관광이 멈추고, 6자회담이 중단되고, 남과 북은 제대로 된 당국회담조차도 열지 못하고 멀어져갔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보루였던 개성공단 마저 폐쇄됐다. 남북대화와 교류가 중단된 기간 동안 북한은 연이어 핵실험을 단행하고 ‘핵 보유국’을 선언했다.

6.15공동선언 16년 만에 남과 북은 다시 ‘냉전시대’로 돌아가 버렸고, 우리는 평화와 번영을 위협받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누눈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이행을 의도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것일까?

개성공단까지 폐쇄된 지금, 우리는 1998년 남북의 화해와 협력이 준비되던 시점부터 20여 년의 남북관계를 되돌아보고 성찰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그래야 위기를 극복하고 평화번영과 통일의 시대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누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가로막았나?

   
▲ 임기홍, 『위기의 남북관계』, 역사인, 2016.6. 604쪽, 2만5천원. [자료사진 - 통일뉴스]

그런 점에서 3년여의 작업 끝에 내놓은 임기홍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의 『위기의 남북관계』(역사인)는 뒤틀린 남북관계를 성찰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지난 20여 년간 평화와 협력, 갈등과 위기가 교차한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남한과 북한 사이에 복잡하게 전개된 ‘고차방정식’을 1년 단위로 재구성하고 있다. 연도별 주요 쟁점과 현안을 사실관계에 근거하여 재구성하고, 당시 제기된 여러 이슈들이 어떻게 연계되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이를 통해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과 2007년 10.4공동선언이 가져온 민족협력의 성과들이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있는 현재의 비극적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를 추적한다. 특히 다양한 자료를 동원해 미국이 왜, 어떻게 개입했고 국내 보수세력이 어떤 행태를 보였는지를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30대 중반의 소장학자가 이렇게 방대한 작업을 했다는 점에 우선 찬사를 보내고 싶다. 편향적이고 부정확한 언론보도를 일일이 검토해 사실(fact)에 근거해 이슈들을 정리하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이다. 역으로 그러한 고역(苦役)을 감내하고 미시적으로 지난 20년의 남북관계를 추적함으로써 과거를 성찰하고 새로운 미래를 모색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 책은 단순히 과거를 성찰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시기에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지만 남북관계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였고, 때때로 ‘위기’가 찾아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위기’가 주기적으로 고조되어 구조화 되는 상황까지 악화됐다. 이 책은 이러한 ‘위기의 남북관계’를 돌파할 새로운 해법을 과거의 사례를 통해 모색하고 있다. 평화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에 반하여 누가, 왜 긴장과 불안을 고조시키는지를 드러냄으로써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평화보장과 동북아 평화협력체제 구축 등 합리적인 방안을 탐색하여 통일로 가는 길을 제시한다.

물론 한계도 보인다. 무엇보다도 한반도를 둘러싸고 복잡하게 전개된 ‘고차방정식’에서 ‘북한 변수’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져 있다. 북한과 미국 사이의 치열한 공방 속에서 북한의 핵개발은 ‘고차방정식’을 더욱 어렵게 만든 게 사실이고, 당연히 ‘북한 변수’가 세밀하게 분석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저자가 논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숙제이다.

다만 저자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위협받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단순히 ‘북한 탓’으로만 돌리면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고, 지금도 그 모습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우리 정부를 강하게 질책하려는 뜻이 담긴 듯하다. 북한 탓만 해서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상대방을 존중하는가? 아니면 부정하는가?

저자는 지난 20년간의 남북관계가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하는가에 따라 결정되었다고 주장한다.
“첫째, 상대방을 존중하는가? 아니면 부정하는가?
둘째, 남북관계와 비핵화 문제를 병행할 것인가? 연계할 것인가?”

20여 년간의 남북관계사를 면밀히 추적한 후 내린 결론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주장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해준다. 즉 상대를 존중하면서 남북관계와 비핵화 문제를 독립적인 프로세스로 다룰 때,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와 비핵화 문제에서도 진전이 있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반대로, 상대방의 붕괴를 바라면서 남북관계를 핵문제에 종속시켰을 때에는 남북관계는 남북관계대로 악화되고, 북한의 핵능력은 크게 신장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통일과 비핵화를 말하면서도 ‘북한 붕괴론’과 ‘연계론’에 빠져 있음으로 해서 ‘위기의 남북관계’가 지속됐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저자는 정부가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향후 예상되는 강대국의 견제와 방해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사실상의 통일(de facto unification)’상황을 하루 빨리 조성할 것을 주문한다. 이미 남북은 6.15선언과 10.4선언을 발표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었고, 중요한 것은 ‘의지’이고 ‘실천’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강조되는 “전쟁이 아닌 평화, 대결이 아닌 대화”는 여전히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우리에게 기본원칙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말로만 원칙을 외친다고 해서 ‘고차방정식’을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정신을 복원·이행하고, 평화번영과 통일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과거 남북관계사를 통찰하고, 그 속에서 사안별로 구체적인 교훈을 찾아 성찰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

‘대북퍼주기’, ‘북한붕괴론’, ‘제재를 통한 북한변화론’ 등 구체적인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허언(虛言)들을 반박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일방적 주장’이 아니라 ‘구체적 근거’가 필요하다. 소장학자의 열정과 땀이 배여 있는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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