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공동선언 발표 16주년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2000년 6월 13일 남북 정상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첫 만나는 장면의 감동이 가슴 속 한 쪽에 깊이 남아 있지만, 6·15공동선언은 이제 ‘빛바랜 합의서 신세’가 되지 않았나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은 남북관계의 전환기적 사건이었다. 남북 역사상 처음으로 정상이 만나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한 6·15공동선언을 발표하였다. 6·15공동선언에서는 남북 정상들이 “서로 이해를 증진시키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며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사항을 밝혔다.

6·15공동선언에서는 통일의 문제를 남북이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하기로 하였으며, 남북의 통일방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또한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간의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풀어나가며,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며, 사회·문화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가기로 하였다.

2000년 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은 남북관계를 ‘접촉이 없었던 시대’와 ‘접촉의 시대’로 구분할 만큼 다양한 교류협력의 계기가 되었다. 6·15 정상회담에서 남북협력과 관련된 부분은 이후 장관급 회담과 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통해 구체적으로 이행되었다. 수많은 국민들이 남북 교류협력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사실상의 통일 상태’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남북 교류협력이 절정을 이룬 2007년을 기준으로 보면 하루 평균 300대의 차량과 30대의 선박이 남북을 드나들었으며 비행기는 이틀에 한 번 꼴로 승객을 수송하였다. 매달 3만 명의 관광객 외에도 1만 명 이상의 우리 국민이 이러저러한 일을 보기 위해 북한 땅을 밟았으며 남북의 기업들 간에는 1억 달러 이상의 물자를 서로 거래하였다.

지금 광화문 서울정부청사 앞에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에서 농성 중이다. 6·15공동선언실천 민족위원회의 합의에 따라 개성에서 열기로 합의한 6·15민족공동행사에 참가할 남측 대표단 80명이 방북신청서를 지난 4일 통일부에 제출했지만 정부가 부정적 태도를 보여 행사 성사를 촉구하는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6·15남측위는 성명에서 “개성으로 가는 길을 열고 개성공단을 재개해야 한다”면서 “개성에서 6·15공동선언 발표 16돌 민족공동행사 개최를 제안하고 북측과 해외측이 이에 동의한 것은 개성을 여는 것이 매우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정부에게 “비현실적인 북한 붕괴정책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서야 하며, 남북관계 개선과 충돌 방지 등을 논의할 남북당국회담을 즉시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하였다.

그러나 결국 통일부는 6·15민족공동행사에 참가할 대표단 80여명의 방북신청서를 구비서류 미비 사유로 반려, 사실상 불허 방침을 통보하였다.

지난 6월 9일 북한은 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김정일 노동당 위원장이 제시한 “조국통일방침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정부·정당·단체 연석회의를 개최하였다. 연석회의에서는 통일을 위해 ‘민족자주’, ‘민족대단결’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며 연방제 방식의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절박한 문제는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라 밝혔다.

참석자들이 발표한 호소문에서는 “현 난국을 타개하고 남북관계와 조국통일 위업 수행에서 획기적 전환을 일으켜 나가려는 절절한 염원으로부터 조국해방 일흔 한 돌을 맞으며 전민족적인 통일대회합을 개최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 회합에는 남북 당국, 정당, 단체 대표들과 명망 있는 인사를 비롯해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누구나 다 참가할 수 있으며, 한반도 현 정세를 완화하고 남북관계를 새 출발시키며, 통일문제의 새 출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호응을 촉구하면서 준비사업에 착수할 것이라 밝혔다.

우리 정부는 6월 10일 통일부 대변인, 북의 ‘통일대회합’ 개최 주장에 대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가장 큰 장애물인 핵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태도 변화 없이 연방제 통일, 한미군사훈련 요구 등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구태의연한 선전공세”라고 규정하였다. 그러면서 “기만적인 통전 공세에 나설 것이 아니라 북한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야 할 것”이라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북이 제7차 당 대회 이후 대남 대화공세를 적극적으로 펼치는 형국이다. 북은 남북 군사당국 회담 제안이 우리 정부의 거부로 성사되지 못하자 다시 ‘통일대회합’ 개최를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 남북은 당국회담을 개최하여 남북관계 쟁점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여 관계 정상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북한에게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대화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방안인지 우리정부 스스로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 남북관계 관리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남북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6·15공동선언 발표 16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남북 당국 모두는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가기”로 한 것처럼 6·15정신으로 돌아가 화해·협력 사업을 다시 시작하여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통일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나 동국대 북한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KYC(한국청년연합회) 평화통일센터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통일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통일준비위원회 정치·법제도 분과위원회 전문위원, 인제대학교 통일학연구소 연구위원, 민화협 정책위원, 도산통일연구소 연구위원, 동국대학교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쓴 글로는 “대학통일교육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2015), “독일 ‘통일정책’의 한국적용 방안과 의미”(2015), “북한 제13기 최고인민회의 출범과 남북 국회회담 전망”(2014), “강원도 도지사 후보자 남북관계 공약 비교와 당선자 공약이행 전략연구”(2014), “북한 김정은시대 청년동맹 연구”(2013), 『북한 청년동맹 연구』(한울, 200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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