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3일, 20대 국회 개원 연설에서 “비핵화 없는 대화 제의는 국면 전환을 위한 기만일 뿐”이라며 최근 북측의 일련의 대화 제의를 폄하했습니다. 특히 북측의 군사회담 제안을 ‘비핵화’라는 무기로 일축한 것입니다.

나아가, 박 대통령은 “이제 북핵문제는 국제사회 대 북한의 구도 속에서 다루어지고 있다”면서 “북한 비핵화라는 지난한 과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국 의지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이 말은 북한 비핵화라는 과제를 국제사회의 의지인 대북 제재로 풀겠다는 것입니다. 즉 국제사회의 일치된 의지의 행위인 강력한 대북 제재로 북한을 굴복시켜 비핵화라는 전리품을 챙기겠다는 것입니다.

이게 가능할까요? 몇 가지만 따져봅시다.

박 대통령의 말대로 북핵문제가 지금 국제사회 대 북한의 구도 속에 진행되고 있지만 이게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요? 특히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북 제재가 언제까지 갈까요? 과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의지가 북한의 생존 의지보다 더 강할까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북한에 일정 상처는 주겠지만 결정적인 치명타로 될까요? 그래서 결국 북한이 무릎을 꿇을까요?

박 대통령이 제 힘이 아닌 국제사회의 ‘의지’에 기대는 것 자체도 문제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전가의 보도마냥 휘두르는 ‘비핵화’입니다. 한마디로 박 대통령은 북측이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보다 정확하게는 ‘비핵화와 관련한 진정성 있는 행동’이 없으면 어떠한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비핵화가 만능인가요?

이는 북측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알다시피,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5월 초순 열린 제7차 당대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 북한을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 규정하면서 항구적인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선언했습니다.

북측은 핵보유국임을 선언했으며 게다가 계속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것인데 남측은 비핵화만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어느 편일까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의지’는 오래 가지 않을 것입니다. 대개의 나라가 그렇겠지만 무엇보다 중국이 북한과 관계 복원을 시도하고 있어 파열의 조짐마저 있습니다. 설사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할지라도 60년 넘게 미국과의 대결에서 다져진 북한의 맷집으로 보아 쉽게 굴복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의지’에나 기대고 북측의 ‘비핵화’에만 목을 매는 것은 전형적인 힘없는 자의 무대책일 뿐입니다. 박 대통령이 비핵화를 이유로 북측의 대화 제의를 거절하지만, 실질적인 힘을 못쓰는 비핵화 주장이라면 만능은커녕 무능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마침 6.15공동선언 발표 16주년입니다. 박 대통령이 요령이 있다면, 북측의 올해 초 4차 핵실험과 뒤이은 위성 발사에 아직 분이 삭히지 않아 남북 당국간 대화를 할 수 없다고 치더라도, 미래를 위해 민간 차원의 대화 통로를 열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개성 6.15민족공동행사마저 막았습니다. 이 정부는 전략적 실패에다 요령부득이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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